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티스펙트라가 지놈텍이 'KIMES 2026' 비즈니스 전시회에 참가해 선보인 센서칩 '칩센스(ChipSense)' [사진: 만티스펙트라]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피지컬 AI가 의료 장비와 결합해 진단·치료 현장을 바꾸고 있다. 병원 밖에서 15분 만에 분자진단을 완료하고, 환자 개인의 뇌 구조를 AI로 모델링해 맞춤형 자극 치료를 설계하며, 손톱만 한 센서 칩이 물질의 화학적 성분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피지컬 AI가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의료·센싱 장비와 직접 결합하면서 의료 접근성(point-of-care)을 높이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최근 유럽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선도적으로 피지컬 AI를 의료·센싱 분야에 적용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피지컬 AI 모델을 물리적 장비의 정밀도를 높이고, 장비가 수집한 데이터가 다시 AI를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핵심으로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뉴로일렉트릭스(Neuroelectrics)는 AI 기반 디지털 뇌 모델과 비침습적 뇌 자극 장비를 결합한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의 '뉴로트윈(NeuroTwin)' 플랫폼은 환자 개인의 MRI 데이터를 기반으로 두피·뼈·백질·회백질 등 뇌 조직을 세분화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유한요소모델(FEM)을 생성한다.
라팔 노왁(Rafal Nowak) 사업개발 이사는 "환자 개별 MRI를 기반으로 모델을 만들고, 이 모델에서 먼저 자극 효과를 시뮬레이션한 뒤 실제 치료에 적용한다"며 "모든 뇌는 다르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접근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간질 치료 임상시험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다음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신청을 앞두고 있다. 뇌파 측정(EEG) 장비는 이미 FDA 승인을 받았다. 노왁 이사는 "다음 단계는 가정용"이라며 "환자의 병원 방문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뉴로일렉트릭스 비침습적 뇌 자극 장비 [사진: 뉴로일렉트릭스]
폴란드 브로츠와프 소재 지놈텍(Genomtec)은 휴대용 분자진단 플랫폼에 AI를 결합했다. 자체 개발한 SNAAT(등온핵산증폭기술)는 PCR과 달리 일정 온도(60~70도)에서 작동해 가열·냉각 과정이 불필요하다. 미론 토카르스키(Miron Tokarski) CEO는 "증폭 자체는 양성 검체 기준 5분 만에 가능하고, 추출 과정을 포함해 약 15분이면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머 6개로 최대 8개 유전자 단편에 결합해 PCR 대비 특이도가 높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AI는 신규 병원체 출현 시 진단 시약 개발 기간을 기존 6개월~1년에서 수 주로 단축하는 데 활용된다. 랩온어칩(lab-on-a-chip) 카드는 1회용이며, 1장으로 최대 5종 병원체를 동시 검출할 수 있다.
랩온어칩 카드는 순수 플라스틱 소재로 전자부품이나 밸브, 광학장치가 없어 제조 원가가 낮다. 경쟁사 분석장비가 대당 2만~3만유로인 데 비해 지놈텍 장비는 이보다 훨씬 저렴해, 장비를 무상 제공하고 카드 판매로 수익을 확보하는 '시약 리스' 모델도 가능하다. 카드 단가는 약 20~30유로 수준이다.
토카르스키 CEO는 "대형 병원은 하루 60건까지 검사할 수 있고, 개인의원(GP)이나 약국·공항 등 진정한 현장진단(point-of-care) 환경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AI는 신종 병원체 출현 시 수천 개 유사 병원체 데이터베이스와 시약 설계 원칙을 자동 스크리닝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최적의 진단 시약 후보군을 수 주 내에 도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놈텍이 'KIMES 2026' 비즈니스 전시회에 참가해 선보인 랩온어칩 카드과 분석 장비 [사진: 석대건 기자]
◆15분 현장 분자진단부터 로봇 손끝 센서까지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소재 만티스펙트라(MantiSpectra)는 근적외선(NIR) 영역의 초소형 하이퍼스펙트럴 센서 칩 '칩센스(ChipSense)'를 개발했다. 칩 자체 크기는 1×1.5㎜, 패키지 포함 4×4㎜에 불과하다. 인듐갈륨비소(InGaAs)·인듐인화물(InP) 기반 3-5족 반도체 공정으로 제조되며, 가시광선을 넘어 비가시광 영역까지 16채널×4밴드 총 64채널을 측정한다.
레오나르도 보아로토(Leonardo Boarotto) 사업개발 매니저는 "현재 웨어러블 기기는 녹색광 1채널이 전부지만, 우리는 64채널로 64배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이 기술은 특허로 보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손가락에 칩을 탑재해 섬유·식품 등 소재를 실시간 식별하는 피지컬 AI 응용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 기업 모두 한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뉴로일렉트릭스는 유통 파트너와 투자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만티스펙트라는 국내 대기업과 이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놈텍 역시 현지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을 추진 중이다. 피지컬 AI가 의료·센싱 분야로 확산되면서, 한국 바이오·의료기기 기업의 유럽 딥테크 스타트업 협업·인수 가능성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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