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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홍해 막히고 걸프 참전, 이걸 몇 주 더 한다니 [트럼프 스톡커]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가 중동 전쟁에 공식적으로 참전하면서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홍해 막히고 걸프 참전, 이걸 몇 주 더 한다니 [트럼프 스톡커]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후티, 참전 선언...홍해 위협에 유가 더 오를 듯

사우디 등 확전 불사...미군 병력 전면전 역부족

美 최대 ‘노 킹스’ 시위...젊은 ‘마가’도 등 돌려

트럼프는 이 와중에도 “다음 공격 대상은 쿠바”

이번주 증시 요동 각오...3일 고용보고서 주목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피델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형제의 후계자로 2019년 쿠바의 지도자가 됐다. 쿠바는 당시 43년 만에 대통령제를 부활시켰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미국 정부가 최근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으나, 쿠바 외무부는 “정치 체제나 대통령의 임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쿠바계 이민 가정 출신으로 협상을 주도하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가짜 뉴스”라며 이를 부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정상회의’ 연설에서 “미국의 위대한 군사력을 가끔 써야 할 때도 있는데 다음은 쿠바”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가 중동 전쟁에 공식적으로 참전하면서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약 10% 이상이 오가는 홍해까지 막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걸프 국가들도 전쟁에 참여할 확률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미군 역시 이란 발전소 공격만 다음달 6일까지 미뤘을 뿐, 지상전 병력 1만 7000명을 투입할 채비에 나서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전쟁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 기미는 안 보이는데, 그렇다고 미군의 전력이 이란을 완전히 점령하고 압도할 수준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계속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전쟁이 몇 주, 또는 몇 달까지 더 이어질 공산이 커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주에도 증시와 국제 유가의 변동성 확대를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 개장과 폐장을 전후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 다음달 3일 휴장일에 나오는 3월 고용지표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후티 반군 공식 참전 선언...홍해 위협에 국제 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 후티 반군은 2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영토에 미사일 발사하며 이란 전쟁 참전을 공식화했다. 후티 반군이 홍해를 무대로 군사 작전을 벌일 경우 이곳을 수출 경로로 삼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도 연달아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 알후티는 신변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중동 내 반미 세력 수장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건재하는 인물로 꼽힌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AFP·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8일(현지 시간) 새벽 예멘에서 후티 반군이 미사일을 자국 영토에 발사했고 방공 시스템으로 이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28일 후티 매체 알마시라에 따르면 야히야 사리 후티 대변인도 성명에서 “이스라엘 적의 주요 군사 목표물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 등 첫 번째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며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저항전선에 대한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의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참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후티 반군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과 달리 그간 이란 전쟁에 군사 개입을 자제했다. 그러다 전황이 격화되자 이란 군부, 헤즈볼라 등과 조율 속에 전쟁 참여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26일 “예멘 인민으로서 우리는 의리에는 의리로 보답한다”며 “군사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전개되면 지난 교전 때와 마찬가지로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티 반군은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때에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수십 차례 공격한 바 있다. 후티 반군은 대함 미사일과 드론, 폭발물을 갖춘 고속단정과 기뢰 등을 보유한 세력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이란의 가장 강력한 무장 동맹 가운데 하나가 4주째 이어진 분쟁에 가세했다”며 “분쟁이 걸프 전반으로 확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짚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국제 해상 원유 물동량의 10% 이상이 통과한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걸프 지역의 원유가 유럽으로 가는 길목이다. 후티 반군이 홍해를 볼모로 군사행동을 본격화하면 글로벌 물류 차질과 에너지 공급난이 지금보다 더 극심해질 수 있다. 자연히 국제 유가도 지금보다 더 뛸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원유 물동량은 2023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930만 배럴에 달한다. 이는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12%에 해당했다. 그러다 후티 반군이 홍해 상선을 본격적으로 공격하자 많은 해운사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치는 우회로를 선택했고, 이에 2024년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원유 물동량은 하루 약 400만 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해운사가 홍해가 아닌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게 되면 아라비아해에서 유럽까지 운송하는 시간은 15일이 더 길어진다. 운송 비용과 시간이 대폭 증가하게 되면서 국제 원유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후티 반군이 참전할 경우 수입품 운송 경로의 30%를 홍해에 의존하는 이스라엘 경제가 특히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현재 지중해에서 정비하고 있는 미국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의 이동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드함은 지난 12일 발생한 화재의 피해를 복구하고자 그리스 크레타섬의 수다기지에 기항하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는 아라비아해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작전 지원을 위해 조지 HW 부시 항모도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항행로 막히면 사우디 등 걸프 국가도 참전 가능...UAE·바레인 등 확전도 불사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2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빈 살만 왕세자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 전쟁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번 군사 작전으로 이란의 강경 정권을 제거해 역사적인 중동 지역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 구상은 실수라며 이란 정부를 약화하기 위해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라고 부추겼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 유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며 미군이 지상 작전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후티 반군이 홍해 항행을 본격적으로 위협할 경우 군사 행동을 극도로 자제하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국가들이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 후티 반군이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이후 중동 지역 연합군을 이끌고 싸운 바 있다. 그러다 지난 4년간은 후티 반군과 불안정한 휴전 상태를 이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육상 송유관(파이프라인)을 이용해 홍해 얀부항으로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

