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세에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전경. 사진 제공= 서울시교육청
학교용지부담금과 같은 부담금은 조세는 아니지만 사실상 세금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정부가 91개 부담금을 수술대에 올린 것도 국민들이 내는 줄도 모르면서 비용을 부담하는 ‘그림자 조세’를 줄이자는 취지였다. 학교용지부담금 역시 건설 사업자들의 비용을 끌어올려 아파트 분양가를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았었다.
공익사업에 쓴다는 부담금의 목적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매년 폐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신규 학교를 짓기 위해 돈을 걷는다는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21세 학령인구는 2022년 750만 명에서 2040년 413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 수가 장기간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택 개발사업마다 일률적으로 학교용지 확보 재원을 부담시키는 방식의 명분도 약해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 신규 정비사업에서도 부담금은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비사업은 공사비 상승과 금융 비용 부담, 조합원 분담금 문제에 민감한 탓이다. 여기에 교육·교통·환경 관련 부담금이 더해지면 사업성이 낮아지고 인허가 이후에도 실제 착공과 분양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부담금 하나하나는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누적 비용이 문제로 작용한다.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고 금리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는 작은 비용 요인도 사업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학교용지부담금처럼 개발 단계마다 붙는 준조세가 그대로 유지되면 공급 확대 대책의 체감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학교용지부담금의 규모도 다시 커지는 흐름이다. 징수액은 2022년 2737억 원에서 2023년 2208억 원으로 줄었지만 2024년 3064억 원, 2025년 3404억 원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시장은 수도권과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2025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98%로 집계됐고, KB부동산 기준으로도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37%, 서울은 11.19% 올랐다. 부담금이 분양가와 사업비에 얹히는 구조인 만큼 집값 상승기에는 공급 비용 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과거 성장기에 만들어진 부담금 체계를 그대로 두기는 어렵다고 본다. 학교용지부담금이 법적으로는 개발사업자에게 부과되지만 사업비에 반영되는 이상 최종 구매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취학 학생이 늘어나는 상황이 아닌 만큼 성장기에 만들어진 부담금은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신설 수요도 결국 주택 공급과 입주가 이뤄진 뒤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부담금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주택 사업이 진행돼야 학생 유입과 학교 신설도 가능해지는 만큼 부담금 완화가 사업 추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학교용지부담금 정비 논의는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구조다. 초중등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장치지만 학생 수 증감과 관계없이 세수에 연동돼 자동으로 늘어나는 방식이어서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올해는 재정지출 구조조정과 학령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교부금 개편 논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학생 수와 무관하게 세수에 따라 교육재정이 배분되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커진 영향이다. 하지만 교부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자 학교 신설 재원 역할을 해온 학교용지부담금까지 함께 내려놓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교육재정 당국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교부금 개편 논의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재정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며 “교부금이 줄어든다면 학교용지부담금까지 줄이는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