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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장에서] 훈맹정음 100년 인천, 송암의 뜻은 이어지고 있나

인천은 훈맹정음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을 품은 도시다. 송암 박두성 선생은 생의 마지막 순간 “점자책을 쌓지 말고 꽂으라”며 시각장애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천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송암점자도서관과 그의 생가 터를 복원해 뜻을 지키려 하고 있다.

[현장에서] 훈맹정음 100년 인천, 송암의 뜻은 이어지고 있나

▲ 안지섭 디지털미디어부 겸 프로젝트 부동산팀 기자

인천은 훈맹정음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을 품은 도시다. 송암 박두성 선생은 생의 마지막 순간 “점자책을 쌓지 말고 꽂으라”며 시각장애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천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송암점자도서관과 그의 생가 터를 복원해 뜻을 지키려 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유지가 형식적으로만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송암은 맹인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인천이라는 도시는 위협적이다. 인도 위 점자블록은 곳곳이 깨져 있어 부상 위험을 높이고, 길 위의 잘못된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을 차도로 안내하는 '죽음의 덫'과 같다. 2023년 보건복지부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조사 결과와 올해 인천일보 취재진의 전수조사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참정권도 보장되지 않았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관외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각장애인은 점자 투표보조용구가 없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투표사무원들에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기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식으로 투표를 했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비밀선거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는다.

취재 도중 시각장애인이 관외 사전투표를 신청하고, 점자용구를 받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에 대한 선관위의 답변이 기억에 남았다. “누구나 편하게, 어디서나 쉽게 투표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사전투표의 취지잖아요” 사전투표는 애초에 비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설계된 제도였던 걸까.

그들이 안전한 길을 걷게 하고, 주권을 행사하는 일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다.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진정으로 송암의 유산을 기리고자 한다면 부실한 점자블록을 바로 잡고 투표소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훈맹정음 창제도시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이제는 완고한 행정의 벽을 깨고 새로운 100년을 열어갔으면 좋겠다.

/안지섭 디지털미디어부 겸 프로젝트 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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