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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안 스님 "돈 벌수록 괴롭지만, 도 닦을수록 편안"

현재 스님은 챗GPT 등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영화 선사의 법문과 경전 강설을 번역하는 작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스님은 매일 차 마시는 시간 외엔 번역과 수행에 몰두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지키고 있으며, 무엇을...

현안 스님 "돈 벌수록 괴롭지만, 도 닦을수록 편안"

재미사업가서 위앙종 출가자로, ‘진짜 공부’ 찾아 한국 표류기

“돈 버는 건 긍정적인 일, 수행으로 덕 봐야 불교에 신뢰 생겨”

스포츠카를 몰고 대저택에 살며 잘나가는 사업가. 남부러울 것 없던 ‘성공한 사장님’이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깎았다. 한국 아닌 미국에서, 베트남계 미국인 선사를 만나 중국 위앙종 법맥을 이었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명상 맛집’으로 소문난 보화선원 현안 스님 이야기다.

스님이 신간 <미국 스님 한국 표류기>를 들고 대중 앞에 섰다.

■ 잘나가던 사업가, 스승 영화 선사 만나다

현안 스님의 출가 이력은 파격 그 자체다. 1981년생인 스님은 한국에서 제약회사에 다니다 직장생활의 피로와 회의 끝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27세 때 일이다.

스님은 당시를 “내가 이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하고 인생을 점검해 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대학전공인 미생물학을 살려 미국에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고, 결과는 예상 밖의 대성공이었다. 사업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3년 만에 매출은 15배나 뛰는 기염을 토했다.

사업이 커질수록 마음의 갈증은 깊어졌다. 머리는 좋았지만 성격이 좋지 않아 사람들에게 점수를 잃기 일쑤였고, 사업 구상 때문에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때 우연히 만난 이가 은사 영화 선사(Master YongHua)다. 2012년 ‘미트업(Meetup)’이라는 모임 플랫폼을 통해 무료 명상 지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도량은 초라했지만, 스님은 군더더기 없는 영화 선사의 가르침에 매료됐다.

영화 선사는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중국 선종의 5가 중 하나인 위앙종의 법맥을 이은 수행자다. 미국에서 오래 거주해 영어가 모국어 수준이며, 전통적인 위계보다는 실질적인 문답과 소통을 중시하는 서구적 합리성을 갖췄다. 현안 스님은 “불필요한 얘기 없이 딱 배울 것만 가르쳐 주시는 모습이 본능적으로 좋았다”고 했다.

출가 결심은 엉뚱한 순간 찾아왔다. 영화 선사가 한국 청년들의 잠재력을 보고 “한국에도 나중에 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현안 스님은 “한국에는 한국 스님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러자 스승의 툭 던진 말. “네가 하면 되겠다”. 현안 스님은 “밥을 먹다가 진짜 밥이 앞으로 쫙 나올 정도로 놀랐다”고 회고했다.

당시 사업 성공으로 세속적 즐거움을 만끽하던 단계였지만, 사흘 밤낮을 고민한 끝에 결국 “좋은 스승이 계실 때 배우는 것이 세속적 즐거움보다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머리를 깎았다.

■ “돈 버는 건 나쁜 게 아냐…수행해서 덕 봐야 진짜 신뢰 생겨”

현안 스님은 13일 출판간담회에서 ‘돈과 도’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 명쾌한 메시지를 내놨다. 스님은 돈과 도의 공통점은 “둘 다 어렵고 둘 다 기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라고 했다.

