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역학 기반 ‘에어로 테크’ 스타트업…하드웨어·AI 소프트웨어 동시 개발
전기차 시대 핵심 된 공기저항 경쟁…“한 번 충전으로 더 멀리” 기술 상용화
BMW·테슬라 넘어 물류·방산까지 확장…공기역학으로 車 개발 방식 바꾼다
윤승현 에이드로 대표가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제공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자동차 산업에서 공기역학은 오랫동안 F1 같은 극소수 전문 영역의 기술로 여겨졌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열리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한 번 충전으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되면서 ‘공기저항’ 자체가 산업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에이드로는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단순 튜닝 파츠 회사가 아니라, 공기역학 기술 자체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상용화하는 ‘에어로 테크(Aero Tech)’ 기업을 목표한다.
에이드로의 핵심 사업은 차량 외장 부품인 에어로 파츠와 AI 기반 공기역학 설계 소프트웨어 ‘AOX’ 개발이다. 윤승현 에이드로 대표는 “저희는 자동차를 더 빠르게 혹은 더 멀리 보내는 기술을 만드는 회사”라며 “공기역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하는 곳은 사실상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역학으로 전기차 효율 극대화…글로벌 기업과 협력 확대
최근 에이드로는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엔진 성능과 출력이 핵심 경쟁 요소였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배터리 효율과 주행거리가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공기저항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공기역학 기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에이드로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Y에 자사 기술을 적용한 결과 공기저항 계수(Cd)가 4.1% 감소했고, 전비 효율은 약 5% 개선됐다. 단순히 외형을 바꾸는 튜닝이 아니라 실제 효율 개선을 숫자로 증명한 것이다.
윤승현 대표는 “과거에는 자동차 시장이 ‘더 빠르게 달리는 차’를 원하는 일부 마니아 중심이었다면, 전기차 시대에는 ‘한 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가는 차’에 대한 수요가 대중 시장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며 “전기차 패러다임이 열리면서 공기역학 기술 역시 일부 고성능 차량 영역을 넘어 대중화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완성차 업계에서도 공기저항은 핵심 경쟁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이 점점 더 둥글고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하는 것도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차량 속도가 올라갈수록 공기저항은 급격히 커지며, 이는 전력 소모 증가로 직결된다. 특히 고속 주행 비중이 높은 북미 시장에서는 공기저항 개선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에이드로는 이런 흐름이 단순 차량 튜닝 시장을 넘어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업 가능성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회사는 글로벌 업체들과 에어로 파츠 및 공기역학 기술 협업을 논의 중이다. 향후에는 완성차 출고 단계부터 공기역학 기술이 반영된 옵션 형태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목표다.
에이드로가 새롭게 선보인 GR SUPRA 프로그램. 사진=에이드로 홈페이지 캡쳐
AI 기반 공기역할 솔루션 ‘AOX’…차량 넘어 물류·방산으로 확산
에이드로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공기역학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에도 진출했다. 회사가 개발 중인 AOX(Aerodynamic Optimization eXperience)는 AI 기반 공기역학 최적화 솔루션이다. 차량 3D 모델 데이터를 입력하면 공기역학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실시간으로 제안한다.
ADVERTISEMENT
기존 자동차 개발 프로세스에서는 디자이너가 차량 외형을 설계한 뒤, 공기역학 엔지니어가 뒤늦게 문제점을 수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이미 완성된 디자인을 다시 바꾸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에이드로는 이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디자이너가 초기 단계부터 공기역학 데이터를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이를 ‘에어로 GPT’라고 설명한다. 윤 대표는 “공기역학 기술은 소수 전문가 영역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를 디자이너가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AOX의 목표”라고 말했다.
AOX는 단순 자동차용 설계 툴에 머물지 않고 물류, 드론, 방산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에이드로는 CES에서 트럭 운송 효율 개선 솔루션을 공개하며,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증명했다.
에이드로는 이 같은 확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거점 확대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과 호주, 독일, 일본, 그리스 등에 법인과 지사를 운영 중이다. 미국에는 올해 ‘Irvine Experience Center’를 열어 북미 시장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며, 독일 법인은 유럽 인증과 OEM 영업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일본 시장 역시 현지 딜러 및 고객 대응을 강화하며 판매 기반을 넓히고 있다.
기술력만큼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에이드로의 지난해 매출은 약 110억원 규모로 늘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77~99% 수준을 기록했다. 에이드로는 현재 하드웨어 사업이 실적을 이끌고 있지만, 향후에는 AOX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비중을 확대해 ‘에어로 테크’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윤 대표는 “하드웨어가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결국 더 큰 확장성은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본다”며 “공기역학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산업의 개발 방식 자체를 바꾸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AOX 최적화 이후 CFD 압력 분포. 사진=에이드로 제공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