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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포용금융' 외치는 은행권, 장애인 고용 '뒷전'···법정기준 절반도 못...

비대면·후선 업무, 데이터 검수, IT 테스트 등 장애인이 수행 가능한 영역은 충분히 존재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발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장애 유형도 다양하고 은행 업무 역시 창구...

'포용금융' 외치는 은행권, 장애인 고용 '뒷전'···법정기준 절반도 못...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포용금융'을 경영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것과 달리, 최근 5년 간 1%대 고용률에 머무는 등 장애인 고용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기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이 평균 3.27%를 기록, 지난 1991년 제도 시행 이후 3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의무고용률(3.1%)을 달성한 것과 대비될 수밖에 없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1.40%에 그쳤다.

민간기업 법정 의무고용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최근 5년간 1%대 초중반에서 사실상 정체돼 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63%(지난해 말 1.67%)로 가장 높은 고용률을 기록했다. 이어 하나은행(1.48%), NH농협은행(1.46%), 신한은행(1.32%) 순이었고, 우리은행은 1.1%로 5대 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고용인원과 고용률 모두 최하위를 기록한 우리은행은 5년 내내 고용률 1% 대 초반(1.0~1.1%)에 머물러 '사회적 책임 소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2020년 2.11%로 유일하게 2%를 넘어 고용률 1위였던 NH농협은행은 매년 수치가 하락해 올해 1분기 1.4%대로 급감했다.

문제는 고용 부진이 장기간 반복되고 있음에도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장애인 고용 인원이 줄었는데도 전체 인력 감소 폭이 더 커 고용률이 상승하는 '착시 현상'도 나타났다.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대가로 납부하는 고용 부담금 역시 매년 200억원 안팎에 달한다. 지난해 5대 은행이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 담금은 총 191억2000만원이다.

우리은행이 46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40억원), 농협(39억원) 순이었다. 수조원대 이익을 내며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은행 입장에서 연간 30억~50억원 수준의 부담금은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부담금은 '제재'가 아니라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위한 '면죄부 수수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 은행권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금융업 특성상 고도의 주의력이 요구되는 업무가 많아 장애인 인력을 배치할 적합 직무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과거 장애인 인력이 주로 맡았던 단순 사무보조 업무가 AI(인공지능)와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로 대체되면서 채용 문턱이 더 높아졌다. 이 밖에 "고객이 거액의 자산을 맡기기를 꺼려한다"는 식의 접객 리스크를 우려하는 부정적 시선도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A 은행 관계자는 "돈을 다루는 업무 특성과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이라는 점 때문에 실제 현장 배치가 어렵다"며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 자체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B 은행 관계자도 "채용 과정 상 장애인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지원자의 응시율·합격률이 저조하고 채용 후에도 대고객 업무 부담 등으로 퇴사율이 높다"며 "장애인 적합 직무 발굴이 어렵고 중증장애인의 경우 재택근무 형태로 근무할 수 있는 직무 발굴, 설계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을 '구조적 한계'라기보다 '의지와 직무 설계의 부재'로 본다. 비대면·후선 업무, 데이터 검수, IT 테스트 등 장애인이 수행 가능한 영역은 충분히 존재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발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장애 유형도 다양하고 은행 업무 역시 창구 응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소극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어렵다'는 이유만 반복되는 측면이 있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 국가로부터 예금자 보호 등 지원을 받는 금융사들이 '골치 아프니 과태료 내고 말자'는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은행권이 포용금융을 강조하는데 금융만 포용할 게 아니라 사람을 포용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애인 고용 문제는 단순한 채용 규모가 아니라 '직무 혁신'과 '조직 인식'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더구나 향후 의무고용률이 3.5%까지 상향될 예정인데 지금과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부담금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역시 장애인 채용보다 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기업이 줄지않자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0일 노동부에 "부담금 가중을 포함해 미이행 비율에 따른 단계적 상향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실행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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