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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 경제,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사투(死鬪) 필요

수출 품목 또한 반도체 일변도에서 벗어나 AI 기반 서비스와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다각화함으로써, 대외 변수라는 파도를 분산시키는 유연한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두 번째 굴: 고금리 부담을 덜어줄 '내수...

한국 경제,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사투(死鬪) 필요

안일한 낙관은 독...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다중 방어 체계가 생존의 핵심

[권의종 칼럼] 바야흐로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1%대 저성장의 고착화와 더불어 1,500원대에 진입한 고환율,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공급망을 뒤흔드는 고유가라는 거대한 삼각 파도 앞에 서 있다. 특히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는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불안과 에너지 수급 차질을 초래하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숨을 굴을 미리 파두기에 죽음을 면한다고 했다. 『전국책』에 등장하는 풍훤의 ‘교토삼굴(狡兎三窟)’은 단순한 임기응변이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다중 방어 체계가 생존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안일한 낙관론이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세 개의 단단한 ‘안전한 굴’을 파는 지혜다.

첫 번째 굴: 고환율·고유가 시대를 이기는 ‘공급망의 유연성’

과거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효율성 중심의 글로벌 분업’ 체계는 사실상 붕괴됐다. 자국 우선주의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환율과 유가를 요동치게 하는 상시적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고유가와 달러 강세는 수입 물가를 자극하며 기업의 등뼈를 휘게 하는 무거운 짐이다.

우리가 파야 할 첫 번째 굴은 공급망의 질적·양적 다변화다. 특정 국가나 지역에 편중된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으로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단순히 중동을 에너지 공급처로만 바라보던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 현지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포괄적 파트너십과 비상시 대체 경로 확보가 시급하다.

이는 환율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원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다. 수출 품목 또한 반도체 일변도에서 벗어나 AI 기반 서비스와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다각화함으로써, 대외 변수라는 파도를 분산시키는 유연한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두 번째 굴: 고금리 부담을 덜어줄 ‘내수 활력의 온기’

대외 여건이 차갑게 식을수록 우리를 지탱해 줄 마지막 보루는 결국 내부의 힘이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위축시키고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비명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이미 바닥을 드러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신호다.

두 번째 굴은 민생 경제의 회복과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전향적 대응이다.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돕는 정교한 금융 지원과 더불어, 소비를 가로막는 낡은 규제들을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특히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비해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고, 글로벌 전문 인재가 한국 경제의 심장부로 유입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내수가 취약한 경제는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사상누각처럼 흔들린다. 활력 있는 내수 시장이야말로 어떤 불황에도 버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버팀목이다.

세 번째 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재정의 미래 투자’

위기의 정점에서 국가가 내밀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결국 ‘재정’이다. 그러나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의 급증은 국가 재정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이 흔들린 상태에서 맞이하는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국가적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

세 번째 굴은 재정 준칙의 확립과 미래 성장 동력을 향한 전략적 자원 배분이다. 선심성 예산은 과감히 도려내되, AI, 양자컴퓨팅, 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에는 마중물 역할을 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장부의 숫자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다음 세대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최후의 방패’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곳간에 여력이 있을 때 위기에 대비하고, 투자할 곳에 과감히 투자하는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토끼가 세 개의 굴을 판 이유는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맹수의 습격을 이겨내기 위한 치열한 생존 본능이었다. 우리 경제 역시 현재의 1%대 저성장 기조를 ‘뉴노멀’로 받아들이며 안주해서는 안 된다. 공급망 안보, 내수 활성화, 재정 건전성이라는 세 개의 굴을 지금 당장 파 내려가야 한다. 철저히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도약의 발판이 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위기는 곧 끝이다. ‘교토삼굴’의 지혜가 2026년 대한민국 경제가 거친 파도를 넘어 다시 도약하는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필자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경영학박사

-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전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권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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