실제 걸프 국가들 내에서도 강경론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걸프 국가들은 이란과 단순히 휴전 합의를 할 것이 아니라 공격력 억제 결과를 받아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능력을 영구히 없애고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더 이상 무기화하지 못하게끔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등은 경제적 여파와 보복을 두려워하며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원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은 전쟁 확대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기대할 부분은 후티 반군도 본격적인 참전에 고민이 많다는 점이다. 이란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발을 걸쳤지만, 자칫 잘못했다가는 미국과 강대국들의 압도적인 보복 공격을 받고 존립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이란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데도 후티 반군이 한 달 동안 참전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당장은 이스라엘에만 상징적으로 소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하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자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후티 반군이 행동에 나선 가운데 이란도 반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28일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27일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프린스술탄 공군 기지에 미사일 6기와 드론 29대의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지 건물 안에 있던 미군 12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기지에 배치된 ‘KC-135’ 공중 급유기 최소 2대가 상당히 파손됐다. AP통신은 중상자를 5명, 전체 부상자를 15명으로 보도했다. 이 기지에서는 이달 1일에도 이란의 공습을 받고 미군 1명이 숨을 거뒀다. 최근에도 급유기 5대가 파손됐다. 미군의 중동 지역 작전 지휘를 총괄하는 중부사령부(CENTCOM)는 27일 이란에 대한 ‘장대한 분노(에픽 퓨리)’ 작전이 개시된 이래 303명의 미국 군인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란 의회는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에 안전 제공 등을 대가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법안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IRNA통신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이 이날 성명에서 “적은 공개적으로 협상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은밀하게 지상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며 “우리 병사들은 미군이 지상에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그들의 목숨을 불태울 작정”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군 최대 1만 7000명 지상군 투입 검토...전면전에는 병력 한참 부족

대(對)이란 군사 작전인 ‘장대한 분노(에픽 퓨리)’를 지휘하는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의 브래드 쿠퍼 사령관. EPA연합뉴스

중동 전선에 긴장을 높이는 것은 이란군과 후티 반군뿐이 아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28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27일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 ‘LHA-7’에 탑승한 해군과 해병대 병력이 중부사령부 관할 구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 군함은 약 3500명의 해군·해병대로 구성된 트리폴리 상륙준비단과 31해병원정대의 기함이다. 수송기와 전투기, 상륙 작전 등 각종 전술 자산을 함께 운용한다. 중부사령부는 지난달 28일 작전 개시 이후부터 이달 28일까지 1만 1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이란 군함 150척 이상을 파괴하거나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27일 WSJ은 미국이 이란 전쟁에 최대 1만 7000명가량의 지상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해병대 약 5000명과 제82공수사단 약 2000명에 1만 명을 더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보병과 장갑차, 군수 지원 부대가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와 관련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7일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과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란 전쟁 종료 시기를 언급하면서 “몇 달이 아닌 몇 주 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지상군 없이도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도 중동으로 미군 병력을 증파하는 데 대해서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이 대응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택권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발 더 나아가 28일 미국 국방부가 이란에서 몇 주에 걸친 지상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작전 개시 명령을 내린다면 전쟁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전했다.

