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한국, 핵잠 왜 사나? 국격용 아냐”…北 잡겠다는데 美 시선은 ‘한반도 밖’까지 [권윤희의 월드뷰]

미 해군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이 ‘국격의 상징’이 아니라 분명한 군사적 필요와 운용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한반도 방위를 내세우지만, 미국은 중국 억제와 인도·태평양까지의 역할 확대 가능성도 보고 있다.

“한국, 핵잠 왜 사나? 국격용 아냐”…北 잡겠다는데 美 시선은 ‘한반도 밖’까지 [권윤희의 월드뷰]

“한국, 핵잠 왜 사나? 국격용 아냐”…北 잡겠다는데 美 시선은 ‘한반도 밖’까지 [권윤희의 월드뷰]

권윤희

2026-09-13 11:46

2026-09-13 11:46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구글에서 서울신문 먼저 보기

세줄 요약

미 해군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이 ‘국격의 상징’이 아니라 분명한 군사적 필요와 운용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한반도 방위를 내세우지만, 미국은 중국 억제와 인도·태평양까지의 역할 확대 가능성도 보고 있다.

미 해군, 한국 핵잠의 군사적 필요성 강조

한국, 북한 수중위협 대응과 한반도 방위 제시

미국, 중국 억제·원해 운용 가능성도 주시

[월드뷰 3줄 요약]

● 미 해군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이 ‘국격의 상징’이 아니라 막대한 비용을 감수할 만큼 분명한 군사적 필요와 운용 목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한반도 방위를 핵심 임무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 억제와 인도·태평양까지 한국 핵잠의 역할이 넓어질 가능성을 보고 있다.

● 앞으로는 핵잠이 기존 전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어떤 임무를 맡을지, 필요하면 한반도를 넘어 어디까지 운용할지를 구체화해야 한다.

이미지 확대

인공지능 도구로 만든 자료사진. 서울신문

이미지 확대 보기

인공지능 도구로 만든 자료사진. 서울신문

미 해군 관계자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두고 막대한 비용을 감수할 만큼 분명한 군사적 필요와 운용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한 ‘국격의 상징’을 위해 살 무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미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한 상황에서 핵연료 확보와 사업 요건에 이어 실제 임무와 운용범위가 후속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국 정부는 핵심 임무로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한반도 방위를 제시하고 있다.

美해군 “국격 아닌 군사적 필요 분명해야”

미 해군 관계자는 9일(현지시간)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취재진과 만나 “한국은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단지 국격의 상징성을 위해 핵잠을 구매한다면 그건 잘못된 이유일 것”이라며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그 이유를 정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이 과거 한국 핵잠을 두고 “한국이 인근 해역을 한 번도 벗어나지 않는다면 핵잠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사실도 소개했다. 커들 총장은 지난해 방한 당시 한국 핵잠이 중국 억제에 활용될 가능성을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핵잠을 보유하면 ‘지역 해군’에서 ‘글로벌 해군’으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도 내놨다.

다만 이런 발언들이 한국 핵잠의 한반도 밖 운용을 미국의 공식 조건으로 못 박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뒤 백악관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 승인과 사업 요구사항, 핵연료 확보 방안을 함께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구체적인 작전해역이나 임무는 명시되지 않았다. 미 해군도 이후 공식 입장에서 군사자산은 안보상 필요와 실제 운용 목적에 따라 결정돼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교육·훈련과 정비 기반, 작전 숙련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 北 수중위협 대응·한반도 방위 제시

한국 정부는 이번 미 해군의 문제 제기에 핵잠 운용은 ‘한반도 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11일 “우리의 핵잠 운용은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지난 5월 핵추진잠수함 개발사업 ‘장보고 N사업’을 공개하면서 북한 잠수함을 은밀하고 신속하게 감시·추적하는 ‘수중 킬체인’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대 중반 1번함을 진수하고 후반부터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북한 대응이지만 운용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중국 잠수함 추적 문제도 함께 거론돼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잠용 연료 공급을 요청하면서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북한과 중국 측 잠수함을 추적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한반도 주변 해역의 방위를 더 많이 담당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제시한 핵잠의 필요성은 북한 대응을 중심에 두면서 주변 수중위협까지 감시하고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군의 몫을 키우겠다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미 해군이 따지는 것도 결국 막대한 비용만큼의 군사적 필요가 있느냐다. 핵잠은 재래식 잠수함보다 오래 잠항하면서 높은 속도로 먼 해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 북한 잠수함을 장시간 감시·추적하는 데도 유리하지만 한반도에서 멀어질수록 이런 장점은 더 커진다. 이런 원해 작전능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원해 작전능력, 美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

올해 미 국가방위전략(NDS)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억제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 한국이 북한 억제의 1차적 책임을 맡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이 자국 방위를 더 맡고, 미군은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이란전이 이어지면서 태평양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까지 중동으로 재배치되는 등 미국이 여러 지역에 동시에 전력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지리와 군수·산업 기반도 이런 전략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중국 동부 해안에서 바라보면 한국이 ‘아시아의 심장에 놓인 단검’처럼 보인다고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설명했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기지와 방산·정비 능력을 활용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작전을 지원하는 ‘권역 지속지원 거점’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미군은 한국의 지리와 산업기반을 북한 억제를 넘어 인도·태평양 작전에도 활용하려 하고 있다.

장기 과제는 핵잠 임무·작전범위 구체화

한국 핵잠의 임무도 장기적으로는 북한 대응을 넘어설 수 있다. 한국은 당분간 북한 잠수함 감시·추적과 한반도 방위를 우선 임무로 둘 가능성이 크지만 첫 함이 전력화될 2030년대 후반에는 북한의 수중 핵전력과 중국 해군력,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필요하면 한반도에서 먼 해역까지 나가 미 해군과 함께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을 어디까지 갖출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미 해군이 먼저 따지는 것은 한국이 중국 대응에 나설지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핵잠을 확보할 군사적 필요가 분명하냐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수중 핵위협 대응과 한반도 방위를 그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핵잠이 기존 전력으로 채우기 어려운 어떤 임무를 맡고, 필요할 경우 작전범위를 어디까지 넓힐지를 구체화해야 한다. 결국 남은 문제는 한국 핵잠을 어디에서 무엇에 쓸 것인지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