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덕서 116명 신고 전국 경찰서 2위…학생 7천400여 명 설문 통해 1대1 면담까지
▲ 전민준 경사가 청주흥덕경찰서에서 중부매일과 인터뷰 하는 모습. / 조재권
[중부매일 조재권 기자] “아이들이 117 신고도 112 신고처럼 느껴 무서워합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처벌받을 것 같다는 두려움부터 갖는 거죠.”
청주흥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 전민준(40) 경사는 지난 5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운영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 동안 흥덕서 자진신고 116건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충북 전체 신고 191건의 60%가 넘는 수치로 흥덕서는 전국 일선 경찰서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전 경사는 신고를 기다리는 대신 학생들이 접근하기 쉬운 방식을 택했다. 직접 네이버 폼 설문을 만들어 관내 중·고등학교를 찾아갔고 7천4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설문에는 자신의 도박 경험뿐 아니라 주변 친구의 도박 여부를 묻는 내용도 담았다. 전 경사는 응답을 토대로 학교를 다시 찾아 학생들과 1대1로 만나 자진신고 제도와 처리 절차를 설명했다.
인스타그램도 상담 창구로 활용했다. 예방교육 때 QR코드를 안내해 친구들 앞에서 질문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DM을 통해 상담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 전민준 경사가 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인스타그램 QR코드를 안내하며 자진신고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 청주흥덕경찰서
전 경사는 “아이들은 친구들 중 누가 도박을 하는지 대부분 알고 있다”며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니 스스로 신고하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 학교에서는 처음 10명 안팎이던 신고자가 주변 친구들의 신고 과정을 지켜본 뒤 29명까지 늘었고, 다른 학교에서는 30명이 자진신고했다.
전 경사가 만난 학생 가운데는 불법 도박사이트에 2천만원을 입금한 학생도 있었다. 전 경사는 형사처벌 가능성을 설명하며 자진신고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안내했지만 학생과 보호자는 도박을 끊어내겠다는 뜻으로 신고 절차를 이어갔다.
그는 청소년 도박이 단순한 금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 경사는 “도박 자금이 부족해진 학생들이 친구나 후배를 상대로 공갈·협박·갈취를 하면서 학교폭력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도박을 막는 것이 결국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활동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 업무는 학교폭력 예방과 가출청소년 관리 등 SPO의 기존 업무와 함께 진행됐다. 전 경사는 하루 2~3개 학교를 찾아 교육과 설문을 진행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도박 문제가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협조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었다.
전 경사는 “아이들이 도박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부모님이 무조건 다그치거나 혼내서는 안 된다”며 “자진신고한 용기를 칭찬해주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를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북경찰청도 청소년 사이버도박 근절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2024년부터 ‘청소년 도박 없는 청정한 충북 만들기’를 추진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RETURN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올해도 1·2차 자진신고 기간을 이어가며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신고와 선도·치유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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