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레저 산업의 허술한 사이버 보안망이 북한 주요 해킹조직의 타깃이 되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 소재의 한 골프장 서버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10만명에 달하는 회원의 방대한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되는 초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경찰이 북한 사이버 부대의 동향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밟힌 만큼 단순한 정보 탈취를 넘어 국내 주요 산업계 및 기업 임원진을 겨냥한 지능형위협(APT)의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8일 경찰청 안보수사지휘과에 따르면, 가평군 소재 골프장 리앤리CC 홈페이지 서버가 외부의 악성코드 공격에 감염돼 대규모 데이터베이스(DB) 유출사태가 발생했다. 경찰은 현재 해당 침해 사고의 정확한 침투 경로와 피해 규모를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추산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약 1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데이터 항목은 이름, 생년월일, 성별, 아이디, 비밀번호와 휴대전화번호, 유선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한 개인을 완벽히 특정하고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 최상위 수준의 식별 데이터가 통째로 털린 셈이다.
사이버 안보 관점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번 공격의 배후다. 경찰은 국방백서 기준 2024년 현재 8,400명 규모로 추정되는 북한 군 최고사령부 및 국무위원회 소속 주요 해커 조직을 수사하던 중 이번 골프장 침해 사실을 인지했다.
북한 해커들이 리앤리CC 웹서버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악성코드를 유포하고 시스템 제어권(백도어)을 탈취한 정황이 짙다.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북한 해킹조직이 국가 기관이나 방산·금융 등 보안 시스템이 견고한 1차 타깃 대신 상대적으로 방어막이 얇은 레저 산업 내 IT인프라를 노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형 골프장 예약 시스템과 회원 DB에는 기업 CEO나 주요 산업군의 핵심 의사결정권자 등 이른바 고부가가치 타깃(High-Value Target)의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다.
해커 입장에서는 이들의 세부 연락처와 일정을 파악해 산업 기밀을 노리고 표적 공격을 위한 최적의 덫(Watering Hole)으로 골프장 서버를 악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치명적인 위협은 유출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활용한 크리덴셜 스터핑 공격 가능성이다. 다수 사용자가 여러 웹사이트에서 동일한 계정 정보를 재사용하는 관행을 악용해 골프장에서 탈취한 인증 정보로 피해자가 근무하는 기업의 내부 인트라넷이나 클라우드 시스템에 2차 침입을 시도할 확률이 높다.
이번 사태는 외부망과 분리되지 않은 서버 운영과 민감 데이터의 평문 저장 등 중소 규모 업체들의 고질적인 보안 불감증이 초래한 참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출된 DB가 맞춤형 해킹공격(Spear Phishing)과 결합해 거대한 기업 보안 리스크로 전이되기 전 다중인증(MFA) 도입과 엔드포인트 탐지·대응(EDR) 솔루션 구축 등 전반적인 인프라 재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