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강의 '뇌섹남'들이 AI라는 거대한 시대적 화두를 앞에 두고 한자리에 모였다. 바둑계의 영원한 풍운아 이세돌 9단과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살아있는 신화 '페이커' 이상혁이 인공지능과의 대결, 그리고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영역에 대해 깊이 있는 담론을 나눴다. 오는 8일 밤 9시 방송되는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두 천재는 일론 머스크가 개발 중인 차세대 AI '그록 5(Grok 5)'의 도전을 중심으로 치밀한 수싸움을 예고했다.
이번 만남의 도화선이 된 것은 테크 거물 일론 머스크의 공개 도전장이다. 머스크 측은 이상혁에게 '그록 5'와의 LoL 맞대결을 제안했고, 이상혁은 평소의 냉정함을 유지하면서도 "우리는 준비됐다. 너희는?(We are ready, R U?)"이라는 짧고 강렬한 답변으로 화답하며 전 세계 e스포츠 팬들을 열광시켰다. 10년 전 인류 최초로 인공지능 '알파고'와 사투를 벌였던 이세돌 9단과, 이제 막 AI와의 전면전을 앞둔 이상혁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인류와 기계의 대결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서사가 됐다.
이상혁은 본격적인 대결을 앞두고 게이머 특유의 정교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게임은 3D로 구현되는 매우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그록 5' 역시 아직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매우 흥미로운 게임이 될 것이고 나 역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인간만이 가진 '직관력'은 AI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AI에게 이상혁과의 대결에 대해 물으면 가장 먼저 '직관력'에 대한 질문을 내놓을 정도로,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계산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2016년 알파고에게 인류의 유일한 '1승'을 선사했던 이세돌 9단은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그는 "아마 '그록 5'에게 일정 부분 조건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이상혁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바둑과 게임은 메커니즘이 완전히 다르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응원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방송에서 과거 알파고와의 대결 비화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 한 판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사실 한 번의 '꼼수'가 통했기 때문"이라며, 이후 2021년까지 AI와 맞대결을 펼쳤으나 두 수를 접고서야 겨우 승리할 수 있었던 압도적인 격차를 실토하며 AI의 진화 속도에 경이로움을 표했다.
12세 입단 후 세계를 14번 제패했던 이세돌과, 최연소·최고령·최다 우승 기록을 모두 보유하며 전 세계 팬들의 '기습 숭배'를 받는 이상혁. 두 천재의 공통점은 단순히 압도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인류를 대표해 기계 문명과 맞선다는 상징성에 있다. 특히 이번 대결의 상대가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도 공교로운 지점이다. '그록 5'와의 대결 방식과 시점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가운데, 이상혁이 바둑에서 못다 이룬 AI 완전 정복의 꿈을 e스포츠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실현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FT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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