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연선
[환경일보] 4대강 보를 둘러싼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금강의 세종보 해체와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 상시 개방, 영산강 죽산보 해체와 승촌보 상시 개방을 결정했다. 그러나 실제 해체로 이어지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는 2023년 해당 보 처리 방안을 취소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다시 추진하면서 보 처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처럼 논의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보 개방과 철거를 통한 수질·수생태 회복 필요성과 농업·생활·산업용수의 안정적인 공급 문제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나타난 수질·생태계 변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대표적인 환경 문제 가운데 하나는 녹조다. 보 설치로 유속이 느려지고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수역에서는 녹조 발생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됐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녹조가 심화할 경우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과 같은 유해 남조류 독소가 발생할 수 있어 수질과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수생태계 변화도 주요 쟁점이다. 보 설치 이후 일부 수역에서는 흐르는 물에 주로 서식하는 유수성 어종이 감소하고 정체된 물을 선호하는 정수성 어종이 증가하는 등 생태계 변화가 관찰됐다.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발생이나 퇴적물 증가 등도 보 설치 이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문제다. 이 때문에 강의 흐름을 회복하고 수질·수생태 개선 효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다시 추진되는 4대강 재자연화
정부는 2025년 금강과 영산강 현장을 잇달아 점검하면서 보 개방에 앞서 농업용수와 지하수 이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영산강의 경우 보를 완전히 개방하기 위해 수위의 영향을 받는 양수장 19곳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기로 했다.
이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3월 4대강 재자연화 정책 방향을 논의하면서 가뭄 대응과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취·양수장 개선 사업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해 2028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녹조 문제가 빈번한 낙동강 하류 4개 보의 관련 시설을 우선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동시에 16개 보의 처리 방안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9월 중간 점검을 거쳐 비교적 빠르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보부터 처리 방향을 정하고, 나머지 보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의사결정 절차와 방법을 올해 말까지 제시할 계획이다. 처리 방안이 마련된 보 가운데 금강과 영산강 수계의 물 이용 여건이 양호한 곳은 2027년 상반기부터 이행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6개 보의 처리 방안을 검토해 금강·영산강 일부 보부터 2027년 상반기 이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진=환경일보DB
보 처리 논의의 또 다른 변수, 첨단산업 용수
보 개방과 자연성 회복 논의에서 물 이용 문제는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대규모 용수 수요가 늘면서 안정적인 물 공급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세척과 냉각 등을 위해 대량의 초순수와 공업용수를 사용한다. 앞으로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이 확대되면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산업지역의 물 수요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후변화로 가뭄과 강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산업용수 공급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던진다.
보는 일정한 수위를 유지해 취수 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개방이나 해체 과정에서는 기존 취수시설과 농업용 양수장, 지하수 이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실제 정부가 보 개방에 앞서 취·양수장 개선과 대체 용수 확보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용수 문제는 하천 취수 확대에만 의존하기보다 하·폐수 재이용과 공업용수 순환 이용, 대체 수원 확보 등을 함께 추진해 물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4대강 복원과 산업 발전을 함께 고려한 물관리
4대강 보 문제는 수질 개선과 수생태계 회복뿐 아니라 농업·생활·산업용수의 안정적인 공급까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녹조와 수생태계 문제를 해결하고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기존 물 이용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모든 보를 일률적으로 존치하거나 해체하기보다 보별 수질·수생태와 용수 이용 여건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처리 방안을 정할 필요가 있다. 물 이용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은 취·양수장 개선과 대체 수원 확보를 병행하고, 첨단산업 역시 재이용수와 물순환 기술을 확대해 신규 물 수요를 줄여 나가야 한다.
4대강 문제를 정권의 성향이나 정치적 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방식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면서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만들고, 과학적 조사와 보별 여건을 토대로 합리적인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4대강 논쟁을 넘어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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