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취임 1년 2개월여 만에 ‘데드크로스’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른 것은 갤럽 조사에서 처음이다. 여권은 “허니문이 끝났다”는 평가 속에 반전 카드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4%로 직전 조사(51%)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8%p 오른 46%였다. 부정 평가 요인으로는 부동산 정책이 3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천지일보 의뢰로 코리아정보리서치가 10∼11일 실시한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38.4%로 40% 선이 무너졌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3∼7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부정 평가(53.0%)가 긍정 평가(43.3%)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갤럽 기준으로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패배 직후에도 57%를 유지했으나, 여당의 8·17 전당대회 국면에서 40%대 중반까지 내려앉았다.
청와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연히 지지율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고 국정 운영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점검하고 있다”며 “국민이 평가할 근본 대상은 삶의 질 개선인 만큼 민생과 경제 분야 성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우려가 짙다. 지방의 한 재선 의원은 “허니문이 끝난 것”이라며 “호재가 있어야 당청 지지율이 유지될 텐데 그것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다른 재선 의원은 “세제를 포함한 부동산 문제가 직격탄이었다”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다가 말이 바뀐 데 거부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통적 지지층 이탈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청래 당대표 후보는 지난 12일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이 식은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증시 불안과 맞물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 여당이 주도해 처리한 개정 형사소송법도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책 발표 후에도 국민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유연성을 강조했다. 레버리지 ETF 문제의 신속한 해결이나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피해자 보호 보완책을 주문한 것도 정책의 ‘국민 수용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완수사권 폐지로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형사소송법을 다시 개정하는 게 쉽겠나”라며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놔도 진척이 없으면 누가 청와대와 여당의 말을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당권 주자들은 전당대회 이후 반등을 자신하고 있다. 김민석 후보는 “전대가 끝나면 반등이 시작돼 3개월 후 정당 지지율이 10%p 오르고 국정 지지율도 회복되는 쌍끌이 체계가 갖춰질 것”이라고 했고, 정 후보는 “내가 당대표가 되는 즉시 대통령 지지율이 10%p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청 대전’ 구도로 여권이 진영별로 쪼개진 사실이 확인된 만큼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여권 일각에서는 인적 쇄신 카드도 거론된다. 한성숙 국무총리 취임 후 ‘2기 내각’이 정비되지 않은 만큼 10월 국정감사 전후로 예상되던 개각이 앞당겨지거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도 AI미래기획수석 등 공석이 장기화한 만큼 추가 참모진 개편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국갤럽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9.7%다. 천지일보 조사는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3.7%, 리얼미터 조사는 표본오차 ±2.0%포인트, 응답률 4.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