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직접 해양조사 '공정 혁명'으로 기간 단축
핵심 부품 국산화 지원··· HVDC 산업 경쟁력↑
2030년까지 새만금-수도권간 HVDC 완공 목표로 사업 착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1단계 구축이 2030년까지 앞당겨진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서해안 일대에서 만든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완공이 앞당겨진다. 19일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서해안 일대 대규모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실어 나를 '서해안 HVDC(초고압직류송전) 에너지고속도로' 1단계 새만금~수도권 구간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30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한전이 직접 사전 현장 조사... 확 줄인다
한전은 이를 위해 기존 공정의 틀을 바꾸고 핵심 기술 국산화에 나선다.
우선, 2년 이상 걸리는 기본설계 절차를 한전이 직접 맡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과거엔 기본설계를 마친 뒤 케이블 제조사가 직접 해양조사에 나섰다. 제조사가 현장 조사를 끝내야 본격 케이블 생산에 착수할 수 있었다. 한전은 올해부터 이 해양조사를 직접 수행해 기간을 줄이기로 했다. 한전이 먼저 바다 밑 지형과 조류 등 해양조사를 조기에 완료하면, 나중에 계약이 체결되는 즉시 케이블 제조사가 생산 라인을 돌릴 수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한전은 ‘서해안 HVDC 에너지고속도로’의 핵심인 새만금~수도권 구간을 2030년에 준공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이 속도를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 반도체 클러스터 증설 등으로 수도권의 전력 수요는 이미 한계를 향해 치닫고 있다. 서해안에서 풍력으로 만든 전기가 수도권에 닿지 못하면, 발전소만 지어놓고 전기를 전달하지 못해 산업이 멈추는 상황이 벌어진다.
◇GW급 변압기 국산화…'HVDC' 글로벌 경쟁력도 갖춘다
HVDC 핵심 부품 국산화도 추진한다. 지금까지 핵심 기자재는 해외에서 들여와야 했다.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은 MW(메가와트)급 HVDC 변압기에 머물러 있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에 필요한 GW(기가와트)급 '이극(Bi-pole)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는 수입품에 의존했다. 해외 제작사의 납기가 늦어지면 국가 핵심 전력망 구축이 지연되는 구조적 취약점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제품 국산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국내 전력기기 4개사를 '500kV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기술 개발' 사업 참여기업으로 선정했다. 2025년부터 3년간 총 560억 원(국비 280억 원)을 투입, GW급 기술을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 전력 계통 전문가는 " 'Bi-pole(이극) 방식'은 두 개의 선로를 동시에 운용하기 때문에,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선로가 전력 수송을 이어받는다"며 "국가 기간 전력망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국산화하면 해외 업체 납기에 끌려다니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향후 글로벌 HVDC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대형 원전 1.5기 분량의 송전 동맥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1단계 구간은 당초 4GW급 2개 루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압형 HVDC 기술의 현재 성숙도와 전력 계통 여건을 감안해 2GW급 4개 루트로 재편했다. 단위 용량을 낮추되 루트를 더 촘촘히 깔겠다는 전략이다. 1단계 구간만 해도 신고리 3호기 같은 대형 원전 약 1.5기 분량의 전력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는 규모다. 한전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해당 구간을 해저 건설 방식으로 확정했다. 육상 경로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 지중화 제약 등 변수가 많지만 해저 케이블은 이런 리스크를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변환소 부지 8곳을 선정했다. 사업 추진을 위한 토대가 갖춰진 셈이다.
한전의 구상은 송전망 건설에 그치지 않고 국내 HVDC 산업을 육성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케이블 제조사들과 협력해 대량의 해저케이블 생산 능력을 미리 확인하고, 초대형 포설 선박 등 특수 장비 도입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인허가 기간 단축과 지역과의 상생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한전은 정부 및 지자체와 실무협의체를 설립해 공기 단축과 해저케이블 경과지 주민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 사업은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 구축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1단계 에너지고속도로 2030년 준공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익훈 기자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