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청소년 국제학술 컨퍼런스 대회 현장.
[미디어제주 = 김은애 기자] “여러분이 함께하고 있는 학술 컨퍼런스 이 시간. 바로 그 자체가 하나의 훈련이 될 겁니다.”
27일 오후 1시 제주신화월드 백록룸. 제2회 청소년 국제학술 컨퍼런스 대회가 문을 열었다. 서로의 논문과 연구, 발표 실적에 점수를 매겨 우열을 가리는 작업이 포함됐지만, 수상만을 위한 자리는 아니다. 홀로 고민했던 내용을 모두의 앞에 꺼내놓고, 설명하고,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을 질문을 견디는 자리였다.
이번 대회는 제13회 국제e-모빌리티엑스포의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다.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위원회와 미디어제주가 주최했고, 주식회사 르네상스테크와 미디어제주가 주관했다. 국내외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사전에 응용·융합과학, 디지털·미래산업, UN SDGs 지속가능발전 연구 분야의 논문을 받았고, 1차 심사를 통과한 8팀이 이날 본선에 올랐다. 본선 진출자에게는 발표 기회와 함께 제주도지사상 등이 걸린 시상, 수료증 발급, 청소년저널 게재 기회가 주어졌다.
발표의 주제들은 생각보다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피싱 범죄 대응, 자율주행차 안의 감정 인식, 기업 공시 분석, 제주 흑돼지 연구, 소형 과학 로켓, 제주의 기상 예보. 모두 교과서와 거리가 먼 주제지만, 오늘날 산업과 사회가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이다.
한 팀당 7분의 발표 시간. 약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프레젠테이션 후 수상자 발표가 이어졌다.
대상 수상팀, 경북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 1학년 박하준·김동혁 학생.
제주특별자치도지사상(대상)은 경북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 박하준·김동혁 학생. 논문 제목은 ‘URL기반 피싱 탐지 랜덤포레스트 머신러닝 모델의 시계열적 무력화 분석’이다.
발표는 요즘 가장 널리 쓰이는 기술 하나에 집중한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피싱 탐지 모델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수 있고, 새로 등장한 최상위 도메인에서 특히 취약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2023년 자료로 학습한 피싱 탐지 모델이 2024년과 2025년으로 갈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흐름을 짚었다. 따라서 최소 1년 주기의 재학습과 더 촘촘한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는 결론도 내놨다.
금상 수상자, NLCS Jeju 홍하윤 학생.
제주대학교 글로벌리더십센터장상(금상)은 두 팀이 받았다. NLCS Jeju 홍하윤 학생은 ‘제주도 실측 기상 데이터를 활용한 AI 모델 간 기상 예보’를 발표했다. 제주에서 일기예보가 자주 빗나간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연구다. 그는 실제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두 AI 모델의 예측값과 관측값 차이를 비교했다. 또한, 두 모델 모두 강수량 예측에서 한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예보가 왜 틀리는지, AI가 어디까지 예측 가능하고, 어디서부터 어려워지를 드러낸 연구다.
금상 수상자. 대전송촌고등학교 정민하 학생.
또 다른 금상 수상자인 대전송촌고등학교 정민하 학생은 ‘표준 인터페이스 기반 다목적 소형 과학 로켓 플랫폼 개발’을 주제로 발표했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배경으로, 교육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저비용 로켓 플랫폼을 제안했다. 발표에 따르면 각 장비를 슬롯 방식으로 설계해 교체가 쉽도록 했고, 1회 발사 비용은 약 70만원 수준이다. 지금은 학습용이지만, 향후 여러 연구 기관의 다양한 목적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확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공교육 현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우주가, 그의 제안에서는 한층 가까이 있었다.
