효성중공업 'HVDC 에너지 고속도로 국산화 추진현황 점검회' (사진=효성중공업)
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단순한 ‘안건 처리’를 넘어 개정 상법을 둘러싼 힘겨루기의 전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도입되는 집중투표제를 앞두고 기업들이 이사회 구조를 선제적으로 손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이를 둘러싼 주주와 경영진 간 충돌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 국민연금 반대로 제동…효성중공업 ‘상징적 부결’
20일 업계에 따르면 19일 효성중공업이 서울 마포구 효성빌딩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정원을 3~16명에서 3~9명으로 변경하는 등 내용의 정관 변경안이 부결됐다. 해당 안건에는 이사 자격 요건을 더 엄격히 제한하고 임기를 3년 내에서 유동적으로 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민연금은 “이사 수 축소는 주주제안 및 집중투표제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이사회 다양성 제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선임할 경우, 한 주주는 자신의 의결권을 3배로 특정 후보 1명에게 집중할 수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수 지분을 가진 주주라도 표를 집중해 이사회 진입이 가능해진다. 기업 입장에선 이 제도가 곧 경영권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사회 정원을 축소하거나 임기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사 수가 적을수록 한 번의 주총에서 선임되는 인원이 줄어들고, 그만큼 소수주주가 다수 이사를 확보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또, 시차 임기제로 이사 임기를 1~3년으로 나눠 배치하면 매년 교체되는 이사 수가 줄어들어 집중투표제 효과를 사실상 약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상법 취지를 우회하는 경영권 방어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 삼성은 통과…한화·효성 계열도 가능할까
실제 주요 기업들은 유사한 안건을 잇달아 상정하고 있다. HS효성은 이사회 정원 16명을 7명으로, 한화갤러리아(26일 개최)는 13명을 7명으로 축소하는 안을 상정했다. 삼성물산과 삼성E&A(20일 개최)는 이사 수를 각각 1명씩 줄이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8일 사외이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3년 이내’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해 가결됐다. 국민연금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기를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며 반대표를 행사했음에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삼성SDS 역시 사외이사 임기 유연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국민연금은 ▲이사 수 상한·감사 정원 신설 또는 축소 ▲이사 임기 유연화 ▲전자주총 배제 ▲경영상 목적의 자사주 보유·처분 근거 규정 마련 등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경영권 방어와 주주권 강화 정면충돌
국민연금은 공시를 통해 15개 상장사 주총에 대한 주주권 행사 내역을 공개했다.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일진전기 등의 정관 변경안에 반대했다. 효성티앤씨의 경우 재임 이사 3분의 1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이사가 될 수 있도록 한 안건에 대해 “개정 상법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효성중공업에 대해서는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일진전기에 대해서는 “개정 상법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주주가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번 부결은 향후 유사 안건을 상정한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이 반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만큼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동조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기조가 실제 표결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효성중공업 사례는 향후 주총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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