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식 사단법인 점프 이사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AI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최고 실적 경신이 예상된다. 한 분기에 두 기업이 합산 100조 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쏟아내는 시대가 열렸다. AI는 더 이상 기술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조, 물류, 의료, 에너지까지 산업 전반의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대구경북은 어디에 서 있는가.
대구경북에는 가능성의 씨앗이 이미 심어져 있다. 대구에서는 HD현대로보틱스가 본사 공장을 거점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있고, 시는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추진 중이다. 삼익THK 같은 정밀 부품 기업이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로봇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북에서는 구미와 포항이 손을 잡고 K-로봇 메가클러스터를 구상하고 있다. 구미의 전자·부품 제조 역량과 포항의 소재·에너지 기술, 그리고 산학연 연구 네트워크를 결합해 부품에서 완제품, 실증까지 이어지는 로봇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씨앗이 있다고 열매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대구경북이 마주한 현실적인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속도다. AI·로봇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수도권과 다른 광역권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가AI컴퓨팅센터, 로봇 특화단지, AI 반도체 실증 등 굵직한 인프라 사업의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면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힌다. 다른 하나는 연결이다. 대구의 로봇, 구미의 전자, 포항의 소재가 각각 따로 움직여서는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전 칼럼에서 반복해서 지적했듯, 대구경북의 산업 자산은 개별적으로는 충분하지만 하나의 생태계로 엮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한계다.
이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구경북이 삼성이나 SK 같은 대기업의 생산 거점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AI 시대에 올라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이 지역이 가진 고유의 자산을 AI 산업의 공급망 안에 위치시키는 전략이 가능하다. 구미의 정밀 전자 부품은 AI 로봇의 핵심 부품이 될 수 있고, 포항의 소재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와 이차전지의 기반이다. 대구의 의료·바이오 인프라는 AI 헬스케어와 연결될 수 있다. 대구에는 경북대, 영남대, DGIST를 비롯한 연구·교육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다. 구미와 포항이 만드는 산업 생태계에 대구의 인재 양성 기능이 연결될 때, 대구경북은 단순한 생산 거점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지역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이 산업이 이 지역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AI와 로봇은 생산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한다. 대구경북의 제조 현장에서 AI 전환이 본격화되면,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어떤 종류이고, 그 일자리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로봇 특화단지가 목표로 한 2,300개의 일자리가 이 지역의 청년에게 실질적인 선택지가 되려면, 산업 유치만이 아니라 인재 양성과 정주 여건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AI 시대는 준비한 지역에게 기회가 되고, 준비하지 못한 지역에게는 또 한 번의 소외가 된다. 대구경북은 자산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산을 갖고 있는 것과 그것을 기회로 전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대구와 경북의 산업 자산을 하나의 방향으로 엮는 전략이다. 그 전략의 중심에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이 놓일 때, AI는 이 지역의 다음 단계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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