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오랜 기간 여름은 방송가의 대표적인 비수기로 통했다. 휴가지로 떠나는 이들이 늘고 야외 활동이 정점에 달하면서, 시청자들은 TV 앞을 떠나 밖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승을 부리는 폭염이 오래된 공식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서, 시청자들은 다시 집 안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제 ‘집에 갇힌 여름’은 어쩔 수 없는 고립이 아닌, 가장 쾌적하고 경제적인 피서법으로 자리 잡았다.
SBS 드라마 ‘김부장’의 흥행은 이러한 여론의 흐름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액션 누아르와 묵직한 가족 서사를 결합한 ‘김부장’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소지섭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앞세워 안방극장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최종회 시청률 23%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올해 드라마 최고 기록을 세운 배경에는, 폭염 특보 속 집 안으로 모여든 시청층과 장르적 카타르시스가 정밀하게 맞물린 결과가 있다.
OTT 플랫폼 역시 이러한 기후적 변수를 호재로 활용하며 새로운 성수기를 창출하고 있다. 방송 시간이 고정된 레거시 미디어와 달리, OTT는 더위를 피해 실내에 머무는 시청자들의 모든 시간을 정조준한다. 낮 시간대에는 짧은 예능 클립을 소비하고, 열대야 속 밤에는 시리즈를 몰아보며, 주말에는 신작을 통째로 즐기는 방식이다. 늘어난 실내 체류 시간이 OTT 시장에는 더없이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된 셈이다.
이용 지표 또한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뒷받침한다. 데이터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5월 주요 OTT 서비스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209만 명으로, 전년 동월(2124만 명) 대비 4%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37.8%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킨 가운데, 쿠팡플레이(24.4%), 티빙(17.8%), 디즈니+(6.7%), 웨이브(6.1%)가 뒤를 이으며 단단한 실내 이용자층을 형성했다.
물론 무더위라는 환경적 요인만으로 흥행 지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한들, 시청자의 리모컨을 고정시키는 것은 결국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다. 날씨는 집 안에 머물 명분을 제공할 뿐, 시청을 지속시키는 힘은 서사의 몰입감과 캐릭터의 매력에서 나온다.
이에 맞춰 방송가의 여름 출격 전략도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지상파와 종편은 몰입도 높은 대형 드라마를 전면 배치해 본방 사수를 유도하고, OTT는 촘촘한 공개 주기로 몰아보기 수요를 흡수한다. 예능 역시 부담 없이 켜둘 수 있는 일상 포맷과 자극적인 설정을 기민하게 배치하며 시청자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가의 새로운 성수기는 더 이상 유명 휴가지가 아닌, 에어컨이 켜진 집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폭염은 사람들을 밖으로 몰아내는 대신 화면 앞으로 불러모은다”며 “무더위는 시청자에게는 피서의 새로운 대안이자, 미디어 시장에는 뜻밖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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