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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피지컬 AI가 제조의 미래다] ②피지컬 AI에는 뼈대가 필요하다…로봇 ...

AI가 모니터 속에서 나와 로봇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기존 하드웨어의 설계 기준은 통째로 흔들린다. 지난 10여 년간 AI 산업의 전장은 안정적인 전력과 대형 냉각 설비를 갖춘 데이터센터였다. GPU 성능을 높이고...

[피지컬 AI가 제조의 미래다] ②피지컬 AI에는 뼈대가 필요하다…로봇 ...

‘에어컨 없는 전장’…데이터센터와 공장 로봇의 차이

열 관리부터 소재까지…피지컬 AI 4대 핵심 기술

“기술보다 속도”…한국 부품사에 열린 골든타임

피지컬 AI의 등장으로 하드웨어 생태계가 서버 중심에서 로봇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사진=제미나이 생성]

AI가 모니터 속에서 나와 로봇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기존 하드웨어의 설계 기준은 통째로 흔들린다. 지난 10여 년간 AI 산업의 전장은 안정적인 전력과 대형 냉각 설비를 갖춘 데이터센터였다. GPU 성능을 높이고 서버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었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보고서는 “피지컬 AI의 등장으로 하드웨어 생태계가 서버 중심에서 로봇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부품 설계 기준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 좁고 뜨겁고 흔들린다...로봇이 맞닥뜨린 현실

공장 바닥은 냉혹하다. 먼지가 날리고 기계 진동이 끊이지 않으며,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줄 대형 냉각 팬 하나 들어설 여지조차 없다. 데이터센터가 24시간 에어컨이 가동되는 ‘안락한 전장’이었다면, 피지컬 AI가 맞닥뜨린 현실은 전혀 다른 세계다.

KOTRA 보고서는 이 환경의 차이가 부품 설계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뒤집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버는 성능을 위해 전력을 얼마든지 써도 됐다. 공간이 부족하면 랙을 추가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체형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그런 여유가 없다. 배터리 하나로 최소 8시간의 교대 근무를 버텨내야 하고, 좁은 관절 사이사이에 수천 개의 신호 선과 전력망을 구겨 넣으면서도 간섭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무게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기동성이 떨어지고 에너지 효율은 곤두박질친다.

결국 ‘성능 위주’의 경쟁이 ‘저전력·소형화·고내구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전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AI 모델이 정교해질수록 로봇 내부 부품은 더욱 조밀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하드웨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 심장·신경·체력·뼈대...로봇의 몸을 만드는 기술

그렇다면 이 시대를 이끌 핵심 부품은 무엇인가. KOTRA 보고서는 초소형 열 관리, 고신뢰성 커넥터, 고효율 전력 제어, 경량 소재를 피지컬 AI 시대의 4대 승부처로 꼽았다.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컴퓨터 ‘Jetson Thor’ [사진=NVIDIA]

가장 먼저 주목받는 것은 열 관리 기술이다. 엔비디아의 로봇용 AI 컴퓨터 ‘젯슨 토르(Jetson Thor)’는 최대 130W의 전력 범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이 열을 좁은 몸체 안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시스템이 멈추거나 센서 오작동이 발생한다.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냉각 기술 기업 프로어 시스템(Frore Systems)은 회전 부품 없이 공기 흐름을 만들어내는 고체 상태 냉각 칩 ‘에어젯(AirJet)’을 개발해 방수·방진 IP68 등급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커넥터는 로봇의 신경망이다. 초당 수백 번씩 움직이는 관절 사이에서 데이터 전송이 0.1초라도 끊기면 로봇은 중심을 잃는다. 진동과 충격 환경에서도 신호 무결성을 보장해야 하는 탓에, 로봇 업계에서는 자동차용 커넥터 기술 규격인 USCAR-2, LV214 같은 검증된 기준을 로봇 환경에 적용하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TE Connectivity·Amphenol·Molex 등 글로벌 업체들이 로봇 특화 인터커넥트 솔루션 개발을 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력 제어와 경량화도 빠질 수 없다. 현재 산업 현장에 투입된 이동형 로봇의 가동 시간은 2~5시간 수준에 머무른다. 실리콘카바이드(SiC)·질화갈륨(GaN) 기반 차세대 전력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소자보다 전력 손실이 적어 이 한계를 극복할 열쇠로 주목받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최신형 아틀라스(Atlas)는 강도 대 중량비 최적화를 위해 티타늄·알루미늄 3D 프린팅 부품을 기체 구조에 채택했는데, 이처럼 구조 경량화는 곧바로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질화갈륨(GaN) 웨이퍼. GaN은 기존 실리콘(Si) 기반 전력 소자보다 전력 손실이 적고 전력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 소재이다. [사진=Infineon Technologies]

◆ 표준 없는 초기 시장, 먼저 뛰는 자가 채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장에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은 현지 커넥터 업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로봇 시장은 특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갑작스럽게 확대되는 특성이 있어, 고객들은 제품 스펙뿐 아니라 문제 발생 시 즉각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함께 평가한다”며 “실제 미팅에서 ‘Are you local?’이라는 질문이 자주 나올 정도로 현지 밀착 대응력이 신뢰 형성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로봇 프로젝트는 설계 변경이 하루 단위, 때로는 몇 시간 단위로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실행력이 브랜드 인지도보다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보고서 역시 “지배적 하드웨어 표준이 확립되지 않은 초기 성장 단계로 신규 기업이 진입할 기회가 존재한다”면서 “자동차 전장이나 산업용 통신 등 이미 검증된 기술을 로봇의 혹독한 구동 환경에 맞춰 빠르게 변형·적용할 수 있다면 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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