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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평생 연구자로 강단 지킨 40년, 행복했다”

연골, 골, 망막, 각막, 안구, 디스크 질환을 재생시키는 재생의학 소재 개발에 국내 최고 권위와 성과를 낸 전북대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가 오는 31일 정년퇴직한다.

“평생 연구자로 강단 지킨 40년, 행복했다”

▪정년 앞둔 전북대 강길선 교수

연골, 골, 망막, 각막, 안구, 디스크 질환을 재생시키는 재생의학 소재 개발에 국내 최고 권위와 성과를 낸 전북대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가 오는 31일 정년퇴직한다.

강 교수는 생체의료용 고분자 기반 재생의학 소재 설계와 조직공학용 하이드로겔 및 스캐폴드 개발 분야 권위자다. 강 교수는 특히 정년이 임박한 지난 2024년부터 올해까지도 국제 저널 Gels에 재생의학 분야의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연구 집념을 놓지 않고 있다.

정년을 코앞에 둔 최근까지 연구실을 지키고 있는 것도 글로벌 우수제조기술과제(GATC, 산자부 시행)와 과학기술부 시행 기초연구실과제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제자와 동료, 후배들이 그의 정년퇴직을 아쉬워하는 이유다.

강 교수는 “평생을 연구와 강의를 천직으로 여겨왔고, 한번 연구자는 평생 연구자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라며 “비록 강단을 떠나지만, 연구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가 이름조차 낯설던 의료용 고분자재료와 조직공학·재생의학·줄기세포의 길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1987년,

작은 연구실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들은 국내를 넘어 세계 학술 무대로 뻗어나갔다.

한국 생체재료 연구자로의 위상 역시 단단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전북을 대표하는 연구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석학으로 남긴 수많은 논문과 성과가 이를 증명한다. 논문 730여 편, 특허 100여 건, 저서 20여 권, 다른 과학자들이 강 교수의 논문을 인용한 이른바 논문 피인용 수는 2만 3,000여 건에 달한다. 이 같은 수치는 전 세계 과학자의 상위 0.83%에 해당한다. 이 모두 강 교수가 이 분야에서 이룬 성과다.

본인의 연구 성과보다 강 교수가 더 값지게 여기는 것은 자신의 ‘Gilson’s Lab’에서 길러낸 석박사 졸업생과 재학생 등 270여 명의 제자다. 지방대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수도권 제약회사를 위주로 100% 취업시켰다.

더구나 공과대학 이외에 농과대·자연대 출신들의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영문과, 회계과 등 문과대 학생들까지 줄기세포 연구를 시켰다. 실질적인 융합연구를 몸소 실천한 셈이다. 지금도 가끔 아이들을 안고 찾아오는 제자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제자들의 요청으로 결혼식 주례도 38차례나 섰다.

강 교수의 제자 가운데는 충남대 최학수 교수 (전 하버드의대교수), 전남대 현훈 교수, 한림대 김순희 교수, 가톨릭대 양대혁 교수, 원광대 김초민 연구교수 등 이 분야의 쟁쟁한 연구자들이 즐비하다. 안태군 박사와 강복기 사장은 벤처 기업을 출범하여 제제 기반에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유수 제약회사에 포진하고 있다.

강 교수는 제자들에게 연구자의 자세를 먼저 가르쳤다. “결과보다 과정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작은 실험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학문은 끝내 사람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 그 가르침은 어떤 논문보다 오래 남아 오늘의 제자들을 만들었다”는 게 제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제자인 양대혁 교수는 “실험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새벽까지 연구실 불이 꺼지지 않던 날에도, 문장 한 줄을 앞에 두고 수없이 망설이던 순간에도, 교수님께서는 늘 그 자리에 계셨다”라고 말한다.

김순희 교수 역시 “제자들에게 엄격하기로도 소문났지만 언제나 제자의 가능성을 제자 자신보다 먼저 믿어 주셨다”고 회상했다.

그 믿음이 연구에 지친 제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고, 지금도 삶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 있다는 거다.

강 교수는 퇴직 이후에도 연구에 매진할 생각이다. 최근 화두인 성형용이나 조직수복용 인체조직 유래 생체재료의 상용화와 제약 제제 그리고 줄기세포를 이용한 오르가노이드와 역노화 분야에도 계속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3~4년 전 부터는 전라북도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인 레드바이오 분야의 중흥에 앞장서 ‘전북특별자치도 바이오산업발전협의회’의 부회장을 맡아 민간분야의 사령탑 격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한 내년 6월에는 세계 재생의학·조직공학 국제학술 대회(FBPS2027)를 전북도와 전북테크노파크와 함께 유치하여 관련 기업 유치와 산업생태계 확장에 힘을 쓰고 있다.

강 교수는 연구자뿐 아니라 소소한 삶의 태도에도 남다른 면모가 많다. 자연을 벗 삼아 살겠다며 지난 2010년 완주 소양 다리목 시골 마을에 집을 짓고, 공작과 거위, 오골계 등 50여 마리를 직접 기른다. 채소밭으로는 다소 넓은 600평의 땅에 이런저런 농사도 짓는다.

최근에는 마을주민들의 뜻을 모아 마을 일을 하겠다며 주민협의체도 만들어 회장직을 맡았다.

매일 아침 좋은 노래를 골라 하루도 빠짐없이 해설과 함께 지인 20여만 명에 카톡, SNS를 이용한 편지를 전달한 것도 3,300회를 앞두고 있다. 10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노래선물을 한 셈이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 지난 2005년 이후부터 도내 3~4개 신문에 매달 칼럼을 쓰고 있다. 여행을 좋아해 70개국 1,500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이를 ‘세계 문명기’로 매달 신문에 기고하고 있다. 그간에 펴낸 수필집을 5권에 이른다. 그 가운데 『포르투갈 문명기』와 『돌로미티 문명기』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복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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