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과신대 청소년 캠프’ 참석자들이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강의 중 호박벌을 만지고 있다.
대학 강의실 스크린에 포켓몬 ‘파이리’가 등장했다. 학생들에게 익숙한 만화 캐릭터는 이날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는 교재가 됐다. ‘진화와 신앙’을 주제로 발제한 생물학자 이경용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은 파이리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갈라져 나가는 과정을 예로 들어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종분화를 설명하면서 신앙과 진화의 관계로 이야기를 넓혔다.
“진화 이론을 인정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이 얼마나 정교한 물리 법칙과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만드셨는지 알게 됐고, 이를 통해 하나님을 더 크게 찬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연구관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이종화 목사)와 과학과신학의대화(과신대·우종학 대표)가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개최한 ‘2026 과신대 청소년 캠프’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번 캠프는 학교에서 우주·진화·생명 등을 배우며 과학과 신앙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이 성경과 자연을 함께 바라보고 자유롭게 대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고등학생과 학부모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진화를 생물이 더 고등한 형태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연구관의 설명이다. 그는 “진화는 개체 하나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 집단이 여러 세대를 거치며 변화를 축적해 집단의 특성이 달라지는 것”이라며 “생물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다양해지는 과정을 진화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용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이 아이들에게 호박벌을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관은 “지금 우리가 보는 아메바와 곤충, 새, 인간 등 다양한 생물은 각자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진화해 온 결과”라며 “진화가 단순히 원숭이가 사람이 되는 과정이라면 지금 세상에는 사람만 남아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생물의 다양성을 하나의 직선적인 발전 과정이 아니라 여러 계통으로 갈라져 온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다.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뒤영벌의 진화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주사위를 던져 무작위로 형질을 획득한 뒤 벌 그림 위에 이를 자유롭게 추가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완성된 뒤영벌을 비교하며 돌연변이로 생긴 형질의 차이와 환경에 따른 선택이 생물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이 연구관은 진화 이론과 진화주의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이 다양해진 과정을 설명하는 과학 이론으로서의 진화는 받아들이되 모든 존재를 우연과 물질로만 설명하며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적 세계관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진화는 하나님께서 생명체를 다양하게 창조하시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라며 “과학을 통해 생명의 정교한 법칙을 알아갈수록 창조주 하나님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과 신앙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과학과 신앙’을 주제로 강의한 구형규 과신대 청소년교육팀장은 과학은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지만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구 팀장은 갈릴레오 재판을 예로 들며 과학과 신앙의 충돌처럼 보이는 문제 중 일부는 인간의 성경 해석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충돌하면서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과학과 신앙은 서로 싸우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도와주고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해 주는 동반자”라며 “과학을 공부하는 일도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탐구하고 창조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훈삼 기장 총무는 “오늘 기독교는 과학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경청하면서도 과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진지한 대화를 이어가길 바란다”면서 “과학과 기독교가 서로 깊어지고 풍성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원주영강교회(이섭 목사) 학생들과 함께 참석한 강은석(18)군은 “과학과 신학을 서로 분리된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과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도 세계관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학교에서 배운 과학과 교회에서 배운 신앙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어 많이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포 양곡교회(김일섭 목사)에서 딸 김호산나(14)양과 함께 참석한 강선주(51)씨는 “어려서부터 신앙으로 교육해왔지만 과학과 함께 바라보면서 아이의 생각의 지평을 더 넓혀주고 싶어 캠프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천문학자가 신앙 안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과학의 영역 역시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양은 “평소 신앙과 과학 모두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캠프를 통해 더 깊이 배울 수 있어 의미 있었다”며 “과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믿음을 바탕으로 탐구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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