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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요환 목사의 새벽묵상]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가장 자주 들려주는 조언은 이것입니다. “네 마음을 따르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자기 자신에게 정직한 삶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허요환 목사의 새벽묵상]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가장 자주 들려주는 조언은 이것입니다. “네 마음을 따르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자기 자신에게 정직한 삶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억눌린 감정을 해방시키고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인생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매혹적인 구호에는 한 가지 위험한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내 마음이 나를 가장 잘 인도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신뢰할 만한 안내자가 아닙니다. 어제의 확신이 오늘의 후회가 되고 오늘의 열정이 내일의 낭패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한없이 자신감이 넘치다가도 또 어떤 날은 아무 이유 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성경이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렘 17:9)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음은 중요하지만 결코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은 좋은 종이 될 수 있지만 결코 좋은 주인이 될 수는 없다.”

이를 잘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겨울왕국’입니다. 주인공 엘사는 “렛 잇 고(Let it go)”를 외치며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던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억압에서 벗어난 해방처럼 보입니다.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가 기대한 것과 다릅니다. 엘사는 자유를 얻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고립으로 들어갑니다. 그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얼음 성을 짓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둡니다. 마음을 따르는 삶이 결국 자기 자신 안에 갇히는 삶이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성경은 전혀 다른 길을 제시합니다. 시편 23편의 고백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다윗은 “내 마음이 나의 목자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하나님을 인생의 인도자로 고백합니다. 누가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가에 따라 인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음을 따를 때 우리는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지만 목자를 따를 때 비로소 만족을 경험하게 됩니다.

목자는 양을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고 때로는 지팡이와 막대기로 방향을 바로잡습니다. 그 순간은 불편하고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은 생명을 살리는 길입니다. 반대로 마음을 따라가면 당장은 자유로운 것 같지만 결국은 불안과 경쟁과 비교의 들판을 끝없이 헤매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본래 목자를 떠나 자기 길로 가기 쉬운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성경은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사 53:6)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길을 잃고 그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갑니다.

바로 그런 우리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는 “나는 선한 목자”라고 선언하시며 길 잃은 양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 주셨습니다. 십자가는 우리가 왜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건입니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 그리고 그분이 나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 주셨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를 낼 수 있는 근거입니다.

우리는 평생 행복과 인정, 성공을 뒤쫓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것이 세상의 가치입니다. 흥미롭게도 시편 23편 6절의 ‘따르리니’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라다프(radaph)’는 사냥꾼이 짐승을 쫓듯 ‘끝까지 추격하다’라는 뜻입니다. 내가 내 마음의 욕망을 포기하고 선한 목자를 따르기로 결단할 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내가 복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나를 기어이 찾아내어 붙잡는 은혜의 추격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자유는 마음을 따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진짜 자유는 올바른 목자를 따르는 데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선한 목자의 음성을 따를 것인가. 신앙은 내 마음을 만족시키는 길이 아니라 내 마음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길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따를 용기’가 아니라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인지도 모릅니다.

(안산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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