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COM:THE SHIFT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연수 대표. 사진=백수정 기자.
한글과컴퓨터가 36년 만에 사명을 ‘한컴’으로 바꾸고 소버린 에이전틱 운영체제(OS) 기업으로 전환한다. 기존 문서 소프트웨어(SW) 기업 이미지를 넘어 데이터 주권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실행 환경을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19일 한컴은 이날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HANCOM : THE SHIFT’를 열고 사명 변경과 AI 사업 성과, 글로벌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회사는 이번 발표를 단순 신제품 공개가 아니라 새로운 기업 정체성 선언으로 규정했다.
한컴이 제시한 핵심 방향은 ‘소버린 에이전틱 OS’다. 조직 내부 데이터와 외부 AI 모델, 기존 업무 시스템, 권한 체계를 하나의 안전한 환경에서 연결·통제하는 AI 운영체제다. 공공·국방·금융·헬스케어처럼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에 전면 위임하기 어려운 산업이 주요 수요처로 꼽힌다.
글로벌 AI 시장이 단순 질의응답 중심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화’ 단계로 이동하는 가운데, 각국 정부와 기업의 데이터 주권 요구도 강화되고 있다. 회사는 이 흐름이 소버린 에이전틱 OS 시장 확대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AI 매출이 전체 실적 성장 견인
한컴은 이번 행사에서 AI 사업 실적도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1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전체 매출 증가분 162억원 가운데 AI 매출 기여도는 54.6%였다. 지난해 AI 패키지 매출은 약 8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AI 매출 비중은 더 확대됐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465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이 중 AI 매출은 52억원으로 전체의 11.21%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AI 매출 비중이 0.04%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업화 속도가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한컴은 기존 고객 기반을 AI 사업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다. 중앙부처 100%를 포함한 공공·정부 부문 약 1만4000개사, 교육 부문 약 4만개사, 금융·보안 민감 산업 약 1500개사 등이 주요 고객군이다. 신규 고객 확보보다 기존 고객에 AI 기능을 추가 공급해 고객당 매출을 높이는 구조다.
시장 침투 속도도 회사가 강조한 부분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한컴의 기업 간 거래(B2B) 고객 중 AI 패키지를 실제 도입한 비율은 4.2%다. 회사는 이를 글로벌 빅테크 AI 제품 전환율(5% 미만)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SaaS 기반 고객 가운데 54%가 갱신 과정에서 AI 패키지를 선택했다는 점도 공개했다.
◆ LLM 경쟁 대신 데이터·보안 집중
기술 전략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경쟁보다 데이터·보안 인프라 구축에 맞춰져 있다. 한컴은 데이터 원천과 실행 도구, 보안·거버넌스 환경을 통합 제공하고 고객이 원하는 LLM을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는 비종속형 구조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대표 기술은 오픈데이터로더(ODL)다. PDF 등 비정형 문서를 AI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회사는 올해 3월 공개한 ODL V2.0이 글로벌 오픈소스 벤치마크 주요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컴은 내부 AX(AI 전환) 사례와 공공 레퍼런스도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내부적으로 750건 이상의 AI 도입 사례를 진행 중이며, 국회도서관 AX 사업과 국회사무처 AX 사업 등을 통해 공공망 기반 AI 구축 경험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국회도서관 AX 사업은 180만 페이지 분량 문서를 데이터화하고 검색증강생성(RAG)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다. 국회사무처 AX 사업에는 삼성SDS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HWP 데이터로더와 데이터 파이프라인 등을 공급했다.
◆ 유럽 AI 주권 시장 정조준
글로벌 시장의 첫 타깃은 유럽이다. 한컴은 유럽 현지 정보기술(IT) 기업 3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인공지능법(AI Act)이 동시에 작동하는 유럽이 AI 주권 수요가 가장 빠르게 확대되는 시장이라는 판단이다.
제품 정책도 바뀐다. 한컴은 ‘한컴오피스 2024’를 마지막으로 기존 연식제 패키지 발매를 종료한다. 앞으로는 AI 기능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플랫폼 구조로 운영할 예정이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한글과컴퓨터라는 이름은 한국어 문서 처리의 표준을 만든 출발점이었지만, 이제 한컴이 다루는 영역은 문서를 넘어 데이터로, 컴퓨터를 넘어 AI 에이전트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확장됐다”며 “데이터 주권과 AI 실행 환경을 통합 제공하는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 한컴의 새로운 36년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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