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명근 청주시정연구원 연구본부장
청주의 4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무심천변에 45만명의 인파가 다녀갔다. 사진을 찍고, 푸드트럭을 즐기며 행복해 하는 가족들, 삼삼오오 나들이에 나선 친구들의 웃음은 봄 햇살만큼이나 따뜻했다. 그리고 며칠 뒤 육거리 야시장의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지역의 가수와 공군 군악대의 멋진 공연, 시장의 음식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은 몇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흐믓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무심천변의 듬성듬성한 잔디흙밭 위임에도 소박하게 자리를 깔고 앉은 시민들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함께 청주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물론 과거 명암저수지, 상당산성 외에는 아무런 즐길 것도, 가볼 곳도 없던 여가의 불모지 시절과 비교하면 최근 몇 년간 꿀잼과 다양한 즐길거리 사업을 통해 많은 성과와 호응을 끌어냈다.
특히 여름철 물놀이장의 경우 노인들의 “집근처에서 손자 손녀와 즐길 수 있어 정말 좋았다”는 평가를 쉽게 들을 수 있었고, 이제는 대형 워터파크 시설이 청주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 청주시의 많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 89만의 도시, 941㎢ 대면적을 보유한 국토의 중심, 비행기와 고속철도가 지나는 국가 교통의 요충지, 반도체와 2차전지 등 미래 국가전략산업 기반의 기업들이 즐비한 이 도시에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인프라는 무엇일까?
필자는 미국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지역의 랜드마크 공간 조성을 통해 시민들의 여가와 도시의 활력을 동시에 불어넣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도시연구원협의회 업무로 수원을 오가며 수원의 많은 공원과 수목원, 다양한 볼거리는 도시의 매력을 한껏 높여 줬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에 수원은 지금 살기좋은 도시 1위가 됐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사업들은 예산 확보가 핵심이며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지자체가 국비 공모 사업에 필사적이다. 특정 국비사업의 경우 당락 여부가 지자체의 미래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서 지역의 기업들과 고민을 함께 한다면? 더 다양한 길이 있다.
기업과 도시가 함께 성장한 사례는 세계 곳곳에 있다. 미국 시애틀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함께 성장하며 세계적인 혁신 허브로 거듭났는데 이들은 단순히 세금과 일자리 제공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문화·공원·교육 인프라에 기업이 직접 투자하면서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었다. 기업의 성장이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도시의 매력이 다시 우수한 인재를 불러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국내에서는 포항과 울산이 좋은 사례이다. 포스코는 포항시와의 협력을 통해 영일해수욕장 일대를 시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포항공과대학은 포항을 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도시로 변모시켰다. 이는 포항이 단순한 철강도시를 넘어 교육과 관광·문화 도시로 발전하는 기반이 됐다. 울산 역시 현대차그룹과의 상생을 통해 태화강 국가정원을 조성하며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생태문화도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청주는 지금 상생을 실현할 조건이 갖춰져 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를 세계적 낸드플래시 생산의 중심지로 키웠고,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 기업들은 충북을 국가 배터리 산업의 핵심축으로 올려놓았다.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가계 소득을 동반 상승시켰고, 그 결과 코스트코, 이트레이더스, 스타필드 빌리지 등 대형유통망이 들어오면서 지역 자본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맨해튼의 밀도를 견디게 하는 허파이자 세계인을 불러들이는 문화 자산이듯, 기업들이 도시 문화 인프라 조성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함께 상생 모델을 설계한다면, 기업 이미지 제고와 경쟁력 강화, 도시의 매력 증진을 통한 ‘살기좋은 도시’로 변모해 가는 확실한 기반이 될 것이다.
청주는 이제 혼자만의 성장이 아니라 주변 지역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거점도시로서의 기능을 모색해야 한다. 청주국제공항과 오송역은 이미 청주를 충청권과 호남, 영남, 강원을 잇는 국토 교통의 요충지로 만들어 놓았다. 세종과 대전, 충남·전북·경북이 모두 청주를 통해 연결되는 지리적 위상은, 청주가 광역 협력의 거점 도시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충북 안으로는 음성·진천·보은·제천 등 인접 시·군의 첨단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도시로의 성장은 인프라의 숫자가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도시의 매력이 증명한다.
무심천 흙밭에 돗자리를 깔던 시민들이 언젠가 청주의 센트럴파크에서 웃을 수 있는 날을, 그리고 그 공원이 주변 지역에서, 전국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찾아오는 명소가 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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