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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미반도체 vs 한화세미텍, 특허 소송 격화…왜 싸우나?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공정 장비인 열압착(TC) 본더를 두고 국내 대표 반도체 장비업체 간 특허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한미반도체 vs 한화세미텍, 특허 소송 격화…왜 싸우나?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가 TC 본더 특허를 두고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왼쪽), 한미반도체 제공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공정 장비인 열압착(TC) 본더를 두고 국내 대표 반도체 장비업체 간 특허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1위 TC 본더 기업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옛 한화정밀기계)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을 두고 "후발 주자의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내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미반도체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가 2016년 HBM 생산용 TC 본더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17년 고객사에 공급하며 시장 표준을 정립한 '원조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미반도체는 "특허 비침해 사실이 명백한 만큼 소송을 단기에 끝내는 우회적 전략인 특허무효심판 대신 본안 소송을 통해 법원의 적확한 판단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화세미텍이 주장하는 특허에 대해 선사용권 자료와 무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화세미텍의 TC본더 'SFM5-Expert'. 사진제공=한화세미텍

격화하는 법정 공방

한미반도체는 2024년 12월 한화세미텍의 장비가 자사의 2모듈과 4헤드 구조 등 핵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세미텍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5월 TC 본더 특허 자체가 무효라며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한미반도체의 HBM3E(5세대)용 TC 본더가 플럭스 도포와 검사 관련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역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근본적 배경에는 SK하이닉스향 HBM TC 본더 공급 주도권 다툼이 자리한다.

애초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던 시장이었지만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화세미텍이 자체 장비 개발에 뛰어들었고, 2024년 3월 SK하이닉스에 TC 본더를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양사 간 특허권 다툼이 격화했다.

팽팽한 줄다리기…침해 특허 쟁점은?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의 HBM용 TC 본더인 '그리핀'과 '드래곤' 등이 자사 특허 3건을 침해했다고 보고 특허 침해 금지와 설비 폐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이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범프에 도포된 플럭스의 균일성을 검사하는 기술 ▲검사 과정에서 빛을 조사(광선이나 방사선 등을 쬐는 것) 및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기술 ▲플럭스 도포 이후 평탄화와 관련한 기술 등 세 가지다.

한미반도체는 특허 침해와 관련해 일반적인 장치를 두고 과하게 해석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검사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화세미텍의 특허는 미도포 범프볼을 먼저 검출한 뒤 일정 범위 내 미도포 개수를 기준으로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인 반면 한미반도체는 영역을 구분해 각 영역의 그레이 밸류(명암) 값을 바탕으로 불량 여부를 가리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본딩 전 플럭스가 고르게 도포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광원에 비춰 검사하는 과정과 관련해 한화세미텍은 제2 조명과 400~500나노미터(nm) 파장의 청색 광원을 아래에서 위로 쏴 탐지 영역을 설정하는 특허를 보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미반도체는 그리핀과 드래곤 TC 본더에 해당 특허와 비슷한 업루킹(Up-looking) 비전을 적용하며 청색이 아닌 단일 백색광을 사용한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한미반도체 TC 본더는 400~500nm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에 한화세미텍은 400~500nm 파장 대역을 제외하고 백색광을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며 과학적 모순이라고 특허 침해로 맞받아 치고 있다.

끝으로 플럭스 도포 후 표면을 평탄하게 만드는 스쿼지 부품과 그 간격을 조절하는 특허와 관련해서도 양측은 팽팽하게 맞선다. 한미반도체는 해당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탄성체인 스피링이 TC 본더에 없으므로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화세미텍은 위치만 다를 뿐 스프링이 존재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TC 본더 그리핀. 사진제공=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딩, 초격차 시기 놓치나

양측의 특허 소송은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하이브리드 본딩 시장에서 '초격차'를 이룰 적기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은 오는 2029년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열압착(TC) 본딩과 달리 반도체 칩 다이(Die)를 쌓아 연결할 때 기존 미세 금속 돌기(범프)를 쓰지 않는다. 두 칩의 구리(Cu) 표면을 직접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로 본더 헤드가 칩을 흡착해 기판이나 웨이퍼 위로 옮기로 압력을 가해 붙인다.

한미반도체는 차세대 HBM 생산을 겨냥한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프로토타입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세미텍 역시 올해 하이브리드 본더 프로토타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양사 모두 내년 상반기 중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 가동도 앞두고 있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글로벌 노광장비 업체 네덜란드의 ASML이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반도체 노광장비에서 쌓은 초정밀 배열 기술을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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