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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함께 만드는 청년창업]-⑧ 지원사업은 왜 현장과 어긋나는가

그래서 린스타트업 방법론은 '빌드-측정-학습'의 반복을 강조한다.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시장 반응을... 아직 비즈니스 모델도 검증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에게 직원을 뽑으라고 압박하는 셈이다. 더 심각한...

[함께 만드는 청년창업]-⑧ 지원사업은 왜 현장과 어긋나는가

혼자 버티는 창업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로에서 창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년 막대한 자산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청년 창업의 5년 생존율은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 실패의 책임을 창업가 개인의 '간절함 부족'으로 치부하며 그들을 정서적 고립으로 내몰았습니다.

이에 이로운넷은 창업학 전문가 김종진 교수와 함께 '구조적 실패'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특집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개인의 영웅적 분투가 아닌 팀 기반의 협력, 학습 중심의 평가 체계, 지역과 공공이 결합된 생태계 구축을 통해 '함께 만드는 창업 경제'의 비전을 제시합니다. 고립된 청년 창업가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생적 활력을 어떻게 불어넣을 것인지, 매주 목요일 그 실천적 해법을 공유합니다. 편집자

김종진 | 건국대학교 교수

좋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

미스매치

매년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해 수조 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창업보육센터,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시제품 제작 지원, R&D 자금, 해외 진출 지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창업가들의 반응은 예상과 다르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정책이 왜 현장에서는 부담과 왜곡으로 작용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진정한 혁신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단기 성과 중심의 평가 시스템과 문서 중심의 선발 구조. 이 두 요소가 결합되면서 정부 지원사업은 '진짜 혁신가'가 아니라 '계획서 잘 쓰는 사람'을 선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창업 생태계 전체를 왜곡시킨다.

단기 성과 중심 평가의 덫

정부 지원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측정 가능한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업은 1년 단위로 설계되고, 평가는 매출 증가율, 고용 인원, 특허 출원 건수 등 정량적 지표로 이루어진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창업의 본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창업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다.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제품이 시장에서 먹힐지, 어떤 수익 모델이 작동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린스타트업 방법론은 '빌드-측정-학습'의 반복을 강조한다.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시장 반응을 보고, 배우고, 또 다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고, 당연히 초기 1~2년은 뚜렷한 매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사업은 이러한 학습 과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원 1년 차에 매출 목표를 세우게 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다음 해 지원에서 불이익을 준다. 심지어 일부 사업은 '고용 창출 실적'을 평가 지표로 삼는다. 아직 비즈니스 모델도 검증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에게 직원을 뽑으라고 압박하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습'이 평가 지표에서 완전히 배제된다는 점이다. 실패한 실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고객 인터뷰를 통해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는지, 팀원들이 어떤 역량을 키웠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오직 숫자만이 중요하다. 이는 마치 연구자에게 "논문의 질은 상관없고 올해 몇 편 출판했는지만 세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정부 지원사업은 '빠른 성장'을 강요함으로써 스타트업의 건강한 성장 곡선을 왜곡한다. 토대를 다지는 시간 없이 급성장한 기업들이 2~3년 후 무너지는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다.

계획서 게임의 승자들

두 번째 문제는 선발 과정에 있다. 대부분의 지원사업은 '사업계획서 평가'로 수혜자를 선정한다. 시장 분석, 경쟁사 분석, 재무 계획, 마케팅 전략 등을 담은 수십 페이지의 문서를 제출하고, 심사위원들이 이를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병행하기도 하지만, 역시 '얼마나 그럴듯하게 발표하는가'가 핵심이다.

문제는 '좋은 계획서를 쓰는 능력'과 '실제로 사업을 잘 실행하는 능력'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뛰어난 계획서는 컨설팅 회사나 전문 작성 대행업체를 통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청년 창업가들 사이에서는 "계획서 작성 노하우"가 공공연히 공유된다. 어떤 키워드를 넣어야 하는지, 어떤 통계 자료를 인용해야 하는지,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문구는 무엇인지 말이다.

이러한 구조는 본질적으로 '실행 역량'보다 '문서 역량'을 가진 팀을 선호하게 만든다. 정작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제품을 개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평가되지 않는다. 대신 그럴듯한 시장 조사 보고서를 첨부하고, 3년 후 매출 1000억 원 달성 계획을 제시하는 팀이 선정된다.

