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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피플&포커스] "오타쿠라는 말은 그만"… 산업이 된 덕질, 문화의 주류됐...

9월 30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관람객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테마존을 체험하고 있다.

[피플&포커스] "오타쿠라는 말은 그만"… 산업이 된 덕질, 문화의 주류됐...

10여년 전까진 부정적 이미지

최근 새로운 경제 주체로 부상

서브컬처 콜라보 굿즈 오픈런

탄탄한 팬덤 기반 힘입어 인기

굿즈 시장 중국·국내에서 확대

플랫폼 굿즈 시장 경쟁전 진행

[용인=뉴시스] 9월 30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관람객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테마존을 체험하고 있다.

“덕질은 돈이 든다. 그래서 돈이 된다.”

자신만의 취향과 팬심을 위해 지갑을 여는 ‘팬덤 소비’가 한국 문화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10여년 전까진 ‘빠순이’ ‘오타쿠’ 등 팬덤 소비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최근엔 콘텐츠를 소비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주체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팬덤 소비는 ‘팬더스트리(Fandustry)’ ‘팬코노미(Fan-conomy)’라는 용어가 새로 생길 만큼 문화적 영향력은 물론, 경제적 파급력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팬덤 소비는 K-팝을 넘어 지식재산, 브랜드 협업, 지역,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콜라보만 하면 ‘오픈런’

‘케이팝데몬헌터스’부터 진격의 거인, 젠레스 존 제로(젠존제), 데뷔하지 못하면 죽는 병(데못죽), 플레이브, 치이카와, 농담곰까지. 최근 이들 서브컬처 IP(지식재산권)는 브랜드 콜라보를 통해 굿즈 상품을 내놔 ‘오픈런’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오픈런 현상은 콜라보를 시작한 초기에 ‘반짝’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서브컬처 IP 콜라보 제품은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콜라보 기간 내내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이는 ‘지금 사지 않으면 플미(프리미엄) 가격으로 산다’는 인식으로 불경기에도 지갑을 여는 팬들의 구매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이에 따라 서브컬처와 관련된 시장은 최근 들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13조 6000억원에서 2025년 16조 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K-팝 팬덤 시장의 규모도 약 8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특히 K-팝 분야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 주요 수익 기반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BTS 소속사인 HYBE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앱 ‘위버스(Weverse)’의 매출액은 지난 2019년 기준 317억원(약 2830만 달러)에서 2020년 상반기 1127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위버스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의 팬 커뮤니티 리슨(Lysn), 엔씨소프트가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론칭한 유니버스(UNIVERSE) 등도 팬덤 플랫폼을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팬덤 중심의 서브컬처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산업 전반에서 핵심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15일 서울 명동 일대에는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6.03.15.

◆팬덤 소비 ‘굿즈’ 성장동력 됐다

플랫폼 외에도 서브컬처와 관련된 ‘굿즈(Goods)’도 팬덤 소비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중국 경제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은 일명 ‘곡자 경제(穀子經濟)’가 그 대표적 사례다. 곡자 경제의 곡자란 굿즈를 중국어 발음으로 음차한 것이다. 곧 ‘굿즈 경제(IP를 기반으로 제작된 굿즈를 판매해 창출되는 시장과 경제적 가치)’를 지칭하는 표현인 셈이다. 이에 중국 안팎에선 굿즈 경제가 향후 5000억 위안(약 9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역시 굿즈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SM)와 YG엔터테인먼트(YG), JYP엔터테인먼트(JYP), 하이브 등 엔터 업종은 공연과 기획상품(MD) 매출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SM의 영업이익은 1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에스파 등 톱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공연 확대와 굿즈 판매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YG 역시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하이브는 세븐틴,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활약에 따라 2조 649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하이브의 매출은 공연·MD 판매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하이브의 MD·라이선싱 매출은 57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9% 증가했다. JYP도 489억원에 달하는 MD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1605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업계 안팎에선 공연 확대와 팬덤 소비 증가가 맞물리면서 MD 매출이 꾸준히 확대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라이브 공연을 일주일여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천지일보 2026.03.13.

◆팬덤 수요 힘입어 플랫폼 경쟁

팬덤의 굿즈 소비에 힘입어 한정판 제품에 대한 프리미엄도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번개장터, 무신사, 크림 등 중고거래 플랫폼과 네이버, 카카오 등도 굿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번개장터는 해외 결제와 배송 시스템을 강화하며 글로벌 이용자 간 굿즈 거래 규모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 번개장터가 공개한 리포트에 따르면 번개장터 앱에 연간 등록된 굿즈 관련 리스팅 수는 약 3440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당 약 65건 이상의 상품이 새롭게 등록되는 수준이다.

대륙별 거래 비중도 북미가 51.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유럽(19.4%)과 아시아(19.1%)가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는 신규 가입자 수 기준 인도네시아가 1위를 기록했으며, 총 구매액 기준으로는 미국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역시 스포츠 구단, 글로벌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IP 관련 상품을 통합 큐레이션하는 전문 서비스 ‘팬 스토어’를 공식 론칭했다. 이는 스포츠와 글로벌 IP 캐릭터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팬덤 커머스 영역을 체계화한 것이 핵심이다.

무신사는 이를 위해 검색 중심 파편화된 유입 구조를 ‘고정 탐색 경로’ 체제로 전환했다. 서비스 내 상시 진입이 가능한 전용 카테고리숍을 구축해 탐색 효율을 개선했다. 다양한 IP 상품도 제안하기 위해 야구 구단의 공식 굿즈를 비롯해 무신사에 입점한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콜라보 상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무신사는 이번 팬 스토어 론칭을 기점으로 2026년 상반기까지 영화, 콘텐츠, 인플루언서 등 전 영역으로 IP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표준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순한 유통 플랫폼을 넘어 팬덤 문화와 패션을 잇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도 팬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카카오는 게임 자회사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SM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 ‘슴미니즈(SMiniz)’를 출시했다. 해당 게임은 에스파, NCT 127, 라이즈 등 SM 소속 6개 인기 그룹 멤버들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미니즈’를 만날 수 있는 게임이다. 이용자들은 최애 아이돌을 골라 퍼즐을 플레이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돌의 포토 카드를 모아 꾸민 후 자신의 공간에 전시할 수 있다.

네이버는 웹툰 IP를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인기 캐릭터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AI 기반 챗봇 서비스 ‘캐릭터챗’을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출시 후 2년여 만인 올해 1월 누적 접속자 수 600만명, 누적 메시지 2억 3000만건을 돌파했다. 작품 안에서 묘사된 성격, 배경 등을 학습한 AI 캐릭터가 독자 개개인과 직접 소통하는 느낌을 주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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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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