“돈은 많이 벌수록 지켜야 할 것이 많아져 괴로움이 커지지만, 도는 그 과정은 괴로워도 닦을수록 번뇌가 줄어들고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그렇다고 스님이 세속의 욕망을 죄악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님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건 되게 긍정적인 것”이라며 “돈을 벌어야 전기세도 내고 밥도 사 먹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스님은 불교가 현실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절에 와서 수행해서 가족과 화목해지거나 직업 등 삶이 좋아질 수 없다면 그런 수행은 유용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본인의 경험도 보탰다. 스님은 “출가 전 절에 다녀온 뒤면 주문이 늘었다. 절에 다니면서 매출이 15배로 오르면서 ‘불교 진짜 괜찮네, 믿을 만하네’라는 진심이 일어났다”고 털어놨다. 깨닫지도 못한 중생이 세속적 이익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거부하기보다 현실의 고통을 줄이는 발판으로 삼아 더 깊은 수행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게 스님의 현실 인식이다.

■ 美 위앙종의 ‘아메리칸 선명상’, 청년에 통하는 이유

청년 포교에 주력하는 현안 스님은 위앙종 수행의 핵심을 ‘실질적 변화’라고 했다. 스님은 최근의 ‘힙한 불교’ 열풍을 긍정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 사람들이 왔을 때 실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앙종의 지도 방식은 철저히 개인 맞춤이다. 스님은 선원을 찾은 이들에게 “왜 왔는지, 뭘 얻고자 하는지”부터 파악하며, 기복 신앙이든 지적 탐구든 그들의 욕구를 부정하지 않고 최선의 도움을 주려 연구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차를 대접하며 머물다 가게 하지만, 진짜 변화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빡센 결가부좌 수행을 지도한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위앙종은 일방적인 가르침보다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수평적 소통을 중시한다고 스님은 설명했다.

현안 스님은 “서구적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 세대에게는 위계를 내세우기보다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해주는 방식이 더 잘 맞는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보화선원에는 매주 100여 청년이 찾아와 자신의 한계와 부딪히는 실전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 '돈'에서 '도'로  ‘한국 표류기’가 전하는 울림

미국 국적의 위앙종 스님으로 한국에서 포교하며 겪은 우여곡절은 책 제목처럼 ‘표류기’에 가깝다. 승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한국으로 건너와 무시를 당하기도 했지만, 스님의 진심은 통했다.

길상사 주지 덕조 스님과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 등 조계종 선지식들은 종단을 초월해 현안 스님을 따뜻하게 포용하며 한국 불교의 깊은 숨결과 예법을 전해줬다.

현재 스님은 챗GPT 등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영화 선사의 법문과 경전 강설을 번역하는 작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스님은 매일 차 마시는 시간 외엔 번역과 수행에 몰두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지키고 있으며,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덕조 스님의 추천사처럼, 현안 스님의 행보는 타성에 젖은 불교계와 삶의 방향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세속의 언어로 ‘표류’라고 표현한 스님의 귀환은, 돈에서 도로 삶의 무게중심을 옮긴 한 수행자의 가장 현실적이고도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신간 <미국 스님 한국 표류기> 엿보기

제1장: 미국 스님, 한국에 온 까닭은?

미국에서 영화 스님을 만나 출가한 뒤, 한국으로 건너와 보산사, 보라선원, 보화선원 등 세 곳의 도량을 개원하며 겪은 좌충우돌 정착기를 담았다.

제2장: 당신의 명상은 평화로운가요?

선명상의 핵심 도구인 ‘가부좌’를 집중 조명한다. 신체적 통증이 어떻게 마음의 장애를 깨뜨리고 집중력을 기르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제3장: 한발 더 나아가기

명상을 단순한 ‘맛보기’로 소비하지 않고, 직접 몸으로 부딪쳐 체득하는 ‘실전의 영역’으로 안내하며 수행의 깊이를 더하는 법을 다룬다.

제4장: 버려진 돌멩이처럼: 인연의 기록

종단을 초월해 한국의 선지식들과 교류하며 얻은 깨달음의 기록이다. 덕조 스님, 심산 스님 등과의 따뜻한 인연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제5장: 일단 뛰어들어야 한다

위앙 전통의 집중 수행법인 ‘선칠(禪七)’과 ‘불칠(佛七)’을 소개하며, 대승불교의 정수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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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불교닷컴

조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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