특히 관건은 최대 1만 7000명 지상군 병력으로 미국이 이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다. 미국이 재래식 무력에서도 이란을 앞섰다 하더라도 이 정도 병력은 전쟁을 종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란보다 영토 크기와 인구 규모가 훨씬 적은 이라크를 2003년 침공할 때도 미군은 15만 명이나 투입됐다.

미국 지상군이 그나마 수행할 수 있는 임무로는 ▲이란 핵시설 지하에 묻힌 농축 우라늄 탈취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 점령 ▲이란 석유 기반시설 완전 파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섬 점령 등이 꼽힌다. 이조차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은 기습 공격을 전제로 감행해야 하는 작전들이다. 좁은 해협에서 섬 상륙·점령전을 벌이다가 이란의 미사일, 드론, 기뢰의 공격에 노출될 공산이 크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 민병대 수가 각각 약 20만 명, 약 60만 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해협과 섬 점령 이후에도 미군 피해는 계속 더 커질 수 있다.

WP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상 작전이 이뤄지더라도 전면 침공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목표 달성까지 몇 개월이 아닌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며 루비오 장관과 똑같은 말을 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몇 개월일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전역 최대 ‘노 킹스’ 시위...‘마가’ 젊은층도 해외 개입주의에 반대

28일(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주 의사당에서 수만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노 킹스(왕은 없다)’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최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을 맞고 시민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미네소타주는 미국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강렬하게 저항하는 지역이 됐다. AP연합뉴스

전 세계가 원유와 물류 공급 문제로 난리를 겪는 가운데 미국 내 정치적으로도 반전 여론이 확산하고 있어 주목된다. 28일에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노 킹스(왕은 없다)’라는 이름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6월과 10월에 이어 세 번째 열린 노 킹스 시위였다. 시위 주최 측은 보도자료에서 미국 워싱턴DC, 뉴욕, 샌프란시스코, 미네소타 등 50개 주에서 총 3300여 건의 집회가 열었으며, 80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 추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지난해 6월과 10월 시위에는 각각 500만여 명, 700만여 명이 모였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 성향, 법을 무시하는 통치방식, 강경 이민 정책, 이란 전쟁과 휘발유 가격 인상 등에 대한 불만을 한꺼번에 쏟았다. 최저임금 인상, 성소수자 권리 존중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시위엔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유럽을 비롯해 남미, 호주 등 12개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선 현지 거주 미국인을 비롯해 프랑스 노동조합, 인권단체 관계자 등 수백 명이 바스티유 광장에 모였다. 영국 런던에서도 전쟁에 반대하는 참가자들이 “극우 세력을 막아라” “인종차별에 맞서 싸워라”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수천 명이 “전쟁 없는 세상”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여기까지는 원래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던 사람들과 전문 시위꾼들의 행동으로 볼 여지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전통적인 보수 진영 여론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8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도 세대별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달 25일부터 나흘간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도시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젊은 마가 지지자들은 해외 전쟁에 개입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에 반하는 통치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반해 상당수 중장년층은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CPAC은 미 보수 진영 최대 연례 정치행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폴리티코가 13~18일 성인 38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1.6%포인트)에서도 35세 이상 응답자의 70% 이상은 이란전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계획이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지만, 35세 미만 응답자에서는 그 비율이 49%에 그쳤다. CNN도 이란 전쟁으로 마가 진영 내부에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 간 분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도 “내가 옳았다”는 트럼프...다음 공격 대상으로 쿠바 지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도에 표시된 호르무즈 해협을 가리키는 삽화.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와중에 다음 무력 사용 대상으로 쿠바를 지목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이란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개입주의 행보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란 전쟁이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측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정상회의’ 연설에서 자신이 미국의 군사력을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하면서 “이걸 쓸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가끔은 써야 할 때도 있는데 다음은 쿠바”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쿠바계 이민 가정 출신인 루비오 장관을 통해 쿠바 정부와 협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고 쿠바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연설에서 현 이란 전쟁 상황과 관련해서는 “이란은 협상하고 있고 합의에 도달하기를 갈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협상하고 있는데 뭔가 해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처음엔 협상 사실을 부인했지만, 유조선 1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허용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내가 옳았다”며 “그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의 해군이나 공군, 방공망, 통신망이 모두 파괴됐다고 재차 부각했다.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지도부 인사들도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개시 첫날 폭사시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자리를 이어받은 차남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관해서도 “누구도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고, 죽었거나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아직 3554개의 표적이 남아 있는데 그것들은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길 사실상 거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향해서도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은 것은 엄청난 실수였다”며 “우리가 매년 수천억 달러를 나토에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큰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란 전쟁이 미국 의회의 승인 없이 벌어졌다는 지적에도 ‘군사 분쟁(military conflict)’ ‘군사 작전(military operation)’이라며 “전쟁이라면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군사 작전이라면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인 대외 개입주의에 대해 마가 진영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마가는 승리를 원하고 우리나라가 보호받길 원한다”며 “적대적이고 미친 다른 나라가 핵무기를 갖는 걸 원하지 않고 이스라엘이든 사우디아라비아든 카타르든 UAE든 어떤 동맹국이든 보호해주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뒤 ‘지금 세계는 미국의 어느 분야에 투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인공지능(AI) 분야를 꼽기도 했다.

