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JPYC·하나은행·교보증권·뮤직카우·비댁스·헥토월렛원 총출동
은행·증권·핀테크, 제도 변화 앞두고 새 먹거리 선점전
오카베 노리타카 JPYC Inc. 대표가 23일 한국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암호자산이 아닌 법정통화 연동형 금융 인프라로 규정하며, 제도권 편입 가능성과 시장 확대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현 기자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디지털자산 시장의 무게중심이 ‘코인 가격’에서 ‘제도권 금융과 연결된 인프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6 이데일리 디지털자산포럼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실물자산 토큰화(RWA), 디지털자산 수탁과 월렛 경쟁력까지 산업 전반의 재편 흐름이 한꺼번에 제시됐다.
이번 포럼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가져올 지각 변동’을 주제로 열렸고, 오카베 노리타카 JPYC Inc. 대표, 엄태성 하나은행 AI디지털혁신그룹장, 신희진 교보증권 신사업담당 이사, 정현경 뮤직카우 의장, 최원영 블루어드 토큰증권발행센터장, 류홍열 비댁스 대표, 류춘 헥토월렛원 부대표, 남윤호 ㈜핑거·마이크레딧체인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섰다.
▲ 국채까지 삼킨 스테이블코인
세션1의 핵심 화두는 단연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오카베 노리타카 JPYC Inc.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이 더는 가상자산 시장 내부의 결제수단에 머물지 않는다고 짚었다. JPYC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유통 규모는 3100억달러에 이르며, 테더는 미국 국채 신규 매입 순위에서 7위권에 진입했다. 결제 거래 규모도 비자를 넘어설 기세라는 점이 함께 제시됐다. 스테이블코인이 민간 디지털자산을 넘어 국가 단위 금융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인프라로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엄태성 하나은행 AI디지털혁신그룹장은 국내 금융권의 대응 방향을 보다 분명히 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외환 금융 경쟁력을 지키는 수단으로 제시했다. 엄태성 그룹장은 AI 에이전트 간 마이크로 트랜잭션, 24시간 실시간 송금·정산,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거래에 스테이블코인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담겼다. 두나무와의 블록체인 금융서비스 공동 개발, 비트고와의 협업을 통한 수탁 인프라 준비도 함께 언급됐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단순한 실험 단계가 아니라 은행권의 사업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 증권가 승부수는 결국 ‘팔릴 자산’
세션2에서는 STO와 RWA가 금융상품 시장을 어떻게 바꿀지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신희진 교보증권 신사업담당 이사는 RWA와 STO를 명확히 구분했다. RWA가 부동산·인프라·채권 같은 토큰화 대상 자산 자체를 가리킨다면, STO는 이를 투자상품으로 발행하고 유통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신희진 이사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온체인 RWA 시장이 73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소개했고, 최근에는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초단기 REPO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증권가의 시선은 ‘토큰화 자체’보다 ‘정말 팔릴 상품이 무엇이냐’에 더 가까웠다. 신희진 이사는 "양질의 상품, 유동성, 결제 레이어, 규제 정합성이 동시에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은 부분 성장에 머물 수 있다"고 봤다. 토큰화 MMF, 단기채 같은 저위험 상품으로 자금을 묶어두고, 이후 전력판매계약(PPA), 와인, 콘텐츠 IP 같은 수익형 자산으로 넓혀가는 전략을 제시했다. 신 이사는 "RWA가 결국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으려면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고, 현금흐름과 가치 산정 기준이 분명한 자산부터 시장에 안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경 뮤직카우 의장은 같은 문제를 더 직설적으로 풀었다. STO 시장이 커지려면 기존 주식·채권의 포장만 디지털로 바꾸는 데 그쳐선 안 되고, 그동안 유동화가 어려웠던 자산을 새롭게 상품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현경 의장은 음악증권을 예로 들며 예측 가능한 장기 수익 구조, 거시경제와 낮은 상관관계,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성장, 문화적·감성적 가치라는 강점을 제시했다. 단순한 대체투자를 넘어 팬덤과 콘텐츠 소비가 결합된 자산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금융에 적합한 기초자산이라는 설명이다.
최원영 블루어드 토큰증권발행센터장은 시장 확대의 조건으로 ‘발행 인프라’를 꼽았다. 블루어드 발표는 글로벌 RWA 시장이 2030년 16조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연평균 성장률은 약 70%에 이를 수 있다는 BCG 전망을 인용했다. 국내에선 2026년을 STO 제도화 원년으로 보며 시장 규모 5조원 돌파 가능성도 제시했다. 최원영 센터장은 스마트양식장, 선박, 금·은 같은 자산을 예로 들며 기초자산 실사부터 구조화 설계, 발행, 유통, 관리까지 전 단계를 한 플랫폼에서 수행하는 전략을 내놨다. 제도가 열리는 순간 누가 먼저 발행 체계를 갖추느냐가 시장 선점의 관건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 마지막 승부처는 수탁·월렛이었다
세션3에선 산업의 마지막 퍼즐로 수탁과 월렛이 부각됐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디지털자산 커스터디를 기관 자금 유입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류홍열 대표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시장은 2022년 4479억달러에서 2024년 6834억달러로 커졌고, 2033년에는 4조3788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류 대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RW1’과 기관용 수탁을 양축으로 내세우며, 결국 스테이블코인도 준비금 관리와 회계, 규제 준수, 보관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시장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류춘 헥토월렛원 부대표는 웹3 금융의 승부처를 ‘프론트’에서 찾았다. 전통 금융에서 계좌가 예금과 송금, 결제의 출발점이었다면, 웹3에선 월렛이 바로 그 역할을 맡는다는 설명이다. 류춘 부대표는 은행 계좌는 타인이 조회할 수 없지만 블록체인 지갑은 주소 이력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비스 경쟁력은 누가 월렛을 먼저 쥐고, 이를 전제로 금융·결제·정산 기능을 설계하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이날 세션3에는 남윤호 ㈜핑거·마이크레딧체인 대표도 연사로 참여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스테이블코인, STO, RWA를 비롯해 디지털자산 수탁과 월렛 인프라까지 시장 재편의 핵심 축이 두루 다뤄졌다. 연사들은 각 세션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 토큰증권 제도화 이후의 상품 전략, 실물자산 토큰화 확대, 기관 수탁 인프라 구축, 웹3 금융에서의 월렛 경쟁력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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