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멀쩡해도 내부 변화…2.1MGy 전후 열화 양상 달라져
우주항공·원자력 소재의 내구성·수명 평가에 활용 기대
국내 대학 연구진이 우주와 원자력 시설처럼 강한 방사선에 노출되는 고분자 소재의 내부 손상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구축했다. 겉으로 균열이나 손상이 보이지 않아도 소재 내부에서는 분자구조와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한양대는 유기나노공학과 엄영호 교수 연구팀이 충남대 진형민 교수팀,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재기 박사팀과 공동으로 고분자 소재의 분자구조부터 기계적 성질까지 한꺼번에 분석하는 평가체계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우주항공과 원자력 분야에서 사용하는 고성능 수지인 시아네이트 에스터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이용해 강한 중성자와 감마선을 쪼인 뒤 소재 내부의 분자 배열과 화학 결합, 강도 변화를 단계별로 살폈다.
분석 결과 방사선량이 늘수록 소재 성능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약 2.1MGy를 기준으로 변화 양상이 달라졌다.
방사선량이 비교적 낮을 때는 고분자 내부의 화학 결합 일부가 끊어지면서 구조가 느슨해지고 강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방사선량이 더 높아지자 끊어진 분자 일부가 다시 결합하면서 내부 구조가 치밀해지고 기계적 성질도 일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소재의 국소 탄성계수는 처음 5.7GPa에서 저선량 조사 뒤 5.1GPa로 낮아졌다가 고선량에서는 최대 6.0GPa까지 회복됐다.
주목할 점은 이런 내부 변화가 일어났는데도 전자현미경으로 본 표면에서는 뚜렷한 균열이나 손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관만으로는 소재가 얼마나 손상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우주선과 인공위성, 원자력 설비 등에 쓰이는 고분자 소재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간 방사선에 노출될 때 소재가 언제부터 약해지는지,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엄 교수는 “고분자 소재의 방사선 손상을 단순한 성능 저하가 아니라 내부 분자구조가 변하고 다시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소재와 극한 방사선 환경으로 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양대와 충남대, 한국원자력연구원, 경북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북대, 미국 유타주립대 등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고분자 소재 시험·평가 분야 국제학술지 ‘Polymer Testing’ 164호에 게재됐으며 지난 6일 온라인 공개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