이번주도 이란 전쟁으로 증시·유가 요동 각오...3일 고용보고서 주목

23일(현지 시간) 미국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거래중개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뉴스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주도 지난 한 달과 마찬가지로 이란 전쟁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26일 나스닥종합지수에 이어 27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종전 최고점보다 10% 이상 하락하면서 본격적인 조정 구간에 진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최고점에서 9% 정도 내리면서 20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해 조정 구간 진입을 눈앞에 뒀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27일 배럴당 99.64달러에 마감해 지난 2022년 7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112.57달러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지표로는 다음달 3일에 나올 3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 이후 경제 상황이 처음으로 반영되는 고용보고서인 까닭이다. 지난달 고용보고서에서는 파업과 한파 등으로 고용 규모가 1월보다 9만 2000명이나 급감했다. 시장은 3월에는 고용이 4만 8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3월 실업률은 2월 4.4%에서 4.5%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과 다음달 1일 나오는 2월 구인·이직(JOLTS) 보고서와 미국 고용정보 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3월 민간 고용보고서도 주목할 만하다. 1일에는 미국 2월 소매 판매와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발표된다. 30일에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하버드대 경제학 원론 수업에 참여해 토론할 예정이다.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련 발언을 내놓을 수 있다. 3일은 부활절(5일) 전 금요일인 ‘성 금요일(굿 프라이데이)’ 휴일이라 뉴욕 증시가 휴장한다. 채권 시장도 정오까지만 연다.

이란 전쟁이 후티 반군 개입과 미국 지상군 투입 준비, 걸프 국가 참전 가능성 등으로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이번주도 주가와 유가가 모두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6일로 미룬 이란 발전소 시설 등에 대한 공격 기한이 가까워질수록 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볼 때에는 6일까지 모두가 만족할 협상 결과가 나올 확률이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뉴욕 증시 개장과 마감 시한에 맞춰 주요 발언을 내놓으면서 노골적으로 변동성 확대에 한몫하는 상황이다. 개별 종목 장세가 실종되고 하루하루 숨이 막히는 증시 흐름이 적어도 이번주 내내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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