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지컬AI’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챗GPT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피지컬AI의 개념과 시장 현황, 미래 전망 등을 알아본다.
모니터 밖으로 나온 AI, 현실에서 ‘손발’을 쓴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인공지능(AI)은 챗GPT,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AI다. 생성형AI는 이용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거나, 내용을 요약하고 문장을 번역하며, 그림을 그려주는 등의 작업에 특화됐다. 이같은 생성형AI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 안에 머물렀고, 실제 현실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존재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몸을 갖고 현실에서 행동하는 시대가 열렸는데, 이것이 피지컬AI다. ‘피지컬AI’는 AI가 화면 속 소프트웨어에만 머물지 않고 로봇이나 자동차처럼 물리적 실체를 갖추고, 주변 환경과 사물을 인지하고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행동을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피지컬AI와 로봇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피지컬AI는 프로그래밍된 대로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자동화 시스템과는 다르다. 주변 환경을 인식해 상황이나 맥락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최선의 대응이 무엇인지 추론하고 판단해 직접 행동하며, 자신이 한 행동으로 일어난 변화를 받아들이고 학습하며 향상된다.
바닥에 주스가 흘러 있다고 가정하자. 일반 로봇청소기는 기존에 청소하던 대로, 단순히 흡입구로 이물질을 빨아들이려 할 것이다. 반면 피지컬AI는 ‘이건 물이 아니고 주스라 끈적일 수 있으니 집중적으로 문지르자’라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하고, 걸레에 물을 더 많이 묻히고 더 강한 압력을 가해 바닥을 닦은 뒤, 제대로 닦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피지컬AI의 또 다른 특징은 현실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비게이션은 피지컬AI가 아니다. 내비게이션은 길을 찾고 음성 안내를 하지만, 몸을 갖고 있지 않으며 현실세계에서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지도 데이터와 사고다발구역이라는 통계를 바탕으로 정보를 제공할 뿐, 앞 차가 졸음운전을 하는지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는지 알 수 없으며 이에 대응하지 못한다. 반면 자율주행차는 피지컬AI다. 자율주행차는 수많은 센서를 통해 주변의 자동차와 보행자, 신호 등을 인지하고, 사고를 피하는 경로를 파악하며 핸들과 브레이크를 제어한다. 앞에 사고가 났다고 인지했을 경우 직접 물리적인 힘을 가해 차체를 움직여 우회할 수 있다.
AI가 몸을 갖고 현실에서 행동하는 시대가 열렸다. ‘피지컬AI’는 로봇이나 자동차처럼 물리적 실체를 갖추고, 주변 환경과 사물을 인지하고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행동을 수행한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미래가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온 로봇 혁명
피지컬AI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과 자율주행차가 있으며, 고도의 자율비행 기술과 피지컬AI를 결합한 드론도 개발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닮은 모습을 한 로봇으로 팔과 다리, 손가락을 보유하는 등 사람과 유사한 신체구조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피지컬AI 중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향후 대세가 될 전망인데, 이는 범용성 때문이다. 수많은 형태의 로봇들이 제각기 고유한 작업에 특화된 것보다는, 범용 인터페이스를 갖춘 로봇이 수많은 작업을 처리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현실세계가 이미 인간의 신체에 최적화되어 있는 만큼, 로봇이 인간 형태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기도 하다.
인간이 주변 상황을 둘러보고 생각한 뒤 행동하듯이, 피지컬AI도 ‘인지-추론 및 계획-물리적 행동 및 제어-피드백’의 순으로 작동하며 이에 필요한 구성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먼저 주변 환경과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카메라와 센서, 라이다(LiDAR, 빛을 쏘아 주변 환경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정밀하게 그려내는 기술)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데이터를 주고받고 명령을 처리하는 '통신 및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다. 이제 물리적인 행동을 할 차례인데, 피지컬AI는 사람의 근육과 골격, 관절과 비슷한 구동 장치인 ‘액츄에이터(Actuator)’를 장착하고 있다. 행동을 한 다음에는 결과를 학습하고 스스로 발전한다.
피지컬AI를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도 다양하다. 우선 현실과 흡사한 가상세계에서 로봇을 사전에 수없이 학습시켜, 현실에서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기술인 ‘디지털 트윈’이 있다. 로봇의 운영체제가 되는 ROS(Robot Operating System)는 로봇의 몸을 제어하고 데이터를 처리한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는 클라우드의 응답을 기다리기보다는 즉시 대응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엣지(Edge) AI는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로봇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판단,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로봇이 일을 하려면 현실 공간을 이해하고 주변 지도를 그리며,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인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도 중요하다. 또한 로봇이 눈으로 보고 사람이 한 말을 이해하며, 실제로 움직여서 행동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한 AI 모델이 필요한데, 이를 VLA(Vision-Language-Action)라고 한다.
피지컬AI는 2022년 등장해 현재까지 열풍을 이끈 생성형 AI의 다음 단계와도 같으며, 실험실에서 테스트하는 단계를 넘어 산업 현장에 배치되는 수준에 와 있다. 현실에서 직접 행동하기 때문에 생성형AI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ES는 매년 1월 개막하는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인데, CES 2026에서 가장 화두가 된 기술도 ‘피지컬AI’였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도 CES 2026에서 “피지컬AI의 챗GPT 시대가 도래했다”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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