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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하드웨어냐 플랫폼이냐 데이터냐"…피지컬 AI 기업, 선택의 시간

피지컬 AI 시대를 맞아 제조 강국인 한국이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기업별 전략 선택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AI 기업을 넘어 제조 현장 중심 응용, 플랫폼 개발, 데이터 확보 중 어느 영역에...

"하드웨어냐 플랫폼이냐 데이터냐"…피지컬 AI 기업, 선택의 시간

로봇기업 98% 중소 구조

수요 대비 산업 경쟁력은 초기 단계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온라인기자간담회 화면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피지컬 AI 시대를 맞아 제조 강국인 한국이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기업별 전략 선택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AI 기업을 넘어 제조 현장 중심 응용, 플랫폼 개발, 데이터 확보 중 어느 영역에 집중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경쟁력이 갈릴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데이터 확보와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

25일 한국AI·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로봇 기업은 약 2500개 수준이며 이 중 98%가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매출 10억원 미만 기업 비중이 60%를 넘는 등 산업 기반은 영세한 구조다. 전체 시장 규모는 약 6조원 수준으로 제조업용 로봇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서비스·개인용 로봇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이 약 48% 비중으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플랫폼과 AI 중심으로 주도권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내 로봇 활용도는 높은 편이지만 자체 플랫폼이나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서는 존재감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수요 측면에서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산업 경쟁력은 아직 초기 단계란 진단이다.

◇ 대기업 중심 현장 적용 확대

일부 대기업은 현장 적용 중심의 피지컬 AI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다. 현대차는 로봇 기술 확보를 위해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하고 휴머노이드와 물류 로봇 등 핵심 기술 내재화에 나섰다. 공장 자동화뿐 아니라 물류, 서비스 영역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피지컬 AI 기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형 로봇과 작업 보조 로봇을 기반으로 공장, 오피스, 병원 등 다양한 공간에서 적용 사례를 확대하고 있으며 로봇 플랫폼과 관제 시스템을 결합해 배송·안내·순찰 등을 통합 운영하는 실증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런 시도는 아직 파일럿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수요 창출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산업 구조와 한계를 두고 피지컬 AI 경쟁은 기술보다 산업 전략의 문제라는 진단이 제기된다. 피지컬 AI 경쟁은 기술 개발보다 산업 전략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에 어떻게 적용하고 확산시키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단 의미다.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이날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피지컬 AI는 기술적으로 안 될 이유가 없다. 컴퓨팅 파워하고 데이터 문제”라며 “지금은 조각조각으로 산업화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도 로봇과 AI 결합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산업화 초기 단계란 평가다.

◇ 피지컬 AI, 데이터 구조부터 다르다

특히 피지컬 AI는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데이터 축적 방식부터 다르다. 언어 모델은 인터넷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했지만 로봇은 물리적 환경에서 직접 행동하며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기술 개발과 동시에 현장 적용이 병행되지 않으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LLM은 30년 이상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했지만 피지컬 AI는 아직 데이터가 거의 없다”며 “현장에 가서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율주행이나 물류 자동화 등 일부 영역에서는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범용 로봇으로 확장되기까지는 데이터 축적 속도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범용 모델을 먼저 구축하는 전략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단 분석이다. 특정 산업에서 먼저 적용하고 데이터를 축적한 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경로로 제시된다.

장 교수는 “하드웨어 제조업에 집중할 것인지, 플랫폼 개발 회사가 될 것인지, 데이터 기업이 될 것인지가 새로운 질문”이라며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별로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으면 제한된 자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단 의미다.

한국의 강점으로는 제조업 기반이 꼽힌다. 반도체, 배터리, 정밀 제조 등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피지컬 AI 경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데이터를 실제 서비스와 산업에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 데이터 주도권·산업화 속도 관건

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관은 전날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은 제조 데이터를 가장 잘 가진 나라 중 하나”라며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데이터 주도권을 넘길 경우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산업화 속도다. 국내 피지컬 AI 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수요 부족, 시장 구조, 현장 적용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리군 현대차 로보틱스랩 상무는 “한국은 제조 강국이지만 로봇을 실제로 만들어 본 경험에서는 괴리가 있다”며 “중국은 만들어보면서 개선해온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만들어 팔아볼 수 있는 수요가 필요하다”며 “보조금이나 공공 수요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창 대동로보틱스 경영전략실장 역시 “수요와 공급 간 괴리가 큰 상황”이라며 초기 시장 형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산업 기반의 취약성도 한계로 지목된다.

서준호 한국AI·로봇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국내 로봇 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고 인증 대응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기술 측면에서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박동일 한국기계연구원 첨단로봇연구센터장은 “글로벌에서는 다양한 데모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수준은 아직 부족하다”며 “대부분 PoC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구조 역시 제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규빈 GIST 인공지능연구소장은 “중복 연구를 제한하는 현재 R&D 구조는 중요한 분야에 집중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며 “미국과 중국은 동일 분야에 다수 연구자가 투입되지만 한국은 이를 제한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피지컬 AI는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 전략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장 교수는 “아직 늦지 않았다. 오히려 선도할 가능성도 있다”며 “처음부터 범용으로 가기보다 산업에서 시작해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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