현장 인터뷰에서 만난 한 심사위원은 이렇게 토로했다. "계획서만 보면 다들 훌륭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1년 뒤 가보면 계획대로 된 팀은 거의 없어요. 처음부터 실행 가능성을 판단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죠." 또 다른 창업 멘토는 "정말 잠재력 있는 팀들은 계획서 쓰는 데 시간 쓰지 않고 제품 개발에 올인합니다. 그런 팀들이 오히려 지원에서 탈락하죠"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선발 구조가 '현장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창업가들은 진짜 고객을 만나는 대신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법을 배운다. 실제 시장 데이터가 아니라 그럴듯해 보이는 추정치를 만드는 데 익숙해진다. 지원금을 받기 위한 '계획서 게임'에 최적화되면서, 정작 사업 자체는 뒷전으로 밀린다.

한 식품 스타트업 대표의 증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원사업 3개를 동시에 신청하면서 3개월을 계획서 쓰는 데 썼어요. 그 시간에 제품 테스트하고 고객 피드백 받았으면 훨씬 나았을 거예요. 결국 2개는 떨어지고 1개만 붙었는데, 붙은 것도 정작 우리가 하고 싶은 사업이 아니었죠.“

정책의 재설계: 과정과 성장을 측정하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부 지원사업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평가와 선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첫째, '결과 평가'에서 '과정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매출이나 고용 같은 결과 지표만 볼 것이 아니라, 창업 팀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지표들이 가능하다.

• 고객 인터뷰 횟수와 질적 피드백 수집 역량

• 가설 수립과 검증 실험의 체계성

• 피봇(방향 전환) 결정의 합리성과 속도

• 팀 내부 학습 문화와 역량 성장 정도

• 실패한 실험에서 도출한 인사이트

이러한 지표는 단기 매출보다 훨씬 중요한 '장기 생존 가능성'을 예측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선도적 액셀러레이터들은 이미 이런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평가하고 있다.

둘째, '팀 성장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Y 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 투자는 곧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좋은 팀은 시장이 변해도, 초기 아이템이 실패해도 결국 성공한다. 따라서 평가는 '이 팀이 얼마나 빠르게 배우고 성장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팀원들의 역량 변화(기술, 영업, 마케팅 등)

• 외부 멘토 및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정도

•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개선

• 스트레스와 갈등 관리 능력

셋째, '학습·실험·실패'를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실패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보고하고, 그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공유하는 팀에게 오히려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Fail Report(실패 보고서)'를 의무화하고, 이를 통해 창업 생태계 전체가 학습하도록 만든다.

넷째, 선발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계획서 평가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비중을 대폭 낮추고 대신 '실행 증거'를 평가해야 한다.

• 이미 확보한 고객 수와 그들의 반응

• 시제품(MVP)의 완성도와 실제 작동 증명

• 팀원들의 과거 실행 경험과 성과

• 현장 실사를 통한 실제 업무 환경 평가

일부 기관에서는 '현장 심사제'를 도입해 심사위원이 직접 창업 팀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관찰한다. 이러한 방식이 확대되어야 한다.

지원사업의 목적

지속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 중심의 평가는 창업가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계획서 중심의 선발은 실행력 있는 팀을 걸러낸다. 이 두 가지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계획서 잘 쓰는 전문가'만 양산될 뿐이다.

진정한 혁신은 실험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다. 고객을 만나고, 시행착오를 겪고, 배우고, 다시 도전하는 그 과정에서 탄생한다. 정책은 이 과정을 촉진해야지, 방해해서는 안 된다. 좋은 정책은 결과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원금이 아니라, 더 현명한 지원 방식이다. 과정을 존중하고, 성장을 측정하며, 실패로부터 배우는 정책. 그것이 진정 청년 창업가를 돕는 길이다.

김종진 교수

김종진 | 건국대학교 교수

창업학 박사 · 창업지원본부 메이커스페이스센터/혁신공유대학 에코스마트시티융합전공 교수

필자 김종진 교수는 창업학 박사로 20년 이상 창업 지원 현장에서 이론과 실무를 축적해 온 전문가이다. 현재 건국대학교에서 메이커교육과 창업교육, 지산학연 협력을 수행하며, 한국벤처창업학회 이사, 한국산학협력정책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 한국창업진흥협회 부회장, 한국기술거래사회 이사, 서울창업포럼 위원, 동국대학교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학회에서 10여년간의 활발한 연구 활동과 더불어, 직접 창업과 기업 경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 기반 역량을 바탕으로 학생·소상공인·사회연대경제·여성·청년·시니어 창업 등 다양한 영역의 창업 지원을 실천해 왔다.

김종진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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