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녹색경제신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기준을 해외 상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지배구조 전략이 전면 수정될 전망이다. 특히 성장사업을 분사해 기업가치를 키워온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는 반면, 기존 지배력을 유지해온 순수 지주사는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22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해외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지분 50% 이상을 의무 보유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상장 자회사 기준 30%만 확보하면 되지만, 이를 50%로 높이고 해외 상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앞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추진한 ‘중복 상장 제한’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려는 조치다. 해외 상장을 통한 규제 회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SK·LG·카카오…성장 분사 전략 ‘직격탄’
이번 정책의 가장 큰 영향권에 있는 곳은 ‘성장사업 분사 후 상장’ 전략을 활용해온 기업들이다.
대표적으로 SK㈜는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상장을 추진해왔지만, 지분 50% 유지 의무가 적용될 경우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LG 역시 향후 배터리·AI 등 신사업 분사 전략에 제약이 예상된다. 한화 또한 방산·우주 계열의 글로벌 IPO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플랫폼 기업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쪼개기 상장’ 논란을 겪었고, 향후 해외 상장을 통한 우회 전략도 어려워진다.
네이버 역시 웹툰·AI 사업의 글로벌 상장 전략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분 50% 규제는 단순한 숫자 변경이 아니라 기업 성장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정책”이라며 “IPO를 통한 밸류업 전략이 사실상 차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혜는 ‘순수 지주사’…지주사 할인 해소 기대
반면 이번 규제로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CJ, GS, LS 등은 이미 주요 자회사 지분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규제 영향이 제한적이다.
이들 기업은 오히려 시장에서 할인 요인으로 작용해온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 이해상충 우려가 줄어들면 지주사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며 “특히 지배력이 안정적인 그룹은 상대적으로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사례…카카오·삼성, 중복상장 논란 반복
중복 상장 논란은 이미 여러 차례 시장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카카오의 계열사 상장 이후 모회사 주가가 약세를 보이며 투자자 반발이 커졌고,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에서도 지배구조와 가치 이전 논란이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책이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투자 위축 우려도”…정책 효과 엇갈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유지해야 할 경우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배터리·AI·바이오 산업에서 성장 속도 저하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일반 주주 보호라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기업의 자금 조달 기능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 상장을 통한 규제 회피를 막고 지주회사 체제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 영향과 기업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 분사형’ 타격 vs ‘지배력 유지형’ 수혜…시장 재편 신호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으로 기업 간 희비가 뚜렷하게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사업을 분사해 상장시키는 전략을 활용해온 기업들은 구조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지배력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자회사를 운영해온 지주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규제는 ‘쪼개기 상장’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라는 정책 신호”라며 “단기적으로는 IPO 시장 위축, 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 개선과 지주사 재평가가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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