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위치한 한화생명 본사 63빌딩 전경. 출처=한화생명
한화생명이 올해 1분기 보장성 중심의 신계약 확대과 투자손익 호조를 바탕으로 순이익 반등에 성공했다.
신계약 규모를 보여주는 보장성 연납화보험료(APE)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가운데, 신계약의 장래 수익성을 나타내는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늘며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여기에 대체투자 배당이익과 평가이익이 투자손익을 끌어올리며 전체 순이익 개선을 뒷받침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38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958억원)와 비교하면 29.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9조9852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4546억원) 대비 54.7% 늘었고, 영업이익은 4808억원으로 전년 동기(3713억원) 대비 29.5% 증가했다.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2478억원으로 전년 동기(1219억원) 대비 103.2% 늘었다.
연결 기준은 한화생명뿐 아니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해외 법인 등 종속법인의 실적이 모두 반영된 수치다. 별도 기준은 한화생명 개별 법인의 실적을 보여준다. 이번 1분기에는 한화생명 개별 법인의 이익이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주요 종속법인의 실적도 더해지면서 연결 순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신계약 CSM 25.1% 증가…"'단기납→중장기납 중심' 전략 전환 영향"
실적 개선의 큰 축은 보장성보험 중심의 신계약 확대다. 한화생명의 1분기 보장성 APE는 7003억원으로 전년 동기(6880억원) 대비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계약 CSM은 6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4880억원 대비 25.1% 늘었다. 신계약 CSM 수익성도 지난해 1분기 7.8배에서 올해 1분기 9.8배로 2.0배 개선됐다.
APE와 CSM의 증가 폭이 차이를 보인 것은 판매 상품의 구성과 수익성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APE는 월납·일시납 등 납입 방식이 다른 보험료를 1년 단위로 환산한 보험료 수익 지표로, 신계약 효과를 보다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다. CSM은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로, 해당 계약이 장기간에 걸쳐 가져올 장래의 미실현이익을 반영한다. 따라서 같은 규모의 보험료가 유입되더라도 납입기간, 담보 구성, 손해율 가정, 유지율 등 수익성 요인이 개선되면 CSM 증가율은 APE 증가율을 웃돌 수 있다.
상품별로는 종신보험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종신보험 신계약 CSM은 지난해 1분기 128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780억원으로 117.2% 증가했다. 반면 건강보험 신계약 CSM은 같은 기간 3300억원에서 2830억원으로 14.2% 감소했다.
이는 종신보험 판매 전략을 단기납 중심에서 사망담보 중심의 중장기납 중심으로 전환한 영향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짧은 기간 보험료를 납입하는 구조라 초기 보험료 유입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높은 환급률을 앞세우고 있어 해지 리스크와 유지율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화생명이 중장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늘린 것은 신계약 CSM 규모뿐 아니라 장기 유지 가능성과 미래 이익의 안정성을 함께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계약 수익성 개선은 보유계약 CSM 순증으로도 이어졌다. 1분기 말 한화생명의 보유계약 CSM은 8조9210억원으로 전분기 말 8조7140억원 대비 2073억원 증가했다. 신계약 CSM 6110억원과 이자부리 890억원이 더해졌고, CSM 상각 1910억원과 경험조정 3120억원 등이 차감됐다.
다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경험조정 차감 규모는 3350억원에서 3120억원으로 230억원 축소됐다. 경험조정은 미래 수취할 것으로 예상됐던 보험료와 실제 현금흐름 간 차이가 발생하면서 CSM에 반영되는 조정분이다. 지급 보험금이나 사업비가 예상보다 더 발생한 경우에는 CSM을 깎는 요인이 된다.
제판분리 효과 가시화…GA 채널 외형·내실 '동반 확대'
영업 조직 기반도 확대됐다. 한화생명 GA 채널 설계사 수는 1분기 말 3만7646명으로 집계됐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소속 설계사가 2만6735명으로 가장 많았고, 피플라이프 4679명, 한화라이프랩 3732명, IFC 2500명 순이었다. 13회차 계약 유지율은 90.2%로 개선됐고, 13회차 정착률은 55.8%로 전년 말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한화생명은 2021년 4월 제판분리(보험상품 제조·판매 분리)를 통해 판매 조직을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분리했다. 이후 GA 조직 규모를 키우며 판매 채널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이번 1분기에는 설계사 수 확대와 함께 계약 유지율·정착률도 개선되면서 판매 채널의 양적 성장과 질적 관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속법인 실적도 연결 순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피플라이프, 한화라이프랩, IFC 등 GA 종속법인은 1분기 합산 순이익 233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한화저축은행 등 국내 금융 종속법인은 145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주요 종속법인은 4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한화생명 개별 법인의 이익 증가에 GA, 손해보험, 자산운용, 증권, 해외 법인 실적이 더해지며 연결 기준 이익을 끌어올렸다.
보험손익은 감소…예실차 적자 폭 630억 확대
다만 보험손익은 순이익 증가와 달리 감소했다. 한화생명의 1분기 보험손익은 620억원으로 전년 동기(1040억원) 대비 40.4% 줄었다. 직전 분기(2050억원)와 비교하면 69.8% 감소한 수준이다. CSM·위험조정(RA) 상각이 2360억원으로 이익을 뒷받침했지만, 예실차(예상과 실제 비용의 차이) -920억원, 손실부담계약 -400억원, 간접사업비 등 -420억원이 전체 보험손익을 끌어내렸다.
