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은 빛과 물결 그리고 영원한 순간들
ACC재단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23일부터 내년 2월 21일까지 ACC복합6관
르누아르, 고흐, 세잔,모네, 고갱 등 거장 11인의 명화 한자리에
2026년 09월 22일(화) 20:45
“광주는 혁명의 도시이다. 인상주의도 예술사조에서 혁명이었다. 그래서 광주와 인상주의 화가는 연결된다. 광주는 빛의 도시이며, 인상주의는 빛이 중요하다. 특히 빛과 물의 반사는 중요하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그런 이유다.”
이스라엘 박물관 에프랏 아하론 수석 큐레이터가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전시를 앞두고 22일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빛에 투영된 다채로운 자연과 일상을 형상화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독특한 구도와 시점 등에서 세계 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스라엘 박물관 에프랏 아하론 수석 큐레이터가 카미유 피사로의 ‘퐁 루아즈의 공장’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3일부터 내년 2월 2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전시 6관에서 르누아르, 고흐 그리고 세잔의 작품전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ACC재단이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인상파 거장 11인의 21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르누아르, 고흐, 세잔 외에도 모네, 고갱, 피사로, 시냐크, 시슬리, 하삼 등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특히 특별전은 모네 서거 100주기와 맞물려 있어 의미가 깊다.
이스라엘 박물관 시반 에란 순회전시 책임자는 “인상파 화가들의 찬란한 순간을 담은 그림을 광주에서 처음 선보이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빛과 색채로 큰 흐름을 바꾼 거장들의 작품전이 한국과 이스라엘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난 1965년 설립된 이스라엘 박물관은 고고학 순수미술을 비롯해 고대 유대 문화 특히 미술을 아우르는 고고학 박물관이다. 그동안 세계 각지의 관람객들이 작품과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전시를 진행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에프랏 아하론 수석 큐레이터의 안내로 진행된 관람은 인상파 화가들의 명화를 실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에프랏 아하론 수석 큐레이터는 “인상파는 생동적인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캔버스를 메고 화실 밖으로 나왔다”며 “물결에 부서지는 햇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공기의 흐름, 짧은 순간의 감정의 떨림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수면 풍경과 반영’에서는 모네, 세잔, 차일드 하쌈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공기와 시간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풍경, 그리고 심상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세잔의 ‘강가의 시골 저택’, 하쌈의 ‘여름 햇살’이 전시돼 있다.
특히 “풍경은 그 자체로 있지 않다. 매 순간 변화하는 것이 풍경이므로”라는 모네의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2부 ‘도시 풍경, 자연, 인물이 있는 풍경’에는 19세기 파리의 도시, 일상,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던 작품들이 비치돼 있다. 화가들은 거리와 공원, 강변의 풍경을 매개로 도시의 활기와 자연의 평온함을 대비적으로 포착했다.
고흐의 ‘밀밭의 양귀비’를 비롯해 피사로의 ‘튈르리 정원, 오후, 햇살’, 모네의 ‘지베르니의 젊은 여인들, 햇빛 효과’ 등이 전시돼 있다.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것은 화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연이 건네는 언어이다”라는 고흐의 어록이 환기되는 그림들이다.
정물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해석하고 풀어낸 그림들도 있다. 제3부 ‘인물과 정물’에서는 빛의 실험을 통해 일상의 아름다움을 구현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르누아르의 ‘꽃장식 모자를 쓴 여인’, 고갱의 ‘정물’ 등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정물, 한 사람의 인물을 그리기까지 지난한 시간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문구가 있다. “이 드로잉을 완성하는 데 5분이 걸렸지만, 여기에 도달하는 데 60년이 걸렸다”라는 르누아르의 말은 인상파 화가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모네의 작품 ‘수련 연작’을 모티브로 한 체험존. 관람객들은 저마다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체험존도 마련돼 있다. ‘모네의 정원’에서는 작품을 실제 구현한 공간을 배경으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한편 시민단체 ‘다시 쓰기 광주’는 이날 오후 2시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논란과 5·18 역사성을 들어 전시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명규 ACC재단 사장은 “민주도시 광주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가 제기한 부분은 저희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종교적, 이념적 갈등 등 요인으로 국경 없는 문화예술의 교류가 침해를 받는 것은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