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청라에 준공한 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2012년 인천 청라는 화려한 스카이라인 대신 거친 바람과 공사장 펜스만이 자리를 지키던 낯선 땅이었다. 금융의 중심은 늘 여의도와 을지로, 강남이라는 견고한 콘크리트 정글 속이어야 한다는 것이 당연 명제처럼 통하던 시절이었다. 모두가 서울의 익숙함과 안락함에 머무를 때, 한 금융그룹은 홀로 지도를 펼치고 서쪽 바닷가 정거장에 시선을 던졌다.
하나금융그룹의 청라 프로젝트는 그렇게 첫발을 뗐다. 이 계획은 웅장한 빌딩을 올리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은 아니었다. 세계로 향하는 관문인 인천공항과 인접하고, 첨단 바이오와 글로벌 비즈니스가 태동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잠재력을 꿰뚫어 본 안목이었다. 남들이 보지 못한 미래 가치에 그룹의 명운을 건 거대한 모험이자, 대한민국 금융 지도를 새로 그리겠다는 집념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 왜 청라인가
하나금융그룹이 인천 청라에 '하나드림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대중의 시선은 다소 회의적이었다. 서울 중심의 금융 생태계를 벗어나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청라는 개발이 채 끝나지 않은 매립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이 선택은 단순한 공간 이전을 넘어선 선제적 투자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와 다른 미래 도시가 형성되고 인천의 인프라가 맞물리면서 청라의 입지적 가치는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이라는 익숙한 거점을 떠나 글로벌 관문인 인천으로 중심축을 옮긴 것은, 장기적 성장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던 셈이다.
▲ 인프라부터 지역사회 공동체 역할까지
하나금융그룹의 청라 이전은 단계적이고 정교하게 진행됐다. 2017년 첫 단추로 그룹 핵심 계열사의 IT 인프라를 한데 모은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약 1800명의 기술 인력을 이동시켰다. 이어 2019년에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완공하며 2단계 사업을 마쳤다.
이 공간들은 단순히 기업 소유의 자산에 머물지 않고, 지역 공동체의 위기 순간마다 기능적 역할을 수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연수원 시설 216실을 생활치료센터로 전격 개방해 7600여명의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 잼버리 대원의 숙소나 청라 지역 화재 이재민을 위한 임시 대피소로 활용되는 등, 필요할 때마다 공공 안전망의 역할을 분담하며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녹아들었다.
▲ 인천 청라에 준공한 하나금융그룹 본사 내부 모습.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 퍼즐의 마지막, 그룹헤드쿼터
2026년 5월, 3단계 사업의 마침표인 '청라 그룹헤드쿼터'가 완성됐다. 지하 7층~지상 15층, 전체면적 12만8503㎡ 규모의 이 빌딩에는 오는 9월부터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을 포함한 10개 관계사의 임직원 약 2200명이 단계적으로 입주한다. 기존 IT 인력을 포함하면 총 4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금융 단지가 청라에 완성되는 것이다.
서울 전역에 파편화되어 있던 조직들이 물리적으로 결합하면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속도와 효율'이다. 특히 이미 현장에 안착해 있는 통합데이터센터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의 데이터·AI 인프라와 지주·은행의 기획 기능이 수평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이는 그룹이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AX)과 신사업 확장에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모두의 금융' 위한 개방과 상생 과제
건물의 설계 역시 독특하다. 수직으로 끊임없이 연결되는 3차원적 동선은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이라는 그룹의 지향점을 담아냈다.
이 사옥이 폐쇄적인 기업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하나금융그룹은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365일 상시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물리적 경계를 낮춰 지역사회와의 밀착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인천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 소외계층 대상의 실질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여러모로 추진된다. 사옥 이전에 따른 직원들의 출퇴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도권 주요 거점을 잇는 통근버스 노선 확충과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에도 무게를 뒀다.
15년 전의 구상이 마침내 현실의 결과물로 대지 위에 세워졌다. 흩어졌던 자원과 인력을 한곳에 모은 하나금융그룹이 청라라는 새로운 거점에서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를 어떻게 주도해 나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인천 청라로의 본사 이전은 단순히 일터의 물리적 재배치를 넘어 그룹의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금융 대전환의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님과 지역사회, 임직원까지 모든 이해관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상생의 변화를 끌어내겠다”며 “이곳 청라에서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그룹의 새로운 100년 역사를 내실 있게 다지겠다”고 덧붙였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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