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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별기고] 지자체와 정부의 협력 모델로 TK신공항을 조기 착공해야

대구경북신공항이 또다시 갈림길에 서 있다. 14년 가까이 이전부지 선정과 주민투표, 사업계획 승인 등 숱한 절차를 거쳐 이제 사업 착수를 위한 재원 조달 단계에 이르렀지만, 정작 사업방식과 재원 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특별기고] 지자체와 정부의 협력 모델로 TK신공항을 조기 착공해야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대구경북신공항이 또다시 갈림길에 서 있다. 14년 가까이 이전부지 선정과 주민투표, 사업계획 승인 등 숱한 절차를 거쳐 이제 사업 착수를 위한 재원 조달 단계에 이르렀지만, 정작 사업방식과 재원 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특별법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현행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의 틀 안에서 사업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제도와 추진체계를 보완하는 일이다. 이미 오랜 시간 사회적 합의와 행정절차를 거친 사업을 다시 새로운 법률의 출발선에 세우는 것은 자칫 또 다른 장기 표류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대구경북 내부에서는 현행 특별법에 따른 기부대양여 방식을 유지·보완해야 한다는 입장과, 군공항 이전을 전면적인 국가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두 주장이 정치적 대립으로만 굳어진다면 정작 신공항 착공은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핵심은 기부대양여 방식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현재의 제도를 어떻게 현실에 맞게 보완하여 사업을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기부대양여 방식은 단순히 대구시 혼자 책임지는 사업으로 볼 것이 아니다. 군공항 이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민간공항 건설이라는 지역 발전사업이 결합된 만큼 대구시·경북도·국방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 관계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정부·지자체 협력 모델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전면 국가책임형’이라는 주장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전면 국가책임형 특별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새로운 법안이 실제로 여야 합의를 거쳐 통과되고 국가예산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더욱이 약 2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거론되는 막대한 사업비를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와 지방의 책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함께 관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국방과 안보에 관련된 부분은 국가가 책임성을 강화하고, 대구시는 종전부지 개발과 도시계획, 주민 지원 및 지역 상생을 책임지며, 민간은 금융과 건설·운영 분야의 전문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제도와 재정 측면에서 위험을 분담한다면 기존 기부대양여 방식도 충분히 새로운 협력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법안을 주장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현행 특별법과 시행령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특히 민간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 위험을 줄이고, 장기간의 사업비 회수 구조를 안정화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사업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국방부·국토교통부와 대구시·경북도가 참여하는 범정부적 추진체계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침 10월6일 열린 대구·경북 4자 회담에서도 행정통합과 신공항, 공공기관 이전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제 이 결속을 신공항 문제에서도 실천해야 한다.

TK신공항은 더 이상 어느 한 정치세력이나 특정 지방정부의 사업이 아니다. 대구와 경북의 미래 산업과 교통망을 바꾸고, 지역경제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14년 동안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면 이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행 특별법을 버리고 새로운 특별법을 만드는 길이 반드시 지름길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지금은 기존 법체계를 토대로 미비점을 하나씩 보완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위험과 책임을 나누며, 민간의 자본과 전문성을 결합하는 현실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건너야 할 물도 깊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지 않고 법과 시행령, 재원 조달, 투자 안전장치, 추진체계를 하나씩 풀어간다면 길은 열릴 수 있다.

대구경북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던 많은 다리가 이미 무너졌다. 지역의 정치적 위상도, 경제적 활력도 예전 같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탓하며 명분을 다투는 일이 아니라 끊어진 다리를 다시 놓는 일이다. TK신공항은 그 첫 번째 다리가 될 수 있다.

대구경북 시도민의 결속 위에 지방정부와 국방부, 중앙정부가 협력하고, 필요한 경우 국가가 제도와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질 때가 아니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어 함께 착공의 문을 열 것인가가 중요하다. TK신공항의 조기 착공이야말로 대구경북의 미래를 다시 연결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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