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대표·이사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
금융사 직원도 2억 원 상당 금품수수 혐의 기소
전체 414억 원 규모 추가 피해 가능성도 수사
최나영 창원지검 차장검사가 허위 렌탈계약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실제 거래가 없거나 기존 장비를 새로 대여(렌털)한 것처럼 꾸며 금융회사에서 141억 원을 받아낸 대여업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허위 계약으로 가짜 채권을 만든 뒤 이를 정상 채권인 것처럼 속여 자금을 받아낸 신종 금융사기라고 밝혔다.
창원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이재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창원시 성산구의 ㄱ 렌털업체 대표 ㄴ(57) 씨와 이사 ㄷ(55)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ㄴ 씨에게는 금융회사 직원에게 금품을 건넨 배임증재 혐의도 적용됐다. 이 업체는 2020년 4월 종합렌털사로 설립됐으며 종업원은 12명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금융 심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한 캐피털사 리테일금융부 부부장 ㄹ(43) 씨를 불구속기소했다.
ㄴ·ㄷ 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자금난을 겪는 병원·공장·호텔·음식점 등의 법인·개인사업자와 허위 대여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근거로 4개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팩토링·할부·리스 금융을 받아 모두 141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4월까지 확인된 허위 계약은 415건, 이용자는 법인과 개인사업자를 합쳐 약 200명이다.
범행에는 이른바 ‘백렌털’과 ‘공렌털’ 수법이 동원됐다. 백렌털은 계약자가 이미 보유한 의료장비나 기계 등을 렌털업체가 새로 구입해 다시 임대한 것처럼 꾸미는 방식이고, 공렌털은 실제 렌털 물건이 없는데도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허위 계약을 작성하는 수법이다. 검찰은 대부분 범행이 백렌털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공렌털은 상대적으로 소액 거래에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백렌털에는 CT촬영 장비·치과용 전동의자·엑스선 촬영장비 등 고가 의료장비가, 공렌털에는 전동안마의자·냉장고·런닝머신·침상 등이 이용됐다.
이들은 허위 계약을 토대로 금융회사에 팩토링·할부·리스 금융을 신청하면서 장비가 실제 배송·설치된 것처럼 허위 설치확인서와 배송기록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가 직접 작성한 설치확인서까지 제출되자 금융회사들은 정상 거래로 믿고 자금을 집행했다.
검찰은 금융회사들이 렌털업체와 이용자가 공모해 허위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심사 절차를 운영한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허위 계약으로 만들어진 채권을 정상 채권인 것처럼 속여 금융회사 자금을 받아낸 것이 범행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허위 대여 계약에 활용된 병상과 심전도 측정기. /창원지방검찰청
팩토링은 렌털업체가 앞으로 받을 렌털료 채권을 금융회사에 양도하면 금융회사가 대금을 먼저 지급하는 금융기법이다. 검찰은 업체가 금융회사에서 받은 자금 가운데 11%를 수수료로 챙기고 나머지를 계약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사건에서 업체가 챙긴 수수료는 약 16억 원으로 추산된다.
수사 과정에서 금융회사 직원과 유착도 드러났다. 검찰은 ㄴ 씨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금융 심사 편의를 받는 대가로 ㄹ 씨에게 현금 1억 6200만 원과 GV80 렌트 비용 4300만 원 등 약 2억 500만 원 상당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원 부장검사는 “허위 렌털 이용자들은 자금 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매달 고액 렌털료 부담까지 짊어지게 돼 결국 체납으로 이어졌다”며 “피해 금융회사들의 연체·회수불능 등 부실 위험 채권은 전체 1094건 가운데 596건으로 54.5%에 달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기소가 중간 수사 결과라며 외부 영업사 등이 연루된 추가 범행과 피해 규모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인된 사기 금액은 141억 원이지만 ㄱ 업체를 통해 실행된 전체 금융서비스 규모는 약 414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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