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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AGI(범용인공지능) 시대, 지역인재정책의 패러다임...

하지만 조만간 AGI(범용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그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AGI는 소멸해가는 지역을 되살릴 강력한 인공호흡기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자본과 물류 인프라가 있는 곳에 사람이...

[화요경제 항산항심] AGI(범용인공지능) 시대, 지역인재정책의 패러다임...

김종한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

6·3 지방선거 열풍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저마다 지방을 살릴 공약을 발표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수십 년간 선거 때마다 후보자와 각 정당은 ‘지역균형발전’을 외쳤다. 정부도 매년 수조 원씩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지방 청년들은 여전히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방 대학의 강의실은 하나둘 불이 꺼지고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 전략으로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의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하려 한다. 초광역권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서울을 만들자는 기본 방향에는 찬성한다. 다만 하드웨어 중심의 정주 환경개선이나 물리적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거대한 수도권 블랙홀을 막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불편한 진실이다.

하지만 조만간 AGI(범용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그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AGI는 소멸해가는 지역을 되살릴 강력한 인공호흡기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자본과 물류 인프라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였지만, AGI 시대에는 지리적 위치가 더는 성장의 제약이 되지 않는다. 지능의 생산은 중앙화될지 모르나, 소비 및 가치 창출은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으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지능의 역설’이다. AGI 시대에도 생산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정보의 불평등과 비대칭’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혜택의 향유’ 측면에서는 지리적 위치에 따른 정보의 비대칭이 해소되는 ‘평평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지역인재 정책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요구한다. 이제 정책은 ‘몸’을 이주시키는 단계를 넘어 ‘지능’을 이식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 산업이 쓸 수 있는 컴퓨팅 자원(GPU)과 특화 데이터 세트를 지역에 우선 배정해 ‘지능적 실행력’을 이식해야 한다. 인재 유치 역시 정주 인구라는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지역과 관계를 맺고 가치를 생산하는 ‘관계인구’와 ‘디지털 노마드’를 포섭해야 한다. 대학은 지역 현안을 AI로 해결하는 ‘지능형 문제해결 허브’로 거듭나야 하고, 직업 훈련은 평생에 걸친 ‘초고속 재교육’ 체계로 탈바꿈해야 한다.

특히 북극항로와 남부해양수도권 앵커 도시인 부산에서 그 가능성은 더욱 빛날 수 있다. 부산의 핵심인 해양물류 산업은 이제 단순한 하역과 운송을 넘어 지능형 물류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한다. 예를 들어, 개별 기업에 ‘고립’된 항만 물류 데이터를 ‘데이터 안심 구역’에 집적하고, 지역인재들이 AGI 도구로 이를 분석, 선박 입출항 최적화나 물류 병목 현상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식이다. 이렇게 탄생한 ‘부산형 해양 AI 설루션’은 지역 중소 물류 기업의 AX(AI 전환)를 견인하고, 부산을 세계적인 지능형 물류 허브로 재탄생시킬 것이다. 이처럼 AGI 시대의 부산은 ‘첨단 기술이 지역 고유의 가치를 강화한다’는 ‘테크노-로컬리즘(Techno-Localism)’의 전형적인 지능형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AGI 시대의 도래가 결국 ‘노동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는 두려움도 직시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플로리다(Richard Florida)와 카슨(Kevin Carson) 등이 주창한 ‘테크노-로컬리즘’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그 구체적 실천과제의 하나로 ‘지역 가상 지분(Regional Virtual Equity)’ 제도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지역 프로젝트에 디지털로 이바지하는 전문가에게 ‘가상 시민권’을 부여하고 기여도에 따라 지분을 나누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펜틀런드(Alex Pentland)가 강조한 ‘데이터 협동조합(Data Cooperatives)’ 모델이 있다. 지역 데이터를 공동 관리·가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데이터 배당’으로 환원하는 시스템이다.

이제 AGI는 지역을 소멸시키는 파도가 아니라 지역이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거대한 거울이다. 지능이 공기처럼 흔해지는 시대, 역설적으로 가장 귀해지는 것은 그 땅만이 가진 ‘고유한 맥락’과 그것을 꽃피우는 ‘사람’이다. 이제 어느 지역이 먼저 이 지능형 인프라와 새로운 계약의 보상 모델을 선점해 테크노-로컬리즘을 제대로 실현하는가에 따라 그 지역의 성패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6·3 지방선거가 지역인재정책 패러다임 대전환의 변곡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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