은상 수상팀, Utahloy International School 최민서·유예상 학생.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상(은상)을 받은 Utahloy International School 최민서·유예상 학생은 ‘Evidence-Verified Multi-Agent Analysis of SEC Filings’를 발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문서를 바탕으로, 공식 문서에 근거한 기업 분석 보고서를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그럴 듯 하지만 근거가 빈약하다’는 기존 AI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추측성 문장을 늘어놓는 대신, 공시 문서 유형에 맞게 단계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 따라서 비교적 정확하고 정밀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데이터의 양보다 질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은상 수상자, 부산 부곡여자중학교 3학년 정서윤 학생.
마찬가지로 은상을 받은 부산 부곡여자중학교 3학년 정서윤 학생은 제주 흑돼지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논문 제목은 ‘식량 자원의 지속 가능한 보존을 위한 제주 흑돼지의 열적 특성 분석 및 AI기반 품종 식별 시스템 연구’. 정 학생은 제주 흑돼지 육포와 일반 돼지 육포를 비교해 열에 따른 질량 손실을 살폈다. 그리고 이미지 학습을 활용해 품종을 식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발표에 따르면 제주 흑돼지는 열을 가했을 때, 일반 돼지보다 질량 손실이 약 37% 낮았다. AI를 기반으로 한 품종 식별 시스템은 약 84% 정확도로 제주 흑돼지를 구분했다. 지역 자원을 과학과 기술로 확장해려는 시도다. 심사위원들은 시료와 실험 설계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짚었지만, 덕분에 연구의 다음 단계가 기대된다.
동상 수상팀, St. Johnsbury Academy와 TLC International School의 신준서·류재근 학생.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조직위원장상(동상)은 두 팀에게 돌아갔다. St. Johnsbury Academy와 TLC International School의 신준서·류재근 학생은 ‘AI-Driven Multimodal Emotion Recognition for Mental Well-Being in Autonomous E-Mobility’를 발표했다. 표정과 목소리, 심박수를 함께 반영해 자율주행차 안에서 음악과 조명, 주행 모드를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자동차를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닌, 정서적 안정을 돕는 공간으로 바라본 발표다.
동상 수상팀, DIS와 Cornerstone Collegiate Academy의 허서윤·황승민 학생
또 다른 동상 수상팀인 DIS와 Cornerstone Collegiate Academy의 허서윤·황승민 학생은 드론을 활용한 실시간 난민 탐지 분야를 발표했다.
미디어제주상(장려상) 수상자, SJA Jeju 홍민재 학생.
미디어제주상(장려상)은 SJA Jeju 홍민재 학생에게 돌아갔다.
한편, 이날 평가는 연구문제의 명확성, 연구설계와 방법, 실행과 해석, 창의성, 사회적·학문적 기여도, 프레젠테이션 등 6개 단계로 이뤄졌다. 따라서 논문만으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 발표에서 보완되며 점수가 달라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계명 제주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카본프리아일랜드제주 이사장은 대회가 제주 안에서 더 넓게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제주에 사는 학생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많은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청이나 대학, 도청이 함께하고 라이즈 사업 등 펀딩을 받아 규모 있게 하면, 더 좋은 행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유신 제주대학교 사범대 강사·주식회사 한디오티 대표는 사전 교육의 필요성을 짚었다. 그는 “학생들 수준은 예상보다 상당히 높았다”면서도 “논문 구성이나 생성형 AI 활용 방식, 표절과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할 때는 결국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아직은 읽거나 외운 티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쟁만을 위한 대회에서 머물지 않고, 연구자가 지켜야 할 기준까지 고민했던 시간이다.
대회는 올해 두 번째를 맞는다. 아직 더 채워야 할 것들이 많다. 이날 나온 제언처럼 청소년들의 실험은 더 정교해질 수 있고, 질문도 더 깊어질 수 있다.
청소년들이 미래산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들고, 직접 발표하는 장면. 제주에서 이런 무대가 해마다 이어질 수 있다면 어떨까. 자기 연구를 끝까지 밀어본 경험이 쌓인다면, 청소년 연구자들의 미래는 더욱 기대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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