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째 이어지는 전쟁… 고유가 지속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전쟁 한 달 만에 국제유가가 30달러 이상 오른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째 지속되면서 중동에서는 포연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이 점점 더 짙게 드리우고 있다. 유가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고물가 속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도 걱정해야 한다는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국제유가는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2.2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0.32달러다. 브렌트유 가격의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작전 직전 배럴당 72달러에서 30달러 이상 오른 수준이다.
사실 개전 초기만 해도 글로벌 금융시장과 석유시장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 사태가 금방 마무리될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폭격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이자 강경파로 평가받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이란 최고지도자로 선출되고 그가 강한 항전 의지를 피력하자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거기에 이란은 전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고 나아가 주변 걸프국의 미군 군사시설은 물론 에너지 시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9일 장중 배럴당 119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로도 석유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핵심 에너지 시설의 피해 소식에 낙관론과 비관론을 오가며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번 위기가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가스 공급 충격을 모두 합쳐놓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걸프국의 핵심 에너지 시설 파괴도 심각한 상황이다. 카타르는 핵심 LNG 생산 거점인 라스라판의 에너지 시설이 이란 공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입국에 대한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석유와 가스 외에도 비료, 헬륨, 황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감소가 농산물 가격 급등을 초래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산업의 공급망이 교란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상승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한 상태를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0.3∼0.4%포인트 밀어 올린다는 게 경제학계의 통념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물가가 일차적으로 관세 탓에 이제는 전쟁 탓에 상승하고 있는 반면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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