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중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오른 품목이 86.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연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 상승 압력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이유로 향후 금리 인상 필요성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지만, 의사록에는 일부 위원의 인상 주장과 다수 위원의 물가 경계감이 함께 담기며 통화정책 기조가 한층 매파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은행이 16일 공개한 2026년 5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7명 중 2명은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한은은 당시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이 인상 의견을 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나머지 5명은 동결 의견을 냈다.
인상 의견을 낸 한 위원은 물가 상승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향후 실물경제와 물가 지표 흐름을 보며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반도체 산업의 낙수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작아 수출 개선이 곧바로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 위원은 공식 물가 지표보다 체감 물가 압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으며, 물가 불안 심리가 고착되기 전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중동 전쟁과 유가 상승, 환율 변동성이 겹친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물가 안정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인상 의견 위원도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물가 압력 확대와 기대 인플레이션 불안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 전반에 확산하는 임금 인상 요구가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어 가계대출의 추세적 안정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금융안정도 인상론의 중요한 근거였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살아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경우 기준금리 동결이 금융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금통위 내부에서는 물가와 금융안정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선택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인식도 확인됐다. 동결 의견을 낸 위원들 역시 향후 금리 인상 필요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다수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중동 전쟁의 향후 전개와 유가 충격의 파급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큰 만큼, 대내외 여건 변화를 더 확인한 뒤 정책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섣부른 기준금리 조정보다는 국제유가와 환율, 성장 흐름, 물가 지표를 면밀히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동결 의견을 낸 한 위원은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하기보다 대외 환경 변화 추이를 좀 더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 전반에 걸친 양극화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적한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물가 대응이 중요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과 취약 부문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의사록은 지난달 금통위 결정이 단순한 동결이 아니라 ‘매파적 동결’에 가까웠음을 확인시켜준다. 당시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50%로 8회 연속 동결했지만, 유상대·장용성 위원이 인상 소수의견을 냈고, 시장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취임 후 첫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금융안정 리스크를 강조하며 긴축적 메시지를 냈다.
향후 관건은 물가 압력이 일시적 충격에 그칠지, 임금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해 기조적으로 확산할지 여부다. 중동 정세가 유가를 다시 자극하고,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며,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이 동시에 불안해질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명분은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유가와 환율이 안정되고 내수 회복이 제한적이라는 신호가 뚜렷해질 경우 금통위는 추가 확인에 무게를 둘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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