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사슬 전 단계 통합적 리스크 관리 및 중간재 산업 육성 필요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과거 자원·환경 보전이나 재정 확보 등 국내 정책이 주요 목적이었던 핵심광물 수출통제가 최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지정학적 레버리지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배터리·반도체·방산·AI 등 한국의 첨단전략산업이 직면한 공급망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자원 확보를 포함해 소재·부품 가치사슬 전 단계를 아우르는 공급망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18일 발간한 '핵심광물 수출통제의 변화 방향과 산업계 시사점' 브리프에서 이같이 밝혔다.
브리프에 따르면, 핵심광물 수출통제는 시기에 따라 양상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2010년 이전까지 수출통제는 주로 자국 산업 보호나 가격 우위 확보, 자원·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국제사회는 WTO 제소로 대응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원소 단위에서 가치사슬 전 단계로 규제가 확장됐다. 이러한 수출통제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산업도 광범위하게 확산됐으며, 리스크의 성격 역시 첨단산업 공급망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되는 등 핵심광물이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산업의 핵심광물 사용과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수출통제의 영향은 구조적으로 깊어지고 있다. 배터리 수출은 2020년 75억달러에서 2023년 98억3000만달러로 증가했고, 미국의 한국산 배터리 소재 수입 비중도 같은 기간 8.5%에서 33.7%로 급증했다. 이에 더해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로봇, 자율 모빌리티 등 AI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차원의 공급 리스크도 대두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수출통제 리스크가 원광 확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배터리·반도체·방산 산업은 금속화합물, 소재·부품 등 가치사슬 단계별로 특정국 수입 집중 구간이 다르며, 실제 공급망 병목은 중간재 단계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급망 리스크를 원광 단계만이 아닌 산업별·단계별로 차등화하고 정밀 식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2026년 출범한 FORGE(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의 의장국으로서, 기존 MSP(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협력을 확장한 포럼형 거버넌스에서 공급망 리스크 완화를 위해 선도적으로 협의·조정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화되는 공급망 실사 및 원산지 공개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 MSP·FORGE·OECD 지침에 기반한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해외우려집단(FEOC) 규정, EU의 핵심원자재법 등 공급망 재편 동력을 활용해 한국 기업이 배터리 양극재·전구체, 전력반도체 소재, 희토류 자석 등 중간재 시장에서 대체 공급자로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 중간재의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재활용 기술 확보 및 우방국 기반 정련·중간재 공급망 구축 등 상류 가치사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가 자원안보 정책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브리프를 작성한 김은아 연구위원은 “핵심광물 수출통제 대응은 원광 확보 전략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산업별·가치사슬 단계별 병목 구간을 정밀 식별하고 차등화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급망 재편기를 기회 삼아 핵심 중간재의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재활용 기술을 포함한 상류 가치사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가 자원안보 정책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다른기사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