RA는 보험사가 보험계약의 비금융위험(해약위험, 비용위험 등)을 부담하는 대가로 설정한 금액이다. CSM·RA 상각은 장래 이익과 위험조정액을 보험기간 경과에 따라 손익으로 인식하는 것을 뜻한다. 손실부담계약은 보험사 보유계약 가운데 향후 이익으로 인식할 보험료가 없지만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은 남아 있는 계약을 뜻한다. 이런 계약은 손실 가능성을 미리 비용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보험손익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예실차는 지난해 1분기 -290억원에서 올해 1분기 -920억원으로 적자 폭이 630억원 확대됐다. 실제 발생 보험금·사업비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보험손익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백재민 경영관리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실차가 발생한 급부 및 특약의 한도를 축소하는 등 언더라이팅(보험인수 심사)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연간으로는 예실차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앞으로 보험금을 비롯해 사업비 예실차도 연간으로는 흑자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손익 2419억원…대체투자 배당·평가이익 기여
투자손익 확대는 1분기 별도 순이익 개선을 뒷받침했다. 한화생명의 1분기 별도 기준 투자손익은 2419억원으로 전년 동기(450억원) 대비 437.5% 증가했다. 이 중 이자·배당수익은 7200억원으로 전년 동기(6430억원)보다 12.0% 늘었고, 처분·평가이익은 2130억원으로 전년 동기(90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부담이자는 -6870억원으로 비용 요인이었지만, 이자·배당수익과 처분·평가이익 증가가 이를 상쇄했다.
특히 대체투자 배당이익과 평가이익이 투자손익 증가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이창주 투자기획팀장은 "대체투자 자산 처분 및 청산에 따른 이익은 없었고 기본적으로 배당이익이 주를 이뤘다"며 "세부적으로 지난 1분기 기준 대체투자 배당이익으로 2200억원을 실현했고, 대체투자 평가액은 198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대체투자 성과의 배경에는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가 자리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부터 채권 등 ALM(자산부채관리)에 기반한 장기채 투자를 지속해왔다. 1분기 말 한화생명의 전체 운용자산 95조3600억원 중 장·단기채(채권형 수익증권 제외) 투자금액은 54조4770억원(57%)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장기채 비중은 국내·해외 합산 87%에 달한다. 특히 국내채권은 AAA 등급 이상에 98%, 해외채권은 A 등급 이상에 98%를 투자하며 안정적인 우량등급 채권에 투자를 지속했다. 이 점이 1분기 이자수익 증가에 1차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ALM은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를 낮춰 금리 변동에 따른 순자산 변동 위험을 줄이는 관리 방식이다. 특히 지난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보험사들의 시장금리 민감도는 더욱 커졌다. 이에 보험사들은 ALM 관리를 위해 장기채와 초장기채 편입을 늘려왔고,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이자수익 확보 효과도 얻었다.
또 2000년대 초부터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했던 PEVC(사모펀드·벤처캐피탈) 분야에서 성과가 발생한 것, 인공지능(AI) 테크·환경·태양광 산업 등 투자 실적이 반영된 것이 1분기 대체투자 배당 및 평가액 증가를 이끌었다.
다만 대체투자 성과가 순이익을 크게 끌어올린 만큼, 향후에도 같은 수준의 투자손익이 반복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체투자 배당수익은 펀드나 프로젝트별 배당 시점에 따라 특정 분기에 몰릴 수 있고, 평가이익 역시 금리, 자산가격, 환율 등 시장 변수에 따라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K-ICS 162%로 개선…기본자본 비율 관리는 과제
재무건전성 지표인 K-ICS 비율도 전분기보다 높아졌다. 한화생명은 1분기 말 K-ICS 비율을 전분기(157.5%)보다 4.5%포인트 상승한 162.0%로 예상했다. 가용자본은 23조9950억원, 요구자본은 14조8140억원으로 집계됐다. K-ICS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급여력비율이다.
다만 한화생명은 전체 K-ICS와 별도로 기본자본 K-ICS 비율 관리도 강조했다. 박수원 한화생명 리스크관리팀장은 "기본자본 비율은 1분기 60%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말 예상 목표치는 60% 이상을 두고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K-ICS 비율은 보험사가 보유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하는 지급여력 지표다. 이때 가용자본에는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이 함께 반영된다. 반면 기본자본 K-ICS 비율은 보통주, 이익잉여금 등 손실흡수력이 높은 핵심 자본을 중심으로 본다. 따라서 전체 K-ICS가 높더라도 기본자본 비율이 낮으면 자본의 질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화생명은 이를 위해 보험금 예실차 개선, 공동 재보험을 활용한 금리 위험 축소, 내부모형 승인 준비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배당 재개는 "제도 개선 이후에"…자사주 처리방안도 "검토 중"
한편 배당 재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는 '해약환급금준비금(해약준비금)' 적립 부담 등으로 배당 재원 확대에 제약을 받고 있다. 해약준비금은 보험계약이 중도 해지될 경우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환급금 부담을 고려해 쌓는 준비금이다.
IFRS17 체계에서는 해약준비금이 시가평가한 보험부채보다 클 경우 그 차액을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문제는 이 준비금이 자본 내 이익잉여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배당 가능 재원에서는 제외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회계상 이익이 늘더라도 해약준비금 적립 부담이 크면 실제 배당 여력은 제한될 수 있다.
한화생명은 해약준비금 제도 개선을 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김동희 재정팀장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편을 위해 생명보험협회 중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배당 가능 시점에 대해 "제도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 제도 개선 이후"라고 말했다. 1분기 순이익과 K-ICS 비율이 개선됐더라도, 배당 재개 여부는 단기 실적보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여부에 더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처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한샘 경영기획팀장은 "상법 개정 통해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됐지만 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다"며 "소각을 포함해 처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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