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 소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시장은 깜짝 놀랐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SSD(eSSD) 수요가 폭발해 두 회사가 유례없는 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1분기에 남긴 수익(영업이익)은 57조2000억 원이다. 지난해 전체 43조6000억 원을 14조 원가량을을 넘어선 수치다. SK하이닉스도 37조6000억 원을 남겼다. 지난해 전체 수익에 불과 10조 원이 모자란 분기 성적표다.
이 대로라면 올해 두 회사가 거둘 수익은 얼마나 될까.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선 500조 원을 넘어서리라 전망한다. 우리나라의 한해 총 예산이 700조원을 조금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수익 금액이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한다. 두 회사의 실적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서프라이즈'라는 표현이 다소 미흡하다고 느껴진다. 오히려 실적이 좋지 않을 때 쓰는 '어닝 쇼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 경제는 여러 대내외적인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K반도체가 초호황을 겪고 있다지만 일부 산업에만 국한된 문제니 일반 국민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K반도체의 막대한 수익은 두 회사의 주머니로만 들어가지 않고 우리 경제에 '낙수 효과'라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마련이다.
이런 선한 영향력은 두 회사와 거래하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안겨주는 수익에서 찾을 수 있다. 소부장 기업에 연계된 공급망 구조에 닿아 있는 기업들도 수혜가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이 500조 원을 기록할 경우, 내년 두 회사가 부담할 법인세는 약 125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법인세 세수 84조6000억 원과 올해 목표치 86조5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세액공제와 이연법인세 등 변수가 있지만 국가 재정의 든든한 배경이라는 사실에 의심 여지가 없는 것이다.
지금 반도체 시장을 일시적 '슈퍼 사이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곧 다운 사이클로 접어들어 수년 전 어려움을 다시 겪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AI가 촉발한 반도체 초호황은 그런 염려를 거부하는 시각이 대세다. 단순한 업사이클이 아닌 산업 구조가 바뀌는 과정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부 증권사는 내년 삼성전자의 수익이 500조 원에 근접하리라 전망했다. 'HBM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호 KAIST 교수는 2~3년 내 삼성과 SK의 수익이 1000조 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영업이익 500조원 시대를 맞는 K반도체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당장 서둘러야 하는 것은 뭘까. 두 회사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불필요한 노사 대립은 자칫 '황금알 거위'의 배를 가를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성과급 잔치도 모자라서 수십조 손실을 야기하는 삼성 노조의 파업 경고는 철부지의 으름장일 뿐이다. 이미 반도체는 나라의 운명과 직결된 핵심산업이다. 아무리 정당한 파업이라 해도 어느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는가.
중국은 HBM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고, 테슬라는 AI 반도체를 직접 만들겠다고 '테라팹' 계획을 발표했다. AI로 외면받던 인텔은 AI데이터센터 CPU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구글과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도 반도체 자급화를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
K반도체의 막대한 수익은 미래 투자에 아낌이 없어야 한다. 인재를 키우고 첨단설비를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다운사이클을 걱정할 것이 아니다. 도전을 뿌리치지 못하고 추월을 허용하면 K반도체는 영원히 지워질 수 있어서다.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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