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들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1년부터 줄곧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1위를 지켜온 이재명 대통령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국민 여론은 현직 대통령보다 차기 권력 경쟁의 중심에 선 정치인이 높은 신뢰를 받는 흐름이 반복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와 정권 창출 후에도 꾸준히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올해는 한 의원이 이 대통령을 제치고 처음 선두에 올랐다. 이번 순위 변화는 단순한 두 사람 간 신뢰도 역전을 넘어 최근 6년간 이어진 민심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현직 권력보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미래 권력’의 정치인이 높은 신뢰를 받아온 흐름이 두드러진 셈이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6년간(2021~2026년)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조사 흐름을 분석한 결과 대선을 앞둔 유력 주자나 야권의 유력 정치인이 선두를 차지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2021년 당시 차기 대선주자였던 이 대통령은 처음 1위에 오른 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제1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3년 연속 선두를 지켰다. 집권 첫해인 지난해에도 1위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정부·여당을 상대로 비판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키운 한 의원이 처음 선두로 올라섰다. 이 대통령이 5년 연속 지켜온 1위 자리를 집권 이후 처음 내주면서 다시 야권의 유력 정치인이 가장 높은 신뢰를 받게 된 것이다.
대선주자에 쏠린 신뢰…정권 바뀌어도 野 유력주자 선두
시사IN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현재 활동하는 여야 정치인 중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을 주관식으로 물은 결과 한 의원이 11.4%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11.1%로 뒤를 이었다. 다만 두 사람의 격차는 0.3%포인트로 전체 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안이다. ‘없다·모름·응답 거절’은 39.3%로 가장 많았다.
조사가 시작된 2021년부터 이 같은 흐름은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말기였던 당시 경기지사 이 대통령은 12.6%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1%로 뒤를 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유력 주자들이 나란히 신뢰도 상위권을 차지한 것이다. 현직 권력보다 차기 대선 경쟁을 이끌 인물들에게 정치적 신뢰와 관심이 집중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일곱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권 교체 뒤에는 ‘야권 유력주자’가 된 이 대통령에게 오히려 신뢰가 더 몰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통령은 16.9%를 기록하며 선두를 지켰다. 반면 여권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4.5%,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 4.3%, 법무부 장관이던 한 의원 3.8% 등으로 신뢰 응답이 여러 정치인에게 분산됐다. 정권을 잡은 여권보다 차기 대권 도전을 이어갈 야권의 유력주자에게 신뢰가 집중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2023년에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16.9%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1위를 지켰다. 한 의원은 6.1%로 올라 2위를 차지했지만 이 대통령과는 10.8%포인트의 격차가 났다. 집권 여당의 주요 정치인보다 제1야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이 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가 이어진 것이다.
2%포인트까지 좁혀진 李·韓…2024년 ‘차기 권력’ 경쟁 부각
2024년에는 차기 권력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신뢰도 조사에서도 한층 뚜렷해졌다. 당시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던 이 대통령과 한 의원에게 신뢰 응답이 집중되면서 두 사람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한 의원은 그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끈 데 이어 7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한 의원에 대한 신뢰 응답도 2023년 6.1%에서 2024년 16.0%로 9.9%포인트 뛰었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18.0%로 선두를 유지했지만 두 사람의 격차는 2.0%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정권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현직 대통령보다 차기 대권 경쟁을 이끌 정치인들에게 신뢰가 집중되는 흐름이 한층 선명해진 것이다.
흐름이 달라진 것은 이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해다. 2025년 조사에서 이 대통령은 18.6%를 기록하며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1위를 지켰다. 반면 한 의원은 2024년 16.0%에서 1.8%로 14.2%포인트 급락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이어진 당대표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으면서 정치 전면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시기와 맞물린다. 대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9.7%,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6%를 기록하는 등 새로 선출된 여야 지도부가 상위권에 등장했다. 전년도까지 이 대통령과 한 의원에게 집중됐던 신뢰 응답이 새로운 정치 구도 속에서 다시 분산된 셈이다.
5년 만에 뒤집힌 신뢰 1위…韓 반등·李 하락 맞물려
올해는 다시 야권의 유력 정치인이 선두에 섰다. 한 의원에 대한 신뢰 응답은 지난해 1.8%에서 11.4%로 9.6%포인트 뛰었고, 이 대통령은 18.6%에서 11.1%로 7.5%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집권 이후에도 유지했던 신뢰 1위 자리를 내주면서 2021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선두가 바뀌었다. 현직 대통령이 차지했던 1위 자리가 다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야권 정치인에게 넘어간 것이다.
다만 이번 순위 역전을 한 의원의 상승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올해 한 의원의 신뢰 응답 11.4%는 국민의힘 대표였던 2024년의 16.0%보다 여전히 4.6%포인트 낮다. 반면 이 대통령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6~18%대를 유지하다 올해 11.1%로 떨어졌다. 한 의원이 과거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기보다는 지난해 급락했던 신뢰를 상당 부분 회복하는 사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서 순위가 뒤집힌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후 일곱번째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 하락은 최근 국정 수행 평가 흐름과도 맞물린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37%, 부정 평가는 56%로 나타났다. 긍정률은 취임 후 최저, 부정률은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정책과 인사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공소 취소 특검과 연임 개헌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대통령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20%로 가장 많았고 인사(16%), 경제·민생(9%) 등이 뒤를 이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