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도발적 질문 던진 BCG 보고서
"AI의 전 영역 자급자족 정말 가능한가
LLM 중심 현 패러다임 지속될 수 있나
진짜 소버린은 AI의 안정적 사용 보장"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실장이 2월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팀 추가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인공지능(AI) 전 과정을 자급자족하는 '풀스택' 소버린(주권) AI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미래에 막대한 매몰비용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의 AI 전략이 기술을 '소유'하기보다 '사용'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보스턴컨설팅그룹(BCG)는 지난달 25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대부분 국가에 풀스택 소버린 AI는 환상에 가깝고, 보다 실질적인 전략은 회복력(resilience)에 기반해야 한다"는 도발적 주장을 폈다. 장기적으로 소버린 AI 전략을 유지할 만한 규모와 역량을 갖춘 나라는 소수 초강대국과 일부 중견국에 불과하며, 이들조차 칩·클라우드·모델·데이터 같은 AI의 전 영역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현실에선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각국의 소버린 AI 현주소를 짚었다. 호주는 자국 인프라와 데이터를 앞세운 국가 대규모언어모델(LLM) '마틸다'를 만들었지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글로벌 하드웨어·소프트웨어와 해외 데이터를 끌어올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6만2,000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며 국가 클러스터를 구축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가 2024년 한 해에만 GPU 48만5,000개를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규모 격차가 크다.
배경훈(앞줄 왼쪽 다섯 번째부터)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등이 2025년 12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풀스택 소버린 AI은 LLM 중심의 현재 패러다임이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 세워진 전략이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그래서 "AI 아키텍처와 인프라가 바뀌면 막대한 매몰비용이 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가 내놓은 대안은 파트너십과 다변화를 축으로 하는 'AI 회복력' 개념이다. AI 기술을 소유하기보다 사용하는 데서 주권을 갖추는 것이 더 유용할 거란 얘기다.
사용 개념의 주권에 맞는 사례로 보고서는 한국의 'AI 바우처'를 들었다. 정부가 AI 설루션을 구매해 자사 제품·서비스에 활용하려는 중소·벤처·중견기업, 의료기관, 소상공인에게 사용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투자 여력이 제한적일 땐 실제 도입과 연계된 소규모 보조금이 더 빠르게 AI 확산을 이끌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간 테크업계에선 소버린 AI 개념을 둘러싸고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소버린 AI를 목적으로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대표 AI 모델 개발 프로젝트도 독자성을 판단하는 기준, 완성 후 용도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여전히 혼재한다. 경쟁 중인 기업들 사이에선 개발 후 소버린 기술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더 중요할 거란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국가에 가장 의미 있는 소버린 AI는 자국 기업과 공공 부문이 AI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는 보고서의 결론은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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