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주스. 클립아트코리아
비트 주스를 꾸준히 마신 고령층에서 혈압이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단순한 영양 효과를 넘어, 입속 세균 변화가 혈관 건강까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루 두 잔, 2주”…고령층 혈압 낮아졌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사이언스데일리와 영국 엑서터대 연구진에 따르면 질산염이 풍부한 비트 주스가 고령층의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프리 래디컬 바이올로지 앤드 메디신(Free Radical Biology and Medicine)’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60~70대 성인 36명과 30세 미만 성인 39명을 대상으로 2주간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두 차례씩 농축 비트 주스 60mL를 마셨고, 이후에는 질산염을 제거한 위약 음료를 섭취하는 방식으로 비교 실험이 이뤄졌다.
그 결과 고령층 참가자들에게서 혈압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젊은 층에서는 혈압 변화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수록 체내 산화질소 생성 능력이 감소하는데, 비트 속 질산염이 이를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입 속 세균’…혈관 건강과 연결됐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받은 부분은 구강 미생물 변화다. 고령층 참가자들에게서는 유익균으로 알려진 ‘나이세리아(Neisseria)’ 균이 증가했고, 염증과 관련된 ‘프레보텔라(Prevotella)’ 균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속 세균은 음식 속 질산염을 아질산염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후 아질산염은 체내에서 산화질소로 전환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류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물질이다. 혈압 조절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프레보텔라균은 잇몸 질환과 만성 염증과 관련이 있는 균이다. 연구진은 이런 균 변화가 혈관 건강 개선과 연결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를 이끈 애니 반하탈로 엑서터대 교수는 “질산염이 풍부한 식단은 혈관 건강과 노화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트 싫다면 시금치·케일도 가능
비트는 대표적인 고질산염 식품으로 꼽힌다. 체내에서 산화질소 생성을 도와 혈관 기능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비트를 꼭 먹지 않더라도 시금치, 루콜라, 셀러리, 케일, 펜넬 같은 채소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 식단에서 자주 먹는 시금치나물이나 케일 역시 질산염 함량이 높은 식품이다.
다만 연구진은 비트 주스가 고혈압 치료제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식습관 변화가 고령층 심혈관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가능성을 보여주는 초기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편 연구진은 후속 연구에서 강한 살균 성분의 구강청결제가 입속 질산염 대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구강청결제가 산화질소 생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공동 저자인 앤디 존스 교수는 “식습관과 구강 미생물 환경, 혈관 건강의 연결 고리를 더 정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생활 습관과 연령에 따라 효과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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