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중국 기술 굴기
작년 42조로 37조 삼성전자 앞서
두 기업 R&D 비용격차 더 커져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에도 진입
소부장도 우리와 기술격차 좁혀
중국 ‘기술 굴기’ 상징인 화웨이가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동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삼성전자보다 많은 40조 원 이상의 거액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 시책과 궤를 같이하는 화웨이의 이 같은 행보는 속속 가시적인 성과물로 이어지고 있어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큰 도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한국 시장에 최신 AI 칩을 출시하고 국내 IT 인프라 시장 공략도 본격할 방침이다.
9일 IT 업계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총 1923억 위안(약 42조4000억 원)을 지출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평균 약 1136억 원을 기술 개발에 쓴 셈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R&D 지출액인 37조7000억 원보다 5조 원가량 큰 규모다.
지난 2024년에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AI향 반도체 기술력 확보에 R&D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화웨이를 근소하게 앞섰지만, 지난해 화웨이가 다시 R&D 규모를 끌어올리면서 두 기업 간 R&D 비용 격차는 이전보다 더 커졌다. 화웨이의 지난해 말 기준 R&D 인력은 약 11만4000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12만 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멍완저우 화웨이 순환회장은 지난달 실적발표회에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시대의 선구자들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모든 산업의 AI 전환을 돕는 실리콘 기반의 비옥한 토양이 되겠다”고 R&D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화웨이의 한국 시장 공략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화웨이코리아는 올해 AI 칩인 ‘어센드 950’을 포함한 통합 AI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국내 기업에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AI 인프라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발리안 왕 화웨이코리아 CEO는 지난해 12월 열린 간담회에서 “칩 단일 제품이 아닌 저장장치와 네트워크를 결합한 클러스터 형태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경쟁사의 단일 서버 판매 방식보다 성능 최적화 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AI 반도체와 HBM 등 고부가 메모리·시스템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첨단 장비 양산에 돌입하며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를 크게 좁혔다. 지난달 말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세미콘 차이나 2026’에서 상하이마이크로(SMEE)는 자체 개발한 노광장비를 선보이며 “연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현재 대량 생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니콘 등 극소수의 기업만 양산·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수출이 금지된 장비다. 나우라도 이번 행사에서 12인치 웨이퍼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인 ‘코몰라’를 공개했다. 범프(돌기)를 없애고 칩이나 웨이퍼를 직접 포개 간격을 줄이는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은 고성능 HBM을 제조하는 차세대로 기술로 꼽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