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속 묵직한 질문…배우들이 풀어낸 진실·정의·연대
평범한 사람들이 바꾸는 세상…근엄한 설교 대신 엉뚱한 웃음
신념이 충돌하는 시대 향한 질문…11월15일까지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오히려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뮤지컬 ‘마제스티’는 이런 시대에 웃음과 풍자를 앞세워 진실과 정의, 연대와 용기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근엄한 목소리로 정답을 외치는 대신 엉뚱하고 능청스러운 인물들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마제스티’가 주목하는 것은 거창한 영웅의 탄생이 아니다. 각자의 신념을 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부조리한 현실을 마주하고 진실을 좇으며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을 그린다. 웃음으로 시작하지만, 그 끝에는 묵직한 질문이 남는다.
출연 배우들은 각기 다른 인물을 연기하지만, 작품이 향하는 방향은 맞닿아 있다. 주요 인물을 맡은 배우들은 30일 서울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열린 ‘마제스티’ 프레스콜에서 저마다의 시선으로 오늘날 관객에게 건네는 질문을 풀어냈다.
‘노턴’ 역 엄기준과 박재윤은 ‘괴짜’의 얼굴로 웃음과 용기를 이야기한다. ‘아서’ 역 박정원과 김우석은 평범한 사람의 성장과 진실을 알리는 책임을 보여준다. ‘마르타’ 역 이정화는 고립된 외침이 연대로 확장되는 순간을 그린다. ‘오닐’ 역 양승리는 신념과 정의의 의미를 되묻는다.
◇ ‘노턴’ 役 엄기준·박재윤, ‘괴짜’의 얼굴로 건네는 진실
자신을 ‘미합중국의 초대 황제’라고 선포한 ‘괴짜’ 주인공 ‘노턴’ 역 엄기준은 작품의 매력을 ‘웃음’에서 찾았다. 겉으로는 ‘괴짜’처럼 보이지만, 대화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인물로 바라봤다. 웃음 속에서 삶에 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피어나기를 바랐다.
엄기준은 노턴의 무겁고 근엄한 태도로 진리를 설파하기보다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상대를 흔드는 모습이 오히려 인물의 본질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그는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해 연기하고 있다”며 “노턴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괴짜’지만, 대화 속에서 생각하게 하는 ‘현인’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노턴’ 역 박재윤은 작품 속 대사 가운데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손을 뻗는 용기’라는 문장에 주목했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고 도움을 건네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지만, 옳다고 믿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때로는 주변의 시선과 평가를 감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재윤은 이러한 용기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바라봤다. 그는 “나 역시 이 대사가 많이 어렵게 느껴진다. 사회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지 않을까 싶다”며 “용기를 발휘하려면 때로는 바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아서’ 役 박정원·김우석,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순간
극 중 신문사의 수습기자인 ‘아서’ 역의 박정원과 김우석은 진실을 마주하는 기자의 시선으로 작품의 메시지를 전했다. 두 배우는 평범한 사람이 가진 가능성과 진실을 알리려는 책임감을 중심에 두고 연기하고 있다.
박정원이 바라본 아서는 정식 기자가 되기를 꿈꾸는 수습기자다. 자신의 이름을 헤드라인에 올리고 싶어 하는 욕망도 있지만, 그가 좇는 이야기는 반드시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그 안에 숨겨진 비범함을 발견하는 데 인물의 의미가 있다.
박정원은 작품을 하나의 ‘사회성장 드라마’로 바라봤다. 그는 “인물이 성장하는 과정은 개인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사회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아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라면서 “평범함도 비범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제스티’는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과 대담함을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우석이 강조한 아서의 핵심은 진실과 순수함, 그리고 열정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턴을 이용하려는 마음도 있지만,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열정만으로 노턴을 이용하지만, 진실이 드러났을 때 그것이 자신이 생각했던 진실이 아니더라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 ‘마르타’ 役 이정화, 혼자 외치던 목소리가 연대의 힘으로!
편집국의 교정원이자 ‘아서’의 정신적 나침반 역할인 ‘마르타’ 역 이정화는 작품이 말하는 연대의 의미를 인물의 변화에서 찾았다.
마르타는 원주민이었지만 이민자로 불리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인물이다. 여기에 당시 주체성을 드러내지 못했던 여성이라는 이유까지 더해 기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에 가로막힌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탓하며 주저앉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신문사 교정원으로 일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힘으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어 한다. 원고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빨간펜’은 그에게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니다. 세상의 오류를 고치고,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다.
이정화는 마르타가 가진 씩씩함과 희망에 주목했다. 특히 2막에서 마르타가 만둣가게 주인 등과 연대하는 과정을 인물의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성종완 연출님이 연습 과정에서 마르타가 지금까지 홀로 외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꿔왔지만, 아서가 진실을 담은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내보내겠다고 하자 나와 함께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혼자 할 수 있다고 외치던 마르타가 누군가에게 “같이 해볼 수 있을까요?”라고 묻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 앞에서 “도와줄게요”라고 말하게 되는 작은 변화가 그에게는 큰 용기라는 것. 이정화는 “이러한 감동과 연대의 이야기가 결국 ‘황제’라고 자진해서 나타난 노턴에 의해 시민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매력을 가진다”라고 덧붙였다.
◇ ‘오닐’ 役 양승리, ‘정의’에는 ‘정답’이 있을까?
통제와 질서만이 구원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오닐’ 역 양승리는 작품에 참여하기 전부터 정의에 관한 고민을 이어왔다. 연습에 들어가기 전 아침마다 읽었던 책 ‘저스티스’가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켰고, 자연스럽게 작품 속 인물들이 믿는 신념과 정의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됐다.
양승리는 “무엇이 정의인지 생각하게 됐다. 각자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정답은 없다”며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인물들이 부딪치는 과정이다. 정의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선과 악을 구분하는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각자가 어떤 이유로 자신의 믿음을 지키려 하는지, 그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자신의 신념과 정의를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충돌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신념을 믿고 따라가는 것이 정의이고 용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완벽한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정의를 위해 불씨를 피워내는 ‘마제스티’는 오는 11월 15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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