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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허괴물의 습격②] 전자·모빌리티 생태계도 주타깃…특허강국 첨단기...

큐오사운드는 갤럭시 스마트폰, 삼성 스마트TV, 무선이어폰, 사운드바 등 정보기술(IT)·가전 제품 전반을 침해기기로 지목하며 라이선스 협약과 로열티를 요구했다. 전자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스마트홈...

[특허괴물의 습격②] 전자·모빌리티 생태계도 주타깃…특허강국 첨단기...

일명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의 공세가 한국 첨단산업 전반에 거세게 확산하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TV 등 전자업계에 집중됐던 특허분쟁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모빌리티까지 빠르게 번지는 양상이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제품·서비스에 수많은 특허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특허분쟁을 피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직면한 ‘NPE 리스크’를 짚어보고, 갈수록 격화하는 특허전이 기업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삼성전자가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선보였다. 사진=삼성전자

[THE Biz(더비즈)=천성윤 기자] 한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전자 제품 사업과 모빌리티 분야도 NPE들의 특허침해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 제품 제조 방식이나 디자인 소송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스마트TV 운영체제(OS), 무선통신, 디스플레이, 차량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드카, 차량용 반도체 인터페이스 같은 복잡한 기술로 분쟁 범위가 급속도로 변화했다.

첨단 전자제품 하나에 수천 개 특허가 얽혀 있는 산업 특성상 NPE 입장에서는 전세계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소송 타깃이 되는 양상이다. 국내 업체들은 기술을 특허로 명문화하지 않으면 NPE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선제적인 특허출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자업계, 연간 수천 건 NPE 공격 받아내

삼성 스토어 매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전자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NPE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당장 올해만 해도 수십 건의 특허침해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제기된 국내 기업의 전자부문 NPE 분쟁은 104건에 달한다. 지난해 전자기업 전체 분쟁건수는 1940건으로, 월별 100건이 훌쩍 넘는 NPE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NPE들은 미국 텍사스주(州) 연방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ITC)를 중심으로 소송을 제기한다. 텍사스 연방법원은 NPE에 다소 유리한 판결이 나오는 지역으로, 지난해 NPE 특허 소송의 70%가 이곳에서 벌어졌다. ITC는 특허침해 판결이 날 경우 무역제재를 진행하는 기관으로, ITC 제소 자체가 피소 기업에는 합의 압박으로 작용한다.

국내 최다 NPE 분쟁 업체는 단연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여러 기술의 총합체인 스마트폰은 특허 사용이 필연적인 데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양사가 높은 점유율과 수익성을 확보하자 NPE들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달만 해도 미국 NPE 론스타 크리스탈 디스플레이(Lonestar Crystal Display LLC)는 LG전자를 상대로 액정디스플레이(LCD) 특허침해로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LG전자의 대표 프리미엄 TV 제품인 ‘QNED’ 라인업을 겨냥했다. 삼성전자 또한 큐오사운드 IP 이노베이션즈(QOSound IP Innovations LLC)로부터 “AI 음성보정 기술이 우리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전에 휘말렸다. 큐오사운드는 갤럭시 스마트폰, 삼성 스마트TV, 무선이어폰, 사운드바 등 정보기술(IT)·가전 제품 전반을 침해기기로 지목하며 라이선스 협약과 로열티를 요구했다.

전자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스마트홈 시스템도 NPE들의 먹잇감이 됐다. 최근 숙박스(Sookbox LLC)는 LG전자가 12년 전인 2014년 미국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공유한 스마트홈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연방법원에 소송장을 제출했다. 또 다른 NPE인 포투스(Portus Singapore PTE Ltd.)는 지난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쪽에 스마트홈 원격제어 기술을 문제 삼아 연이어 고소를 진행했다.

NPE 대부분은 숙박스와 LG전자 간 분쟁 사례처럼 과거 발명된 기술을 결과론적으로 끼워맞춰 소송을 진행하는 전략을 펼친다. 기술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기업이 힘을 쏟으면 갑자기 NPE가 등장해 특허에 적시된 일부 표현을 걸고 넘어져 특허침해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분쟁정보분석실 황용규 변리사는 “결과 중심적 기능 표현만으로는 발명적 개념이 인정될 수 없으며, 발명의 구체적 구현 방법과 기술 개선이 반영돼야 발명적 개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 커져…현대차도 사정권

현대차 운전석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현대차그룹

모빌리티 역시 NPE의 주 활동 무대다.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특허 리스크가 높은 대표 산업이 됐다. 이에 자동차 구동계 특허가 아닌 차량용 통신, 블루투스, 내비게이션, 인터페이스, 무선충전, 차량 데이터 처리 등 전장 계통 분쟁이 다수 발생한다.

이달 말리키 이노베이션즈(Malikie Innovations Ltd)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커넥티드카 기술 침해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핸드폰·스마트폰 제조사 블랙베리(BlackBerry)로부터 특허권을 양도받은 후 이를 적극 행사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앱), 무선통신 기능들이 특허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말리키 이노베이션즈는 “현대차는 표준필수특허(SEP)를 마음대로 사용했다”고 강조했는데, SEP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열티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노린 전략적 접근으로 분석된다.

또한 현대차는 어프리즈 시스템즈 텍사스(Aprese Systems Texas)와 실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핵심 기능인 ‘안드로이드 오토’와 관련한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벌어진 스트라토스오디오(StratosAudio, Inc.)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관련 분쟁에서는 현대차가 승소했다. 현대차가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특허무효심판(IPR)을 신청하며 적극 대응했고, 스트라토스오디오 측이 소유한 특허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돼 완전히 무효화됐기 때문이다.

그 외 프로센스(Proxense LLC)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에 차량 문을 열고 닫는 디지털키가 특허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인포게이션(Infogation Corporation)도 2024년 내비게이션과 GPS를 수신하는 기술이 기술 도용이라며 현대차와 법정 싸움에 돌입했다가 지난해 7월 이를 취하했다. 이들 원고 모두 NPE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소프트웨어가 늘어날수록 NPE의 공격 범위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는 통신모듈, 센서, 디스플레이,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AI 연산 기능 등이 대거 들어간다. 사실상 스마트폰·서버·통신장비 기술이 자동차 안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미국 특허 전문지 IAM(Intellectual Asset Management)은 “커넥티드카·자율주행·전장화 확산으로 자동차 산업이 스마트폰 산업과 유사한 특허 전쟁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손창호 한국지식재산보호원장 경영혁신본부장은 “모빌리티 산업은 현재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쟁 구도가 복잡해지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속 출원' 권장 분위기…특허 소유가 곧 방어수단

현대차 남양연구소 배터리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NPE의 공세가 거세지자 국내 기업들은 신속한 특허출원이 곧 방어 수단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 규모 대비 특허출원 건수가 세계 1위로, 글로벌 ‘특허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세계지식재산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특허 출원 건수 기준 세계 1위 국가다.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네 번째 첨단 기술 보유국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등록 특허는 총 270만건이 넘었다.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배터리·통신 등 첨단 산업이 성장하면서 특허 규모는 내년에는 30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모바일, 디스플레이, 가전 분야를 중심으로 전체의 5%에 해당하는 약 13만건 이상의 특허를 등록했다. 현대차도 전 세계에 걸쳐 8만건에 육박하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SK하이닉스는 1만7000건의 반도체 핵심 특허를 보유 중이다. LG전자는 수만건 규모의 특허를 보유하며 기술 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우리 산업계와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세계 주요 기업들 역시 대규모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동운 변리사는 “NPE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와 조기 출원 전략이 필수”라며 “제품 기획 단계에서 특허 리스크를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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