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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하나은행 외환결제 선점 카드 '지엘엔', 부진에 빠진 이유는?

핀테크 업계에서는 모회사인 하나은행 출신 임원·간부급 인력 중심의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 수익성 검증... 스타트업 기반의 크로스보더 핀테크 회사와 비교해도 부진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경쟁사인 트래블월렛의...

하나은행 외환결제 선점 카드 '지엘엔', 부진에 빠진 이유는?

지난해 판관비율 287%…수익보다 3배 가까이 지출

하나은행 “새로운 해외결제 서비스 등 급격한 시장 변화가 원인”

이호성 하나은행장(왼쪽)이 지난달 23일 하노이에서 레 응옥 럼(오른쪽) BIDV 은행장,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과 함께 '베트남 및 해외 인프라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하나은행>

하나금융그룹이 글로벌 크로스보더(해외 외환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21년 출범시킨 자회사 GLN인터내셔널(이하 지엘엔)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모회사인 하나은행 출신 임원·간부급 인력 중심의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 수익성 검증 없는 인력 확대가 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출범 이후 적자 지속…직원 1인당 매출도 1억 미만

하나은행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엘엔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5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2021년 20억원, 2022년 61억원, 2023년 67억원, 2024년 90억원에 이어 적자를 끊어내지 못했다.

독립 6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지엘엔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33억원에 그쳤다. 하나은행에 자본금 등을 예치하고 받은 이자수익 7억9000만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영업수익은 20억원대에 불과하다.

스타트업 기반의 크로스보더 핀테크 회사와 비교해도 부진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경쟁사인 트래블월렛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70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지엘엔과 비슷한 27억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현재 임직원 수를 약 110명까지 늘렸다.

핀테크 업계 일각에서는 지엘엔의 부진한 성장 배경으로 ‘은행 중심의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를 지목한다. 지엘엔은 대표이사부터 임원진에 이르기까지 모회사인 하나은행 출신 인력이 대거 포진해 있다.

초대 대표는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이 맡았다. 이후 하나은행 디지털금융본부장 출신 김경호 대표를 거쳐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이석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대표이사를 보좌하며 핀테크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등기이사 자리도 하나은행 출신 인사들이 채웠다. 사내이사를 거친 임원들은 하나은행 재무부서, 제휴투자 부장, 하나증권 지점장 등을 지낸 인사들이다. 크로스보더나 핀테크 사업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은행 측은 지엘엔 부진에 대해 갑작스러운 시장 변화를 원인으로 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시점에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외환결제 수요가 제한됐고 팬데믹 이후 자사 트래블로그 같은 은행권 해외결제 서비스와 알리페이 연계 QR 결제 등 대안 서비스가 다수 출시되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자회사 지엘엔인터내셔널은 영업수익보다 인건비 지출이 큰 상황으로 6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그래픽=박지훈>

트래블로그와 비교해 인건비 과다 문제

회사 경영이 방만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인사이트코리아>가 확보한 지엘엔 재무자료에 따르면 2025년 지엘엔의 영업수익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약 287%에 달했다. 벌어들인 금액보다 3배 가까운 비용을 지출한 셈이다.

판관비 지출이 가장 큰 영역은 급여다. 2024년 지엘엔의 종업원 수는 69명으로, 이들에게 지급한 인건비(급여·복리후생비)는 약 65억원으로 판관비의 51.5%를 차지했다. 직원 1인당 인건비는 9356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했다.

반면 경쟁사인 트래블월렛은 지엘엔과 비교해 효율적으로 경영해 왔다. 지난해 판관비율은 54.4%였고 판관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 15%에서 최고 27%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2021년 7월 하나은행 사업부문에서 자본금 500억원으로 독립한 지엘엔은 지속된 적자로 초기 자본금의 상당 부분을 소진했다.

부채비율은 31.8%로, 카카오페이 등 4개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직후인 2023년 1분기와 비교하면 크게 악화된 수준이다. 당장 재무건전성이 위협되는 수준이 아니지만, 흑자 전환 없이는 추가적인 증자가 필요할 수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직원 1인당 생산성 성장률을 바탕으로 고용을 늘리는 효율적인 인사 정책을 펴는데, 수익성이 저조함에도 인원을 이렇게 늘렸다는 건 스타트업 조직 분위기와는 매우 다른 부분”이라며 “수익성 검증 없이 영업비용을 과도하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지불결제사 관계자는 “지엘엔이 하나금융그룹이 힘써 키우려는 사업인 건 알고 있지만 브랜드나 핵심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낮다”며 ”이는 소비자에게도 해당하는 사안으로 서비스에 대한 홍보, 경쟁력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지엘엔이 은행 전문성과 스타트업 혁신성을 결합한 ‘글로벌 지불결제 테크 기업’으로 현재 글로벌 14개국에 진출하고 국내외 13개 주요 월렛사가 참여하는 글로벌 QR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6년 상반기 베트남과 중국 시장 진출을 마무리하며 일본·베트남·중국·태국·필리핀을 잇는 ‘K-관광 핵심 벨트’를 완성했고 하반기부터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인도 등으로 QR 결제 및 출금 서비스를 확대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 대표이사는 하나은행과 하나카드를 거치며 ‘트래블로그’ 서비스 흥행을 이끈 인물로, 크로스보더 지불결제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현장 전문성을 바탕으로 GLN의 글로벌 시장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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